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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지자체 정치인에서 국회의원,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대중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지지를 받지 못하면 결국 외면받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어떠한 방식으로 대중에게 어필하고 소통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모든 정치인에게 운명이라 할 만합니다. 지난 25년 현업과 교육현장에서 대중과의 효과적 소통 및 최적의 미디어를 활용하는 홍보전략을 고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인을 위한 대중소통전략'을 소개해봅니다. [기자말]
정치인에겐 소통이 중요하다.
 정치인에겐 소통이 중요하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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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MBTI는 서로에게 스스럼없이 물어보는 하나의 '지표'가 됐다. "나는 어떠한 사람일까"에 대해, 자가진단을 통해 파악한 다음 재미 삼아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한 것이다. MBTI는 '나'라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특성을 가진 인류인지 마이어스와 브릭스라는 연구자가 설정한 16가지 구분에 자신을 대입시켜 보는 작업이다.

감칠맛도 있는 반면, 만만치 않은 의미도 제공하는 개념이다. 무엇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곱씹어 보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소중하고 트렌디한 지표임에 틀림없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판단해본다는 의미에서, 아직 학술적 타당성이 충분한 개념은 아니지만 필자가 연구 중인 '소통감수성(CSI: Communication Sensibility Index)'이라는 특성을 통해 과연 자신에게 충분한 대중소통 역량이 있는지 파악해 보면 어떨까 제언해 본다.

이 소통감수정에 대해 나름의 정의를 내려보자면, "정보나 개념을 전달하려는 상대를 필사적으로 배려하는 마음가짐. 상대의 마음과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가장 적절한 수준과 내용을 자유자재로 적용할 수 있는 역량. 상대가 해당 정보나 개념을 전달받는 과정에서 반드시 명쾌하고, 건전하고, 기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전략적 사고와 진정성 있는 실행력을 투입하는 능력" 정도가 될 것 같다. 한마디로 말하면, 상대가 당신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전달 내용과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통의 시점과 그 이후 순간에도 기분 좋은 상태가 유지되어 다음 번을 기대하게 만드는 능력이라는 뜻이다.

정치인에게, 특히 요즘의 정치인에게 소통감수성은 필수로 갖춰야 할 역량으로 보인다. 매일처럼 쏟아지는 여론조사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며, 정당 내 지도자 선택에 있어서도 그 어느 때 보다 일반 국민의 지분이 높아진 현시점에서,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대중에게 어필하고 소통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기본적 제언을 소개해 본다.

첫 번째는, 정말로 본인이 그 어떤 소통 상황에서도 '찐으로' 역지사지가 되는 편인지, 리트머스를 가동해 보라는 주문이다. 세상 모든 정치인들은 역지사지에 탁월하다고 주장하겠지만, 진짜로 역지사지가 되는지 스스로 냉철하게 곱씹어 보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본인과 이해관계가 거의 없거나, 혹은 조금의 격식도 없이 말할 수 있는 가족을 붙들고 다짜고짜 물어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보좌관이나 비서진에게는 절대로 안 된다.

더불어, 자신이 예전에 설화에 휩싸여 "유감이다", "진위가 왜곡되었다"는 등의 발언을 몇 번 정도 했는지 기억해 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본인에게 그다지 좋은 말을 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사 등 미디어 콘텐츠로 가서 가장 센 댓글 10개를 긁어서 찬찬히 읽는 시간을 가져도 효험이 있겠다. 역지사지가 제로인 정치인은 없겠지만, 찐 역지사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며, 소통감수성의 업그레이드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알아야만 한다.

두 번째, 한국어 능력에 대한 이야기다. 이 얘길 듣고 누군가는 답답해할지 모르겠다. '내가 몇 년을 우리말을 썼고, 정치인으로서 관록이 얼마인데...'라며 말이다. 하지만, 한국인인 것과 한국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일 수 있다. 필사적인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신뢰'나 '감동'이란 단어를 직접 쓰지 않고 위 두 개념을 절절하게 표현하라고 한다면, 곧바로 글짓기나 스토리텔링이 되는지 스스로 파악해 보기를 추천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쉬운 말, 풀어서 건네는 말, 매우 적절한 스토리텔링에 마음을 여는데, 우리 정치인들은 계속해서 '신뢰' '감동' '민생' 같은 클리쉐 (Cliche)들만 녹음기처럼 되뇐다. 국민들은 그 용어의 뜻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다. 중요한 건, '어떻게'다.

지금 당장 국민의 힘과 민주당 의원들이 모이는 회의 공간만 봐도, 벽에는 여지 없이 '민생'이란 단어가 초당적으로 붙어 있다. '오직 민생' '민생 곁에' 이런 식이다. 예전에도, 앞으로도 정치인들이 반드시 해내야 하는 중요 과업이지만, 영혼이 없어 보이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 소통 전략 차원에서, 매일 카메라가 비추는 그 비싼 공간에 좀 더 절절한 문구들을 배치하면 어떨까?

끝으로, 미디어에 대한 이해도를 지적하고 싶다. 참모들의 역량 말고, 정치인 본인은 과연 최근 미디어 환경과 사람들의 미디어 활용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도를 가지고 있는지 엄격히 판단해 보시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 세계에 존재하는 최첨단 미디어를 가장 빨리, 자주, 구체적으로 사용하는 유권자들이다. 하루 24시간 동안 가장 많이 소비하는 소비재가 미디어일 정도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미디어란 말이다. 이 같은 현실은 곧, 정치인들은 흡사 전문가처럼 미디어에 대한 다양한 식견을 갖추고 있어야 함을 시사한다.

방송과 신문 등 전통적인 미디어 구분이 이제 전혀 의미 없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정책 PR과 효과적 미디어 활용을 위해 어떠한 전략이 필요할지, 본인은 유튜브 쇼츠에 어울리는 화법을 사용하고 있는지 등 실제적 이해에 대해 판단해 보라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뭔지도 모르고 사고를 칠 가능성도 높아지며, 기회를 기회인지도 모르는 실수를 반복하며 호모 미디어쿠스로 불리는 대중들에게서 멀어지기 쉽다.

다행인 것은, 소통감수성은 상당 부분 훈련의 영역이며, 중요하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와 문화는 달라도, 심지어 정치적 성향이 온전히 달라도, 대중은 소통에 능한 정치인에게 매력을 느낀다. 소통에 어색하고 뚱하고 고집스러우며, 특히 본인이 소통을 잘한다고 착각하는 정치인과 정당에 열광하는 대중은 더 이상 없다. 정치인에게 소통감수성은 생존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유현재 시민기자는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커뮤니케이션학 박사입니다.


태그:#정치, #소통, #감수성, #홍보, #MB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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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수용자 중심 저널리즘과 미디어 활용에 대해 강의 중. 정치인들을 포함, 공적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 과연 대중과의 소통을 얼마나 원활하게 하고 있는지 ‘소통감수성 ’이란 개념을 통해 설명 및 비판하고 있음. 세바시에 출연, “소통 감수성이란 무엇인가?”“미디어 시대, 우리가 건강하지 못한 이유”등을 주제로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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