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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 사체를 이용한 포토존 마케팅 행사 사진
 상어 사체를 이용한 포토존 마케팅 행사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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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이마트 매장 수산물 코너에서 상어의 사체로 포토존 마케팅 행사를 열어 논란이 일었다. 이마트는 지난달 31일 용산점 지하1층 수산물 코너에 상어 포토존을 설치하고 눈을 뜬 채 피를 흘리는 상어를 얼음 위에 전시했다. 그리고 이를 '이마트 용산점 만의 특별한 이벤트(포토존)'라고 홍보했다.

소비자들이 SNS 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이마트는 상어의 사체 옆에 홍보 안내판을 설치하고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캐릭터인 핑크퐁의 아기상어 이미지와 함께 상어 사진을 잘 찍는 방법과 SNS 업로드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실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 사이에서 동물 학대 논란이 일자 이마트측에서는 해당 이벤트 홍보 SNS 게시글을 삭제하고 상어 사체도 치워버렸다. 

이마트 관계자는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지난 5월부터 수산물 매장 내에서 가오리, 부시리, 개복치 등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이색 어종 전시를 해왔다"며 "상시적인 건 아니고, 비정기적으로 진행해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시와 매장 운영에 있어 소비자들의 정서를 잘 헤아리지 못해 불편하게 한 점에 사죄드린다"라며 "소비자의 의견을 경청해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상어 사체를 이용한 포토존 마케팅 행사 안내문
 상어 사체를 이용한 포토존 마케팅 행사 안내문
ⓒ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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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는 비단 올해에만 발생한 문제는 아닌 듯하다. 지난 2015년에도 이마트를 방문한 소비자가 대형 상어의 사체가 전시된 사진을 SNS에 올렸던 것을 보면, 이전에도 이마트 매장에서 사용했던 마케팅 행사로 추정된다.

피를 흘리는 동물의 사체를 식용도 아니고 마케팅 도구로 이용했다는 것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행사에 사용된 상어가 멸종위기에 처한 백상아리이며, 국제협약으로 무역거래가 금지된 CITES 2급 종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CITES 국제협약에 가입했으나 이렇게 멸종위기종의 사체를 구해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법적으로 아무런 규제를 취하지 않는다는 점도 의아하다.) 

이마트 관계자의 해명은 더 심각하다. 이미 2015년부터 비정기적으로 애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마케팅에 사용했다고 스스로 '고백'한 대형 해양동물 상어, 가오리, 개복치는 모두 멸종위기종이다.
  
2021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발표에 따르면, 상어와 가오리는 355개 종이 멸종될 위기에 처해있다. 이는 전체 상어와 가오리 종의 36%에 해당하며, 2014년보다 무려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복어목에 속하는 독특한 외양의 대형 어류인 개복치 역시 '취약'(VU, Vulnerable) 단계의 멸종위기종이다.

많은 해양생물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바와 같이 상어는 건강한 해양생태계 유지에 아주 중요한 동물이다. 바닷 속 최상위 포식자로서 전체 해양동물들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상어가 멸종되면 이들이 먹이로 삼는 하위 포식자들이 과잉 증식하게 되어 먹이사슬 말단에 위치한 생물들의 개체수가 줄어들거나 심지어 생산자 역할을 하는 해양생물들이 멸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어는 인간의 무분별한 어업으로 인해 매년 거의 1억 마리 씩 죽어가고 있다. 상어 지느러미 요리, 상어 간으로 만든 스쿠알렌 등도 남획의 원인이 되지만, 기업형 어업에서 참치 등을 잡기 위해 사용하는 축구장 60배 크기의 거대한 그물이나 수십킬로에 달하는 낚시줄 때문에 엄청난 수의 상어가 혼획으로 함께 희생된다.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상어는 50년 전보다 개체수가 70%나 줄었으며, 호주 해양과학연구소는 상어가 이미 기능적으로 멸종 상태에 직면했다고 발표했다.

즉, 이마트는 그동안 멸종위기 해양생물의 사체를 돈벌이에 이용해 왔다는 것인데,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 경영, ESG 경영 등을 홍보하고 있는 작금의 시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마트가 보여준 환경 및 생명윤리 의식은 실로 개탄스러울 뿐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해양동물에 대한 인식의 심각성은 이마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SBS News는 이마트의 상어 마케팅 기사를 다루면서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는데, 이마트의 행사가 옳지 않다는 의견이 54%로 과반이었지만 '어차피 상어도 물고기인데 문제없다'는 의견이 41%나 되었다.

상어도 물고기이니 문제없다는 시민들의 인식은 해양 생물을 '고기'로 바라보는 시각에 고착되어 있다. 과연 바다에 사는 동물들은 모두 물고기니 마구 죽여도 되는 것인가? 바다에는 수많은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간다. 해양생물에 대한 지식 수준이 많이 높아지고, 언론도 다양한 정보를 소개하지만, 아직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 사는 생물들은 먹지 않아도 물고기이니 죽여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다수의 시민들이 가진 이 시각은 실제 기업활동에 그대로 반영된다. 기업형 어업의 선단은 수많은 '물고기'를 잡아 멸종위기로 몰아넣고(우리나라 국민들이 무척 즐기는 참다랑어 역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그 과정에서 상어, 고래, 돌고래, 바다거북이 수없이 혼획으로 죽어나간다.

이렇게 죽고 죽이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이미 바닷속의 어류들은 남획에 의해 심각하게 줄어든 상태다. 2021년 동아사이언스에 따르면 저명한 캐나다의 해양생물학자가 2048년 전 세계의 식용 해양생물이 붕괴상태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측했고, 캐나다, 독일, 호주의 공동 연구팀은 현재 개체수가 충분히 유지되는 해양 생물은 18%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이미 이렇게 심각한 위기 수준인데 최고 포식자인 상어종이 멸종한다면 해양 생태계는 순식간에 붕괴될 것이고 머지않아 바다는 텅 비게 될 것이다.

바다가 빈다는 것은 단지 수산자원의 고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생태계가 붕괴된 바다는 더 이상 온실가스를 흡수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가 숨쉬는 산소를 공급하지 않는다. 산불, 홍수, 해일, 폭염 등의 기후 재난이 폭증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의 미래, 노년의 우리와 다음 세대 자녀들은 초토화된 환경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정부도, 기업도, 시민들도 기후위기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한다. 지속가능성의 의미가 무엇인가.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우리와 우리 다음 세대가 누릴 수 있는 지구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를 보면 아무도 진지하게 지속가능성을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돈벌이에 도움이 되면 멸종위기종의 사체를 자극적인 마케팅에 활용하고, 당장의 생선을 맛있고 싸게 먹기 위해 어업이 수많은 해양 생물종을 멸종위기로 몰아넣는데도 어차피 물고기이니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 어느 누가 우리 자녀들이 적어도 지금 수준의 해양 환경을 누릴 수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비단 해양 환경 뿐 아니다. 공장식 축산이 심각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수십억 마리의 가축을 위한 사료를 재배하기 위해 아마존 숲이 불타고 있다는 뉴스가 알려져도 도시의 먹자 골목에는 수많은 고기가 오늘도 불에 구워지고 고기집은 손님들로 차고 넘친다. 온실 가스에 우리 자녀 세대가 심각한 기후재난을 당해도 당장 혀끝에 닿는 육즙과 씹히는 살점이 주는 쾌락이 더 중요한 우리니까. 

우리가 미래를 잊지 않고 있다면, 우리 다음 세대와 자녀들에게 남겨줄 바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정부와 기업, 시민들이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을 실천해야 한다.

첫째, 정부는 멸종위기 해양생물의 국내 포획, 유통을 철저히 금지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1993년에 이미 CITES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멸종위기 상어종의 수입 및 국내 포획/유통에 대해 특별한 단속과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이마트가 백상아리를 어디서 구매했는지 명확히 조사해서 혹시 CITES 협약 위반임이 밝혀지면 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국내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상어에 대한 포획 및 유통 금지를 법제화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멸종위기종 포획을 허용하면서 국제 거래만 금지한다면 CITES 가입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 나아가서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어고기 수입 규모 자체를 점차 줄여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2010년 기준 한해 2만 5천마리의 상어를 소비하는 세계 8위의 상어고기 수입국으로, 해양생태계를 붕괴시킬 수 있는 상어종의 멸종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반환경국가 꼬리표는 떼어내야 하지 않겠는가. 상어 포획 및 국내·국제 유통에 대한 규제를 신설하고 강화해야 한다.

둘째, 기업들은 지속가능 경영이라는 허울좋은 마케팅 구호만 외치지 말고 핵심 사업에서 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경영을 실천해야 한다.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이 환경에 관심을 갖다보니 많은 기업들이 환경을 해치는 자사의 핵심사업을 혁신할 목표와 전략은 준비하지 않은 채로 환경을 위하는 척, 그린 워싱 홍보성 행사로 소비자들을 현혹하려 한다.

이마트의 모기업인 신세계 역시 최근 계열사 신세계 푸드에서 '더 베러(The Better)'라는 대안육 브랜드를 출시하며 지구환경에 기여하겠다고 홍보하는데, 새로운 상품 출시나 사업도 좋지만 신세계가 가장 많은 수익을 벌어들이는 기존 유통 사업에서 친환경적인 개선 모습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반환경 사업을 유지하는 제조업체의 상품 거래량을 줄이는 것도 한가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멸종위기에 처한 참치 회나 통조림 제품을 매대에서 점진적으로 줄여나간다면 정말 혁신적인 지속가능 경영이 될 것이다.

셋째, 시민들은 이제라도 해양 생물이 인간들에게 식량으로 먹히기 위해 존재하는 생명이 아님을 깨닫고 지속 가능한 소비를 해야 한다. 바다의 생명은 그 존재 자체로 지구 환경을 떠받치고 있다. 식도락에 정신이 팔려서 멸종에 이를 때까지 닥치는 대로 생명을 죽이고 소비한다면 지구 환경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 지구에 동물이 존재하는 목적이 인간들에게 살을 내어주고 가죽을 내어주고 오락 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거나 분리수거를 하면서 자연을 보호하고 있다는 환상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동물이 없는 자연은 존재하지 않는다. 먹을 수 없거나 입을 수 없는 동물은 다 멸종시켜 버리고 지구를 인간들이 먹고 입을 수 있는 가축과 양식 어종으로만 가득 채워버린다면 인간이 맞이할 세계는 환경 재난을 넘어서 환경 지옥이 될 것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참치나 상어 등은 소비하지 말고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공장식 축산과 기업형 어업의 상품 소비를 줄여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미 많은 학자들과 환경단체들이 수없이 반복해 온 이 메시지가 또 하나의 공허한 울림이 되지 않을까. 이 사회가 진정으로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게 될까. 우리 자녀들을 위한 미래의 지구환경은 기업들의 돈벌이와 무심한 시민들의 식도락에 의해 점점 사라져간다.

상어 한 마리에 너무 과민한 거 아니냐고? 인터넷에 '상어 멸종위기'라는 검색어만 입력해도 생물학자들과 언론의 경고가 쏟아져 나온다. 유럽이 불타고 있는 올해 여름이다. 내년에는 서울이 불타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장담하는가.

태그:#상어, #포토존, #멸종위기, #기후위기, #지속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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