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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장은 2일 점심시간에 손팻말을 들고 국민의힘 경남도당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노경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장은 2일 점심시간에 손팻말을 들고 국민의힘 경남도당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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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교육연대는 8일 "교육부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정책을 즉시 중지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만 5세 초등입학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 "친구와 놀이로 관계 맺고 성장할 유아의 권리를 보장하라", "초등돌봄 공백 해결하고 유아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경남교육연대는 6‧15경남본부, 거제교육연대, 경남진보연합, 전국교수노조부울경지부, 전국교육공무직노조경남지부,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 김해교육연대, 마산YMCA, 민주노총경남본부, 어린이책시민연대경남, 우리교육공동체, 전교조경남지부, 진주교육사랑방, 참교육동지회, 참교육학부모회경남지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경남지부, 진주교육공동체 결, 청만행웅, 전국여성노동조합경남지부로 구성되어 있다.

다음은 성명 전문이다.

<성명> 교육부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정책을 즉시 중지하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새 정부 교육부 업무계획을 보고하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낮추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밝혔다. 2025년부터 4년(논의에 따라 6년) 동안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내용이다.

만 5세 유아를 대상으로 한 초등취학 연령 하향 정책은 어떠한 사전 논의나 의견수렴 과정도 없이 졸속으로 발표되었다. 대통령 공약에도 없었고, 인수위 논의조차 없었던 일이며, 교육계 내부의 논의나 요구도 없었던 것으로 학부모뿐만 아니라 교육청조차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학제 개편은 우리 교육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사전 조사·연구를 토대로 학교 현장, 학부모,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수렴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할 사안이다.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겠다는 교육부의 발표에는 어떠한 교육적 논리도 찾을 수 없다. 교육부는 업무보고에서 아이들을 미래의 '산업인력'으로 표현하였다. 산업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만 5세 유아부터 조기교육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취학연령 하향을 교육적 관점이 아닌 경제적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만 5세 유아들의 발달 단계에서 어떤 방식의 교육이 가장 적절한가?' 하는 것이다. 영유아기의 발달은 연령 간에 연속성이 높고 개인차가 크다. 이런 이유로 유아교육은 획일화된 연령을 기준으로 아이들을 평가하지 않고, 개인 간의 발달 수준 차이와 놀면서 배움이 이루어지는 유아들의 특성을 존중하여 놀이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 발달단계가 이르지 못한 만 5세 유아들에게 초등학교 교실에서 책걸상에 앉아 40분 수업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다. 정부는 아이들을 '미래의 산업인력'이라는 수단적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존재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취학 연령 하향의 이유로 뜬금없이 '교육격차 해소'를 들고 있다. 현 교육체제가 교육격차를 심화시키는 근본 원인은 대학 서열화와 이로 인한 입시경쟁 교육에 있다. 그런데도 여기에 대해서는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고 만 5세 취학연령 하향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히려 만 5세를 초등 학제로 편입시키면,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져 선행교육을 위한 사교육이 더욱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뛰어놀면서 체력을 기르고 능동성과 사회생활에 대한 자신감을 길러야 할 아이들이 입시 경쟁에 더욱 빨리 노출되어 유아기부터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교육 불평등이 가속화될 것이다. 만일 기존의 영유아 교육 및 보육체계가 교육격차를 유발하는 부분이 있었다면 만 5세 유아를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편입하여 입시경쟁에 조기에 노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가 질 높은 교육과 보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공립 어린이집과 국공립 유치원의 확대, 만 3세 이상 누리과정 완전무상화, 유아교육 의무화 등을 통해 보육과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을 높이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졸속으로 밀어붙이는 학제 개편으로 인해 맞벌이 부부 등 돌봄 공백 문제에 당면한 부모들은 불안감을 커져만 간다. 직장맘들의 휴직, 퇴사가 많이 이루어지는 시점이 학령기 아동의 시작인 초등 1학년부터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8살 아이들도 초등돌봄교실에 가지 못할 경우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학원 뺑뺑이를 하고 있는데, 만 5살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현재 1학년, 2학년에만 있는 전일제 돌봄을 좀 더 확대하는 등 돌봄 공백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또한 근본적으로 육아휴직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통해 어린이들이 가정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경남교육연대는 만 5세 취학연령 하향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1. 만 5세 초등입학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
2. 친구와 놀이로 관계 맺고 성장할 유아의 권리를 보장하라!
3. 초등돌봄 공백 해결하고 유아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라!

2022년 8월 8일. 경남교육연대.

태그:#경남교육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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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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