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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월선 교사의 역사 이야기 수업
 박월선 교사의 역사 이야기 수업
ⓒ 염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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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의 추석 연휴가 끝나고 고향 찾은 자식들이 떠난 시골 마을은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갔다. 연일 빨긋하게 익은 고추를 따고 고구마 캐낸 밭두렁엔 김장 배추가 가지런히 심겨 푸릇하게 자라고 있다.

이처럼 다시 분주한 일상으로 돌아간 해남의 할머니들 발길이 분주하게 회관으로 향한다.

전남 인재육성진흥원에서 파견한 교사들이 교육하는 곳이다. 2022년 8월부터 11월까지 선정된 문해교실로 '찾아가는 교육'을 실시하는데 이번에는 해남군 문내면 난대리 문해교실이 선정되어 첫 수업을 하는 날이다.

추석 연휴가 지난 9월 13일 오후, 비까지 흩뿌린 날인데도 1시부터 3시까지찾아가는 문해교실로 향하는 할머니들 발걸음이 가볍다. 
 
2교시 청사초롱 만들기 수업
 2교시 청사초롱 만들기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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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만든 청사초롱 들고 함박웃음 웃는 어머님들
 다 만든 청사초롱 들고 함박웃음 웃는 어머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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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부터 시작한 해남군 문내면 난대리 문해교실은 그동안 일반 문해 교실 학생 9명 중 한 분만 빠지고 여덟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실시되었다.

1교시는 박월선 교사의 역사이야기 시간으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업적과 전란 중에 쓴 난중일기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책에 나온 지도를 통해 해전의 경로와 13척으로 113척을 물리친 웃돌목 작전인 명량대첩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전투를 승리를 이끈 것은 수군 외 지역 어부, 백성들이 함께 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배운 것을 생각하며 문제를 풀었고 난중일기처럼 두 줄 일기를 써 발표를 하였다.

'임진왜란' 책을 여러 번 읽으셨다는 할아버지께선 마치 다시 책을 보는 느낌이라고 발표해 눈에 띄었다.

"이거, 난 자죠?"
"이거, 장 자죠?"


이제 소망의 나무 2권에 들어서 단받침 글자를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는 그동안 배운 자가 눈에 띄는지 일기 쓰기보다 아는 자 짚어가며 물어와 더듬더듬 글자를 알아가는 모습이 엿보였다.

성인 문해 교실에는 글을 어느 정도 읽고 쓸 줄 아는 분과, 전혀 몰라 처음부터 배우는 반으로 나뉘어 수업 중이다. 우리 반 어머님들은 소망의 나무 2권 단받침을 배우는 기초단계로 일기 쓸 정도의 실력은 되지 않아 배운자 내에서 간단한 생활 일기를 써 발표하게 했다.

2교시엔 다른 두 교사의 설명을 들으며 청사초롱 만들기를 하였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기둥에 한지를 붙이고 매듭을 끼워 조이듯 묶어 딱지를 붙이니 멋진 청사초롱이 되었다. 스위치를 켜면 반짝거리는 불까지 넣고서 마치 옛 결혼식 길을 밝히는 청사초롱 같다며 모두들 좋아하셨다.

글자를 넘어 일상으로 가는 '찾아가는 문해교실 교육' 15일 실시될 두 번째 수업과 10월 초 문해 교실도 벌써부터 기대된다는 어머님들. 다음 시간엔 경제 이야기와 문화예술 이야기 교육이 이어질 예정이다.

태그:#찾아가는_문해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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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두 자녀를 둔 주부로 지방 신문 객원기자로 활동하다 남편 퇴임 후 땅끝 해남으로 귀촌해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교육, 의료, 맛집 탐방' 여행기사를 쓰고 있었는데월간 '시' 로 등단이후 첫 시집 '밥은 묵었냐 몸은 괜찮냐'를 내고 대밭 바람 소리와 그 속에 둥지를 둔 새 소리를 들으며 텃밭을 일구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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