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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9월 29일 새벽, 비운의 교통사고로 별이 된 후, 성치 않던 몸은 장례식장에서 수습되어 염을 마친 뒤, 동료 조각가인 박장근, 설총식 작가에 의해 석고로 떠져 브론즈로 캐스팅되었다.
▲ 조각가 구본주의 데스마스크 2003년 9월 29일 새벽, 비운의 교통사고로 별이 된 후, 성치 않던 몸은 장례식장에서 수습되어 염을 마친 뒤, 동료 조각가인 박장근, 설총식 작가에 의해 석고로 떠져 브론즈로 캐스팅되었다.
ⓒ 구본주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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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가 천상의 세계로 떠나면, 작업하던 손을 흙이나 석고로 떠서 남긴다고 한다. 모든 물질에 깃든 영혼을 손으로 깎고 빚어 본래 아름다움을 끄집어내는 일이 조각가의 작업이란 점을 생각해 보면 그럴싸한 의식이다.

2003년 비운의 교통사고로 별이 된 한 조각가의 손도 그랬다. 다른 게 있다면 그의 데스마스크도 함께 남겨졌다는 점이다. 아주 오래된 전설 속 이야기 같은 이 데스마스크의 주인공은 19년 전, 서른일곱의 나이로 지상을 떠난 민중미술 계열의 리얼리즘 조각가 구본주(1967-2003)다.

조각가 구본주는 <파업> <혁명은 단호한 것이다> <6월> <칼춤> <갑오농민전쟁> 같이 역사속에서 노동자와 농민의 저항의식을 끌어와 강렬하게 담아내는가 하면, <미스터 리> <배대리의 여백> <이게 웬 날벼락> <눈칫밥 삼십 년> <아빠의 청춘> <선데이 서울>처럼 화이트칼라로 대변되는 근현대 서민의 삶을 철과 나무를 두드리고 깎아 땀 냄새 진하게 풍기는 예술 노동으로 그려냈다.

마지막 전시에 출품한 작품 <디 엔드 The End>의 이름대로 스위치를 끄고, 유작 <별이 되다>처럼 새벽하늘로 날아올라 별이 된, 작품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다.
 
▲ 19672003 구본주를 기억함
ⓒ 구본주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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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성치 않던 몸은 장례식장에서 수습되어 염을 마친 뒤, 동료 조각가인 박장근, 설총식 작가에 의해 석고로 떠져 브론즈로 캐스팅 되었다. 이 모든 과정은 아내의 결정이 아니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 그 역시 조각가인 아내로 인해 구본주는 시신마저 영원의 시간 속에 새겨진 채 스스로도 작품이 되었다.

그렇게 구본주의 데스마스크는 어린 두 아이의 엄마이고, 서른여섯에 가장 사랑하던 작가이자 남편을 잃은 아내의 작가 본능이 만들어 낸 지상에서 가장 슬픈 조각상으로 남겨졌다.

지금도 제주 아라리오 뮤지엄 동문모텔II에 가면 구본주의 작품들이 해를 거듭하며 전시되고 있는데, 이곳에서 다른 작품들과 함께 볼 수 있다. 주위의 모든 빛과 공기를 움직여 끝내 그를 기억하게 만드는 아내 덕에 우리는 19년이라는 긴 시간을 통과하고도 그를 기억하며 그가 남긴 조각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20주기를 1년 앞둔 2022년, 안타까운 마음들이 가장 짙게 모인 1주기 추모전 도록을 복원하여 정식으로 출간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준비 없는 이별을 보여주듯 여느 도록처럼 가장 좋은 상태의 작품 사진보다 그렇지 못한 이미지도 여럿, 사진은 그 당시의 시공간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매체여서 그대로 담았다.
   
19년만에 복원되는 리뉴얼 에디션. 제작비를 모으기 위해 텀블벅 모금도 함께 진행 중이다. 이미지를 누르면 텀블벅 페이지로 이동한다.
▲ [19672003 구본주를 기억함] 리뉴얼 에디션 19년만에 복원되는 리뉴얼 에디션. 제작비를 모으기 위해 텀블벅 모금도 함께 진행 중이다. 이미지를 누르면 텀블벅 페이지로 이동한다.
ⓒ 구본주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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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주 작가가 죽기 2년 전, 일찍 세상을 떠난 스승 류인에게 쓴 미공개 추모시와 세 편의 작가 노트, 60여 명에 달하는 미술인들의 추모의 글도 실려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억 속에서 미술을 좋아하던 시골 농부의 아들이 운동권 미대생이 되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예술가가 되기 위해 작업에 몰입해 가는 모습과 가장이 되어 삶의 애환을 담아내는 중년 작가의 고민까지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제작비를 모으기 위해 10월 19일까지 텀블벅 모금도 진행되고 있다. 텀블벅 리워드로는 11월에 출간될 아트북 <19672003 구본주를 기억함> 리뉴얼 에디션과 함께, 현재 제주 아라리오 뮤지엄에서 전시되고 있는 작품을 빛그림으로 담아낸 노순택 사진 작가의 작품 포스터도 준비되어 있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과 함께 "예술은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가장 쉽고도 뚜렷하게 정의 내린 조각가 구본주. 그를 기억하거나 그의 작품을 통해 조금이라도 마음이 움직여 본 이들이라면 함께 마음을 모아 주어도 좋을 듯하다.

텀블벅 프로젝트 바로 가기  
https://link.tumblbug.com/s2D19EUEb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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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갈 곳을 잃은 옛따책방 쥔장이자 한 아이의 엄마, 그리고 구본주를나르는사람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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