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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양로에서 본 모습, 멀리 맨뛰에 보이는 다리
▲ 부산항대교 망양로에서 본 모습, 멀리 맨뛰에 보이는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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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전혀 생소한 숫자지만 여기에 담긴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겪어야 했던 처절한 삶의 기록이기도 하다. 6.25 전쟁 당시 부산의 인구가 80여 만 명, 광복 당시 30여만 명에 비해 무려 50여만 명이 늘어났다. 전쟁을 피해 내려온 난민 때문이다. 피란민은 걷거나 소달구지, 배, 화물열차를 이용해 부산으로 몰려들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안개가 자욱하다. 22층 숙소에 내려다보니 부산 타워가 희미하게 보인다. 오늘 여정은 산복도로, 임시정부 기념관 등 원 도심 지역 둘러보기다. 아내, 4살 손녀,  아들 부부와 함께 하는 여행은 여행사 패키지 여행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임시정부 기념관에서 물통을 지는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 물지개 임시정부 기념관에서 물통을 지는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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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단을 통해 물통을 지고 오르거나 생활용품 등을 가져 날랐다. 윗동네를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 초량 168계단 이 계단을 통해 물통을 지고 오르거나 생활용품 등을 가져 날랐다. 윗동네를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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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1박 2일 여행중이다. 10월 3일 9시 초량 이바구길 '168 계단'에서 출발했다. 이 계단은 산동네 주민들이 물과 연탄 등 생활 용품을 나르던 길이다. 계단 왼쪽에 초량 우물(복원)이 있고 오른쪽에는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다. 여행의 참다운 맛은 우리의 삶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고 체험해 보는 것이다.

'이바구'는 경상도 사투리로 이야기를 뜻한다. '168 계단'은 초량동의 아랫동네와 윗동네를 오르는 유일한 길이다. 계단마다 부산 근현대사의 애환을 느끼며 걸을 수도 있고 모노레일을 타고 망양로에 올라 부산항과 산복도로를 조망할 수 있다.

산 밑에 우물에서 물지게로 물을 길어 나르거나 연탄을 지게에 지고 날랐다. 지금처럼 물이나 연료가 풍부하지 않을 때다. 여행을 하다 보면 추억 속의 현장이 소환된다. 공동우물이 한두 개밖에 없을 시절의 일이다. 

모노레일을 타고 오르기로 했다. 무릎 관절이 안 좋은 아내 때문이다. 아랫 정류장에는 주민인 듯 어르신 한분이 탑승을 도와준다. 모노레일은 이바구 정류장에서 김민부 전망대를 지나 장기려 더 나눔 센터까지 3개 정류장이 있다. 나눔 센터 정류장에도 어르신이 승하차를 돕고 있다.
 
산동네와 산동네를 잇는 도로다. 판자집을 헐고 새로 들어선 건물, 집들인듯 하다.
▲ 부산 산복도로 산동네와 산동네를 잇는 도로다. 판자집을 헐고 새로 들어선 건물, 집들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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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양로 산복도로 전시관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여 주변도 살펴보며 걸어서 오를 수 있었다. 왼쪽 방향으로 따닥따닥 붙어있는 높지 않은 주택들이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진다. 판잣집이 있던 산동네다. 아래 방향에는 높은 빌딩과 원도심 주택이 대조를 이루며 시야에 들어온다.

다소 생소한 이름 망양로와 산복도로... 망양로는 부산항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고 산복도로는 산동네들을 연결하는 도로를 말한다. 전시관에 들러 망양로와 산복도로에 관한 자료들을 보고 싶었지만 문이 닫혀 있다. 혹시나 전화를 몇 번 했지만 반응이 없다. 아쉽지만 다음 행선지인 임시 수도 기념관으로 향했다.

대통령 관저는 경남도지사 관저로 사용된 건물로 일반 단독 주택 정도 규모다. 이곳에서 대통령 내외, 비서들이 거주하며 집무를 수행하고 주요 국빈들을 맞이 했다고 한다. 1층에 응접실, 서재, 내실 등이 있고 2층에는 집무실이 있다. 2층은 행사 중이어서 뒤편에 있는 임시수도 기념관을 둘러보기로 했다.

6.25 전쟁 당시는 물론이고, 재건·부흥 관련 사료가 진열되어 있다. 산이나 언덕에 판잣집을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 부산항이나 국제시장·자갈치 시장이 형성된 배경 등은 물론 밀면에 관한 자료, 작가들이 일상 찾던 다방까지도 재현되어 있다.
 
부산 타원에서 내려다 본 모습
▲ 부산항 전경 부산 타원에서 내려다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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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타원에서 내려다 본 모습
▲ 부산 원도심 일대 부산타원에서 내려다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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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행선지는 용두산 부산 타워(다이아몬드 타워)다. 꼭대기 전망대는 불국사 다보탑 지붕의 보개(탑 위의 덮개 모양 부문)를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산 높이가 해발 49m, 탑 높이는 120m 다. 

멀리서 볼 때는 둥근기둥 같았는데 5층 규모 탑이다. 5층 전망대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를 수 있었다. 북항과 남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찔하면서도 짜릿한 기분이 든다. 4살 꼬맹이는 창 가장자리에 올라 들어 눕기도 하고 아래에 펼쳐지는 배경을 뒤로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해 준다.

산복도로, 임시정부 기념관, 부산타워 등이 별도의 공간이 아니라 근현대의 역사를 한데 묶어볼 수 있는 종합 체험관처럼 느껴진다. 마지막 여정인 국제시장이다. 점심은 갈치조림을 먹기로 했다. 
  
6.25 전쟁 당시 군순물자나 미군을 통해 들여온 전자제품,  의류 등을 전국에 납품했다고 한다.
▲ 국제시장 6.25 전쟁 당시 군순물자나 미군을 통해 들여온 전자제품, 의류 등을 전국에 납품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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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 목적지를 찾기 쉽지 않다. 용두산 부산타워가 보인다. 부산항,  자갈치 시장 과 함께 피란민(서민)들의 애환이깃든 곳이다.
▲ 국제시장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 목적지를 찾기 쉽지 않다. 용두산 부산타워가 보인다. 부산항, 자갈치 시장 과 함께 피란민(서민)들의 애환이깃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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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제시장' 촬영지인 꽃분이네 가게다. 사람들의 방문이 끊기지 않는다.
▲ 국제시장 영화 "국제시장" 촬영지인 꽃분이네 가게다. 사람들의 방문이 끊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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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은 시장 맨 끝 골목길에 위치해 있었다.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 외지인이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이른바 도떼기시장이다. 미군의 군용 물자와 함께 공구, 전자, 주방기구, 의료 제품 등이 이곳을 통해 전국으로 공급되었다고 한다.

식당을 찾아 다니다 보니 시장 구경은 제대로 했다. 4살 꼬맹이가 탐내는 백설공주 하얀 드레스와 구두, 예쁜 점퍼도 샀다. 영화 '국제시장'에 나오는 꽃분이네 가게에서 인증 사진도 찍었다. 갈치조림은 1인당 만 원, 반찬은 셀프다. 반찬을 남기면 5천 원 추가로 내야 한다.

국제시장에 어울리는 식당이다. 갈치를 충분히 넣어 조리한 탓에 맛도 그만이다. 부인이 요리하고 남편은 서빙을 한다, 다른 아주머니 한 분은 쟁반을 머리에 이고 배달을 나간다. 모두 맛있게 먹었다. 아내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광주에서 왔다는 것도 강조하면서.

태그:#부산원도심, #초량 이바구 모노레일, #168계단, #국제시장, #부산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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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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