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에는 지금 '독극물'이 흐른다. 10년 곪아 터진 4대강 환경재난이 사회재난으로 확산하는 현실, 정부는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이수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이 25일 오전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낙동강국민체감녹조조사단 결과 발표를 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조사단은 지난 4~6일 낙동강 하류 김해대동선착장에서 상류 영주댐까지 물(수질)과 흙(퇴적토), 저서생물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분석했다.
그 결과, 낙동강은 강물과 농산물, 수돗물에 이어 바다에서도 녹조 독소가 검출되었고, 특히 알츠하이머 등 뇌질환 유발 신경독소(BMAA)가 부산 다대포해수욕장과 낙동강 레포츠벨리에서 검출됐으며, 녹조 물이 들어간 논에서 고농도 마이크로스시틴이 나왔다.
낙동강은 이명박정부 때 4대강 사업으로 8개 보가 생겼고, 이로 인해 물 흐름이 정체되면서 매년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보 수문 개방을 계속 요구해왔다.
마이크로스시틴 3922ug/L 검출, 미국 물놀이 기준 490.2배
일반적으로 '녹조'로 불리는 남세균은 '광합성을 하는 독특한 세균'을 말하고, 환경부는 '유해 남조류'로 부른다. 녹조는 마이크로스시틴 등 여러 독성물질을 만들어낸다.
조사단에 따르면, 이승준 부경대 교수가 환경부 동일 측정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 7월 26일 강정고령보 문산취수장 취수구 앞 유해 남조류 세포수가 102만셀/㎖ 검출됐다.
녹조는 바다에도 퍼졌다. 지난 12일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대규모 녹조가 발생했는데 이는 2017년 이어 두 번째이다. 다음 날 거제 농소몰동해변과 흥남해수욕장, 덕포해수욕장 인근에도 녹조띠가 나타났다.
조사단은 낙동강 본류 23개, 양산 지역 논 7개, 다대포해수욕장 1개 샘플을 이승준 교수팀에 의뢰해 '효소면역측정법'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다대포해수욕장에서는 알츠하이머와 루게릭병 등 뇌질환을 유발하는 물질(BMAA)이 1.116ug/L 검출됐고, 이는 국내 첫 사례다. 이 물질은 남세균이 질소와 토양미생물 등과 반응해 형성된다.
또 같은 장소의 물에서는 발암물질과 간독성, 생식 독성을 가진 마이크로시스틴이 10.06ug/L 검출됐다. 이는 미국(USEPA) 물놀이 기준(MCs 8ug/L)을 초과한 것이다.
낙동강 레포츠벨리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388ug/L 검출됐고, 이는 미국 물놀이 기준의 48.5배다. 낙동강 레포츠벨리 퇴적토에서는 4종의 남세균 독소 모두 검출됐고, 특히 BMAA가 3.247ug/kg 나왔다.
농업용수도 안전하지 않았다. 낙동강 물을 끌어다 쓴 경남 양산 지역 논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 5079ug/L이 검출됐고 이는 미국 물놀이 기준의 634.9배에 달했다. 또 낙동강 본류 농업용수 취수인 도동양수장(경북) 취수구에서는 마이크로스시틴 3922ug/L이 검출(미국 기준 490.2배)됐다.
상수원도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조사단은 낙동강 전 지역에서 고농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은 상수원 불안을 가중하는 현상으로, 수돗물 신뢰도에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 결과, 낙동강 본류 최대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3922ug/L(도동양수장)으로, 이는 미국 물놀이 기준의 490.2배에 달한다. 조사단은 "낙동강 녹조 창궐에 따른 고농도 남세균 독소 문제는 낙동강만의 특수성이 아니라 '상수원 불안'이라는 보편성을 갖게 해 다른 지역 수돗물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영주댐 선착장에서는 아나톡신이 3.945ug/L 검출됐다. 조사단은 "2020년 국립환경과학원은 낙동강의 최대 아나톡신을 0.28ug/L(상주‧성주 지점)라고 밝혔다"며 "단순 비교했을 때 영주댐 선착장 검출 아나톡신이 14배 높다"고 했다.
퇴적토에 대해도 조사단은 "남세균 독소는 물속 생명체에 축적되면서 수생태계 건강성 악화를 시킨다"며 "퇴적토 남세균 독소는 물에 존재하는 독소보다 분해가 느릴 수 있으며, 지속해서 물에 용해돼 장기간 유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논 토양 검출 남세균 역시 지속해서 남세균 독소를 유출할 수 있으며, 농산물에 축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 흐르게 하는 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
이수진 의원,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은 회견문을 통해 "지난 8월 초 수거한 녹조와 퇴적토에서 신경독소인 아나톡신과 신장을 망치는 신린드로스퍼몹신 그리고 알츠하이머와 루게릭병 등 뇌 질환을 유발하는 BMAA란 독소까지 검출됐다"고 했다.
또 "녹조 가득한 논에서는 미국 연방 환경보호청 물놀이 기준을 490배 넘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이 녹조 독소가 쌀과 농산물에 축적돼 우리 국민의 건강을 위협한다"고 이들은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녹조가 창궐한 상황에서 보 수문을 개방함에 따라 녹조는 다대포해수욕장과 거제 지역 해수욕장 등에서 발견됐다. 다대포해수욕장에선 남세균 신경독소인 BMAA가 검출됐다"며 "해수욕장 녹조 창궐에 따라 여름 휴가철 관광객은 경악했고, 주변 상인들은 매출 감소에 따라 울상을 지었다"고 했다.
또 이들은 "낙동강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녹조 문제 해결 없이는 국민 불안은 해소되지 않는다. 낙동강 대규모 녹조 창궐이라는 환경재난이 국민 불안을 야기하면서 사회·경제적 피해로 이어지는, 말 그대로 사회재난에 이르렀다"며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따졌다.
이들은 "4대강사업이라는 예견된 환경재난을 지난 10년 동안 국가는 방치했다. 그에 따른 재난은 규모가 커져 이제 사회재난이 돼 우리 국민을 공격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라며 "강을 흐르게 하는 것이 우리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는 걸 절대 망각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수진 의원,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가톨릭관동대 교수), 강호열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 곽상수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각각 발언을 통해 낙동강의 심각성을 거론하며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