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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7월 28일 오전 울산시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진수식에서 진수줄을 자르고 있는 모습.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7월 28일 오전 울산시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진수식에서 진수줄을 자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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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활동을 자제해온 것으로 알려졌던 김건희 여사의 '미담'이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외비 일정인 대구 서문시장 방문이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 '건희사랑'을 통해 유출돼 파문이 일었던 24일 이후였다. 타임라인을 보면 25일 영부인 미담 기사가 '팬클럽 기밀' 유출 기사 위로 포털 뉴스 창을 뒤덮었다.

<김건희 여사, 비공개 수해복구 봉사…마스크써 주민도 몰랐다> (동아일보)
<김건희 여사 수해복구 봉사활동 뒤늦게 알려져…대통령실 "기획한 일정 아냐">(세계일보)
<김건희 여사, 비공개 수해복구 봉사···"마스크로 얼굴 가려 주민도 못알아봐"> (경향신문)
<김건희 여사 '복면' 봉사…홍보 못하는 대통령실> (부산일보)
<김건희 여사 '미담' 알려진 날…팬클럽 말썽에 '찬물'> (한국경제)
<김건희 발로 뛸 때 팬클럽은 '말썽'…뒤늦게 알려진 빛바랜 미담> (헤럴드경제)


김건희 여사가 지난 8일 호우피해가 발생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현장 봉사 활동을 해왔다는 것. 출처는 '여권'과 '대통령실' 등이다. 김 여사가 마스크를 쓴 탓에 주민들이 얼굴도 못 알아봤고, 최소 수행원만 동행했으며 대통령실이 따로 기획한 행사도 일정도 아니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빅카인즈에 따르면, 24일부터 26일 오전 9시까지 '김건희 팬클럽'으로 검색된 기사는 190건이었다. 24일 민주당이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 기사는 그 절반도 안 되는 80건이었다. 그런 가운데 주요 언론이 대통령실 관계자의 전언을 받아쓴 '미담' 기사는 김건희 팬클럽의 대외비 일정 공개 논란을 일부 가리는 효과를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다만, 대통령실이 나서서 일정을 공개하고 언론 취재를 허용하거나 보도자료를 내는 데에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으로 보인다."

24일 밤과 25일 '김건희 봉사' 소식을 전한 <한국경제> <매일경제> <이투데이> <파이낸스투데이> <폴리뉴스> 기사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동일하게 삽입한 문장이다. 그런데 25일 오후 언론들은 또 다른 김건희 여사 관련 미담 기사를 쏟아냈다.

또다시 등장한 김건희 여사 관련 미담 뉴스
 
김건희 여사가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암ㆍ희귀병 투병과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복지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
▲ 수원 세 모녀 빈소 들어서는 김건희 여사 김건희 여사가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암ㆍ희귀병 투병과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복지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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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는 이후 빈소를 지키던 원불교 성직자들과 잠시 인사만 나눈 뒤, 소감 등을 묻는 취재진에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3분여 만에 빈소를 떠났다. 이날 김 여사의 조문은 공영장례를 주관하는 수원시와도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여사는 최근 공식 행보를 최소화하는 반면 수해 복구 현장을 찾아 주민들을 만나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등 비공개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25일 <중앙일보>의 <김건희 '세 모녀 빈소' 방문... 조용히 조화 놓고 3분만에 떠났다> 기사의 일부다. 해당 기사의 애초 제목은 <'수원 세 모녀' 빈소에 조화 놓고 간 그녀... 김건희 여사였다>였다. 이날 오후 4시 15분에 출고된 기사가 오후 6시 32분에 수정된 것으로 확인된다. 

<중앙일보>는 최초 기사에서 빈소에 들르는 김건희 여사의 뒷모습 사진에 붉은색 볼드로 동그라미까지 쳤다. <중앙일보> 소셜 미디어상에서도 최초 상태의 기사가 공유됐다. 소셜미디어 계정에 등록된 기사 썸네일만 보면, 비공개 일정이었는데 의도치 않게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인상을 강하게 준다. 그런데 제목을 수정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날 원불교 인사들과 함께 세 모녀 빈소에 방문한 김건희 여사의 모습은 통신사 및 '공동취재' 명의로 언론에 도배되다시피 했다. 관련 기사는 빅카인즈 기준 47건이었고, 포토뉴스가 포함된 네이버 뉴스 기준 200여 건에 육박했다.

국민들이 수원 세 모녀의 안타까운 소식에 관심을 기울였던 만큼 김 여사의 빈소 방문 역시 언론의 주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앞선 '김건희 수해피해 복구 봉사' 소식과 묶여 일종의 '미담'과 같은 효과를 냈다. 홍보 효과를 누렸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실 기자단에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언론이 세 모녀의 빈소를 주목하고 있었던 만큼 비공개 아닌 비공개 일정이었던 셈이다. 여기서 김 여사의 일정 공개 및 언론 취재, 보도자료 배포에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라던 대통령실의 변화에 주목하는 것이 과연 핵심일까.

미담에 가려진 김 여사 관련 뉴스들

25일 서울고등법원은 사업가 임아무개씨가 김건희 여사의 모친인 최은순씨를 상대로 낸 이른바 '위조 잔고증명서' 사건 관련 민사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최씨가 임씨에게 4억90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빅카인즈 기준으로 해당 기사는 21건에 불과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소식은 또 있었다. 이날 김건희 여사의 '허위 경력' 의혹 및 '서울의 소리' 기자와 김 여사가 나눈 '7시간 녹취록' 관련 사건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와 '불송치' 결론을 낼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역시 빅카인즈 기준 '김건희 불송치' 관련 기사는 54건, '김건희 무혐의' 관련 기사는 39건이었다. 경찰의 김 여사 사건 관련 무혐의나 불송치 관련 기사의 경우, 두 사안을 엮어 보도한 매체가 많아 실질적인 기사 숫자는 더 줄어든다. 

또 경찰은 이날(25일)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쥴리 의혹 및 동거설 등을 보도한 열린공감TV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빅카인즈 기준, 관련 기사는 35건이었다. 

김건희 여사의 세 모녀 빈소 및 봉사 활동 관련 기사가 47건이라는 사실은 무엇을 가리킬까. 최은순씨 선고일이 예정됐던, 경찰의 열린공감TV 사무실 압수수색과 김 여사 관련 사건 수사 결과가 보도된 25일, 김 여사가 수원 세 모녀 빈소를 방문하고 관련 보도가 쏟아진 것을 과연 우연이라 봐야 할까.

스트레이트성 보도가 다수인 기사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과 연관된 기사 수를 미담 기사가 압도하는 보도 행태가 상식적인지 묻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태그:#김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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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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