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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일상을 새롭게 보고 싶은 마음에 중년의 친구들 셋과 매일 카톡 프로필 사진 바꾸기를 해 본 적이 있다. 일주일 간 수행한 그 미션으로 SNS 프사에 각자의 고유한 삶이 담길 거라는 막연한 예측을 사실로 확인하게 되었다. 평범한 일상을 관심 어린 눈으로 정성스레 들여다보면 특별한 장면들의 총합임을 알게 된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관련기사 : 매일 카톡 프사 바꾸기 챌린지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

그런데 일주일 예정이었던 프사 바꾸기 미션을 연장하기로 결정했을 때,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이 있었다.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내 속을 터놓을 수 있는 30년 지기 친구들끼리야 서로의 삶에 담긴 소소한 장면들도 궁금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카톡 프사는 친구들만 보는 게 아니다. 특히 직업적으로 상대하거나 친분이 깊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내 일상의 변화를 매일 공개하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초등학교 교사인 내가 매일 카톡 프사를 바꾸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 반 학부모들도 자주 바뀌는 내 프사를 눈치챌 것이 분명했다. 공적인 나와 사적인 나 사이에 존재하는 엄연히 다른 두 정체성을 매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아무래도 편치 않은 일이다. 나라도 내 아이 담임 선생님의 카톡 프사가 너무 자주 바뀐다면 왠지 갸우뚱하게 될 것 같았다. 학부모가 '이 분 뭐지?'라고 생각한다면 곤란한 일이다.

그런 나를 위한 해결책이 있었으니... 카톡에 있는 '멀티 프사 만들기 지원 서비스'였다. 혹시라도 모르는 분이 있을지 몰라 덧붙이자면, '멀티 프사'란 카톡 친구별로 프로필을 다르게 설정하는 카카오톡 지원 서비스다. 이 기능에 대해 언젠가 스쳐가듯 들어본 적은 있으나 사용해 본 적은 없다. 내가 사용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 사용할 만한 강한 동기가 생기니 학습 욕구도 생겨났다. 멀티 프로필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진과 자세한 설명이 담긴 블로그를 보니(MZ 세대들은 유튜브로 배울 텐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보였다. 멀티 프사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카톡의 '친구 목록' 화면을 클릭해 연다.
2. 친구 목록 화면 맨 위에 위치한 메인 프사 바로 아래, 작은 글씨로 '내 멀티 프로필'이라는 글자가 있을 거다. 그 아래 '+'를 클릭한다.
3. 새로 뜨는 프로필 화면에 보이고 싶은 다른 사진을 삽입하고 이름과 상태 메시지를 수정한다.
4. 화면 오른쪽 상단, '완료'를 클릭하면 새 프사가 만들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5. 새로 만들어진 프사 아래 '친구 관리' 메뉴를 클릭하여 새 프로필을 보여주고 싶은 친구를 지정한다(한 프로필 당 500명까지 친구를 추가 지정할 수 있다).
 
카톡 친구 목록 화면에서 멀티 프로필을 만들 수 있어요.
▲ 카톡 멀티 프로필 만드는 법 카톡 친구 목록 화면에서 멀티 프로필을 만들 수 있어요.
ⓒ 정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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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순서로 하다 보면, 카톡 친구 목록 화면에 멀티 프로필이 생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멀티 프로필은 3개까지 추가로 만들 수 있다. 

물론 삭제도 가능하다. 새 멀티 프사를 삭제하고 싶을 때는, 삭제하고 싶은 멀티 프사를 클릭 → 우측 상단에 있는 시계태엽 모양 클릭 → 우측 상단에 '편집' 메뉴 클릭 → 멀티 프사 옆 '삭제 ' 메뉴 클릭 순으로 실행하면 삭제할 수 있다.

새로 만든 멀티 프로필 사진만 변경하면 메인 프로필에 등록된 사람들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나만의 프로필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멀티 프로필을 활용하여 친구들과 매일 프사 바꾸기 미션을 계속 수행할 수 있었으니 내게는 매우 요긴한 기능이었다. 친구들과 더 이상 매일 프사 바꾸기를 하지는 않지만, 현재도 프로필 사진을 변경할 때는 주로 새로 만든 멀티 프로필에 손이 간다.

멀티 프사를 만들기로 마음먹은 처음 이유와는 달리 만드는 과정에서 얻은 부수적인, 그러나 매우 의미 있는 수확(?)이 있었다. 변화하는 내 일상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하는 것. 그렇게 나의 인간관계가 새롭게 정리되더라는 것이었다. 

내 일상의 변화를 보여주고 싶은 멀티 프사 목록에 든 사람들은 언제나 내 삶에 관심을 갖고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는 사람들이다. 나 또한 그들의 삶에 각별한 관심이 가는 건 당연지사. 세 사람 건너다보면 아는 사람이라는 긴밀한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가지만, 정작 진심을 나누는 '내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이 시대 최고의 행복 심리학자인 서은국 교수는 그의 저서 <행복의 기원>에서, "행복은 누군가에 의해 경험되어야만 성립되는 현상이고, 그 누군가는 인간이다"라고 말한다. 그 인간들 중에는 무엇인가를 함께하면 행복이 배가 되는 이들이 있다. 자신의 주변인들 중 그들이 누구인지 잘 모르겠거나 애매하다면 오늘 한번 멀티 프로필을 만들어 보심이 어떠신지.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와 블로그에 함께 게시됩니다.


시민기자 글쓰기 모임 '두번째독립50대'는 20대의 독립과는 다른 의미에서, 새롭게 나를 찾아가는 50대 전후의 고민을 씁니다.
태그:#멀티프로필, #카톡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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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은 공립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아이들에게서 더 많이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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