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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이 화두다. 인구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전쟁, 전염병 창궐, 자연재난, 체제 붕괴와 같이 대규모 인명살상을 야기하는 파국적 상황이 없는 한 합계출산율이 1.0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게 인구학자들의 대체적인 견해였다. 이런 통념을 뒤집은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0점대' 출산율을 기록한 유일한 국가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매년 하강하다가 급기야 2021년 0.8로 최저치를 기록했고, 2023년에는 0.7대로 주저앉을 전망이다.

2021년 8월 19일 감사원이 통계청의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저출산·고령화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인구는 100년 뒤엔 1510만 명으로 감소(-70.6%)한다. '재앙적 소멸'이라 할 정도로 충격을 준 이 보고서는 100년 뒤, 229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96%가 소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연 반전의 시나리오는 없는 것일까? 인구 감소의 영향은 전 지역, 전 세대에 똑같이 나타나지 않는다. 인구 감소가 경제, 산업, 일자리, 복지, 교육, 문화 등 사회 각 부문에 가져올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인구 현상을 잘 분석해 새로운 정책을 고안해내고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적극적인 대응 전략도 필요하다. 

'소멸'이 야기하는 문제들

'헌법 제31조'에 따라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갖는다. 교육 기회의 균등 보장을 내용으로 하는 <교육기본법 제4조>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교육에서 차별받지 않으며 국가와 지자체는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 여건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어떤 지역에서 교육 받느냐에 따라 학습권, 진로 진학 선택권의 유불리에 영향을 받는다면, 교육을 위해 더 유리한 지역으로 가고자 하는 욕구는 당연지사다. 교육 격차에 대한 논의는 '균형있는 교육 발전을 위해 사회적 자원을 지역별로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한편, 2018년 국토교통부는 각 거주지 기반 1인당 접근 가능 거리 현황과 국민 수요를 기반으로 산출한 '기초 생활 인프라 국가 최저기준'을 발표했다. 국민 누구든지, 어디에 거주하든지 상관없이 적용 가능한 보편적 생활서비스의 공급 및 지원에 관한 한계선을 정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마을 단위'에서 10~15분 안에 도보로 접근 가능한 생활시설들로 학교, 도서관, 병원, 약국, 체육시설, 공원, 소매점 등이 있어야 한다. 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전혀 충족되지 못하는 곳이 바로 농촌 지역의 면 단위이다. 농촌은 기본 삶을 영위할만한 공간으로써의 기능이 상당히 후퇴해있으므로 새로운 인구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방소멸의 다른 말은 '격차'이다. 격차로 인한 불균형, 불평등의 고통은 과소화되고 있는 농촌의 면 단위에 집중된다. 총인구감소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면, 논제는 이것이다. 어떻게 하면 격차와 불균형을 줄이면서 골고루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을까? 단순히 지역의 정주인구 확보와 총인구 증가를 목적으로 대응한다면 지방자치단체 간의 인구 늘리기를 위한 '제로섬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활력있고 매력있는 지역 발전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까?

지역교육력의 시대

정주여건 악화는 지방교육공동화를 야기하고, 지방교육공동화는 정주여건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이 연쇄작용의 가장 큰 문제는 지역생활생태계의 선순환을 가로막는다는데 있다. 지방의 교육이 지방의 시민을 키워내고 학교를 졸업하고도 지역에서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면 인구 유출은 막을 수 없다. 선순환의 고리가 순조롭게 작동하여 아이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면 지역사회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2021년 '영광교육참여위원회'가 실시한 '영광 교육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영광 관내 초중고 학생 356명 중 졸업 이후에도 영광에 계속 거주 의사를 밝힌 비율은 5% 남짓에 불과했다. 학생들은 지역 안에서 청소년의 만남, 배움, 놀이가 가능한 다양한 공간이 부재하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방과후 프로그램도 부족하다고 답했다. 

아이들은 지역에서 계속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영광을 떠나지 않고도, 도시로 나가지 않고도 지역에서 행복한 삶이 가능할 것이라는데 대부분 비관적이다. 현재의 삶에서 느끼는 '결핍'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자치와 분권의 시대, 교육은 국가의 일에서 점차 지역의 일이 되어 갈 것이다. 지역교육 발전의 청사진이 있느냐 없느냐, 이를 실현할 지역적 역량이 있느냐 없느냐가 지역교육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 교육의 주도권이 국가에서 지역의 이관되는 시대, 공공성 안정성 평등성 등 국가 교육의 순기능을 살리면서 지역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 
 
<일본의 지역교육력> 표지 .
<일본의 지역교육력> 표지. ⓒ 학지사

이와 관련해 '한국일본교육학회'가 펴낸 <일본의 지역교육력>이라는 책을 참고할만하다. 이 책은 저출생, 고령화와 인구절벽 위기에 직면한 일본사회가 지역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어떻게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는지 잘 보여준다. 

일본 나가노현의 10만 도농복합도시 이이다시(長野県飯田市)의 경우, 인구감소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고등학교 수업에 '지역인 교육'이라는 커리큘럼을 편성 운영한다. '지역인 교육' 과목은 학생 스스로가 지역사회 특성이나 과제를 발견하고 대안을 도출해보는 수업방식으로 지역사회와 연계하에 구성된다고 한다. 

교육의 가장 큰 목적은 '살아가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삶과 괴리된 지식이 아니라 삶에 기반한 배움으로의 전환이 중요하다. 이러한 배움이 일어나는 공간은 마땅히 삶이 이루어지는 장소, 즉 마을과 지역이어야 한다. 지역의 힘으로 성장한 아이들이 지역의 시민이 되어 지역사회 문제 해결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교육'과 '학교교육'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 교육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지역교육'은 '학교교육'과 대비되는 개념이 아니라 학교교육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새롭게 규정되어야 한다. 산업사회 이전에는 지역공동체의 일부였던 학교가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흐름속에서 더 이상 '마을 속 학교'로 기능하지 못하면서 여러 문제를 야기하였다. 오늘날 지역교육력을 논하는데 있어 학교가 지역과 무관한 어떤 것으로 존재해서는 안된다.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으나 일본과 한국은 대처 방법이 사뭇 다르다. 한국의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은 국가 전략이라기보다는 시민운동에 가깝다. 획일화되고 표준화된 공교육의 질서 속에서 학교의 변화는 상당히 더딘 편이다. 행정의 역할 또한 지역마다 달라서 지역교육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교육을 지역사회와 분리해서 사고하는 지역들이 만연하다. 

일본은 '지방창생전략'에 따라 '학교를 핵심으로 하는 지역 만들기'를 시도했다. 이는 학교를 중심으로 한 교육에 지역의 여러 자원을 연계 투입하여 지역 인재를 육성하고 지역 정체성을 회복함으로써 지역의 자립성을 형성하겠다는 '국가 사회적 전략'(60쪽)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지역교육력 강화 정책은 지자체별로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지역교육력 회복 및 향상 전략 마련이 필요하고 일관성있게 추진하며 국가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역의 교육력을 회복하기 위해 이제 학교와 지역과의 제휴는 필수적이다. 지역 전체가 육아를 지원하고 아동의 성장을 지원하고 또한 사람들의 배움을 활성화해 나가는 노력을 통하여, 어른과 아동 모두 지역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성인이 지역 속에 생활 기반을 구축해 나감으로써 아동에게도 지역이 바로 삶의 터전이 되는 것이다. 학교도 '지역과 함께 하는 학교' 일 때 비로소 의미가 살아나는 것이다. '지역과 함께하는 학교 만들기'는 지역교육력 회복이 지향하는 목표이자 방향이 될 것이다." (273쪽)

일본의 지역교육력 - 이해와 실제

한용진 (지은이), 한국일본교육학회 (엮은이), 학지사(2017)


#지방소멸#인구절벽#지역교육력#지역교육생태계#마을교육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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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 농촌에서 하루 하루 잘 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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