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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새벽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성 상납 의혹 관련해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았다. 당원권 정지 6개월은 중징계라 이 대표 정치생명에 큰 타격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강하게 반발했고, 이 대표와 친윤계가 전면전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주말을 지나며 이 대표는 잠행했다. 국민의힘도 예상과 달리 이번 일을 궐위가 아닌 사고로 규정하고 6개월 동안 권성동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 대행 맡기로 정리했다. 이대로 논란이 끝날까? 국민의힘 상황이 어떤지 듣기 위해 지난 14일 천하람 국민의힘 혁신위원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천 혁신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권력 투쟁이다, 아니다? 양극단 주장 다 진실 아냐"
 
천하람 국민의힘 혁신위원
 천하람 국민의힘 혁신위원
ⓒ 천하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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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석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았잖아요. 갈등이 생각보다 빨리 잠잠해졌어요. 이대로 끝날까요?

"현재 당내에 있는 대부분 사람이 조용히 지냈으면 좋겠단 생각을 굉장히 강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 지지율도 많이 흔들리기 때문에 이 대표를 사퇴시키고 전당대회 빨리하자는 사람들도 목소리가 크지 않고요. 이 대표도 가처분 신청을 포함한 법적 투쟁에 나서거나, 여론전을 세게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다소 고요한 상태가 지속될 것 같습니다."

- 이게 언제까지 갈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한국 정치에서 6개월은 매우 긴 시간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계기가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이준석 대표에 대한 수사가 더 진척돼서 어떤 증거가 더 나온다거나 기소가 이루어지는 식의 내용들이 나오게 되면 이준석 대표의 사퇴를 원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고요.

반대로 최근 나온 여론조사들을 보면 이준석 대표에 대한 징계가 어떤 정치적인 권력 투쟁이라고 보는 국민이 좀 더 늘어나고 있어요. 즉, 사실관계 변화나 여론의 변화가 있어야만 추가적인 움직임이 나오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 이렇게 된 원인은 뭐라고 보세요?

"윤리위 징계가 전적으로 권력 투쟁으로 일어났다거나 전적으로 권력과 무관하게 일어났다는 양극단의 주장은 모두 다 진실을 담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이준석 대표 징계와 관련해서 징계할 만한 기본적인 (사안이) 존재할 수도 있겠죠. 다만 제가 봤을 때 윤리위에서 밝힌 것처럼 성 상납이라는 본체가 충분히 드러났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점을 놓고 본다면, 연달아 선거 승리로 이끈 여당 대표를 윤리위 징계를 원인으로 내보낸다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소위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그분들의 일치된 의견이 있지 않았을까, 라는 추측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요. 또 한 가지, 근본적으로는 이준석 대표가 본인이 가진 힘에 비해서 의욕이 과다했습니다."

- 무슨 말인가요?

"이준석 대표는 당내 특히 원내에서 본인의 세력 기반이 굉장히 취약합니다. 이 대표에게 우호적인 의원은 넓게 잡아봤자 20% 정도라고 보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선거 이기고 바로 혁신이라는 걸 띄우고 공천 개혁까지 얘기하기 시작했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이준석 대표가 당내 세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이겨야 된다는 명분을 가지고 밀어붙였던 겁니다.

근데 이제 선거가 끝났잖아요. '명분도 없고 당장 눈앞의 발등에 떨어진 상황도 아니고 힘도 없는 이준석 대표 얘기를 우리가 굳이 왜 들어야 되는 거지'라고 원내의 많은 의원이 생각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준석 대표가 본인이 가진 힘에 비해서 과도한 의욕이 있었던 것, 그리고 과도한 개혁을 밀어붙였던 것이 이 사태를 꿰뚫는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간다면 정치를 보는 관점과 방법론 자체가 굉장히 다릅니다."

- '윤핵관' 측은 이 대표가 혁신위를 만들어서 자기 사람 꽂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으로 보잖아요?

"그런 시각이 있죠. 그간 자기 사람 꽂아놓고 세력을 만들고 조직을 만드는 정치를 해 온 사람은 혁신이나 공천 개혁, 또는 시스템 바꾸자고 해도 과거의 시각으로만 보게 되는 거죠. 제가 이준석 대표의 모든 것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이 대표가 얘기하는 공천 개혁이 자기 사람 꽂아 넣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번 지방선거 때 공천관리위원을 했었습니다. 그때 이준석 대표가 자기 사람 꽂아 넣지 않았어요. 자기 사람 꽂아 넣을 거면 당장 자기가 당 대표로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선거에서 자기 사람 적극적으로 꽂아 넣어야죠. 자기 임기 안에 있는 선거에서 자기 사람을 꽂아 넣지 않으면서 자기 당 대표 임기 끝나서 있는 선거에 자기 사람 꽂아 넣기 위해 시스템을 바꾼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 지금 공천 시스템 바꾼다고 해도 다음 당 대표가 바꾸면 그만인데 의미가 있을까요?

"맞는 말씀입니다. 이준석 대표가 시스템을 바꿔도 다음 당 대표가 바꿔버리면 그만이죠. 그렇지만 누가 봐도 과거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고 투명해지고 예측 가능한 형태로 공천 개혁을 해놓으면 다음 당 대표가 와서 명분 없이 그걸 '바꿔버리겠다. 그냥 내 마음대로 대표 마음대로 사천 하겠다'라고 하는 것에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공천 개혁 작업을 하는 것이 전적으로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친윤계와 이준석, 선거 때부터 격렬하게 부딪혀"

- 일부에선 '지난 대선부터 친윤계가 이 대표를 날리려고 했다'는 주장도 있던데.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렇지만 일단 친윤계와 이준석 대표는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굉장히 격렬하게 부딪혔던 게 사실입니다. 선거 운동을 해나가는 전략이나 당시 정국을 보는 시각이나 이런 거에서 굉장히 큰 차이가 있었거든요. 그리고 이준석 대표가 두 차례에 걸쳐서 선대위에서 뛰쳐나가지 않았습니까? 그런 거에 대해서 친윤계 의원들은 굉장한 불쾌감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런 것이 지금 이준석 대표의 처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저는 배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그게 친윤계 생각인가요. 아니면 윤 대통령 의중이 담긴 걸까요?

"친윤계와 대통령에게 물어보셔야겠지요. 다만, 저는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에 대한 징계에 강하게 반대하셨다면 이건 가능하지 않았을 겁니다. 최소한 대통령께서는 본인께서 계속 말씀하듯이 당정 분리를 원칙으로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봅니다."

- 당원권 정지 6개월 지나면 이준석 대표가 대표직 복귀한다는 것 같아요. 하지만 당원권 정지 6개월이면 중징계인데, 징계 후 복귀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가기도 합니다. '징계가 말도 안 된다는 방증 아닌가'라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을 듯합니다. 

"결국 모든 것은 여론의 문제입니다. 이번 징계가 정당했다는 여론이, 예를 들어 저희 당 지지층의 70% 이상이라면 이 대표는 복귀 못할 겁니다. 근데 지금 여론의 흐름이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상적으로 열에 여덟아홉, 최소한 열에 일고여덟 정도는 설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있는 징계여야만 그 결과가 정무적으로 힘이 있고, 당내 혼란을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징계가 잘 됐는지 잘못됐는지에 대해선 5대 5로 갈려요. 최근 나온 여론조사 보니까, 이준석 대표가 심지어 차기 당 대표 선호도에서 1등을 했습니다. 6개월 징계받은 당 대표가 차기 당 대표 선호도 1위가 나온다는 게 말이 됩니까? (넥스트 위크 리서치가 KBC광주방송·UPI뉴스 의뢰로 12~13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 대상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설문한 결과 이준석 대표 22.9%, 안철수 의원 20.4%, 나경원 전 의원 12.0%을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그만큼 이번 징계가 정무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 '경찰 수사 발표 나오고 그에 따라 징계해도 될 텐데 왜 지금 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당에서 명확하고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않았으니, 명분을 가지기 위해서는 경찰 수사 결과 정도는 지켜봤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정확하게는 기소 여부를 봤다면 더 좋았겠죠. 아마 그렇게 하면 이준석 대표가 임기를 거의 그대로 마치게 되는 결과가 나올 것을 우려해서 빨리 징계했던 것 같습니다."

- 이번 징계와 관련해서 '성 상납에 대해서는 보지 않고 증거 은폐에 대해서만 봤다'고 했는데요. 성 상납이 있었어야 증거 은폐가 성립하지, 성 상납이 없었다면 증거 은폐가 성립 안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성 상납이라는 범죄 행위가 존재하지 않으면 장 이사라는 사람 만나보라고 사람 보냈던 거나 그 사람과 관련해서 어떤 7억 원의 각서를 받았다거나 하는 건 문제가 안 됩니다. 뭔가 범죄가 있어야지 그 범죄를 인멸하려고 하는 시도가 문제가 있는 거죠. 그런 면에서 이번 징계는 성 상납이라는 본체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걸 윤리위가 스스로 자백한 거라고 봅니다."

- 만약에 이 대표가 물러날 경우에 도로 자유한국당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던데.

"그럴 가능성이 높죠. 그런데 저는 이준석 대표가 안 좋은 형태로 쫓겨날 경우 도로 자유한국당보다 더 안 좋을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자유한국당 때는 젊은 사람들이 그냥 자유한국당에 대해서 무관심했습니다. 이준석 대표를 토사구팽의 형태로 쫓아낸다고 대중들이 인식한다면, 이준석 대표를 지지했던 많은 사람은 단순히 무관심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배신감을 느낄 겁니다. 그래서 도로 자유한국당보다 더 최악인 형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칫 잘못하면요."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정 수행 지지도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데드 크로스를 넘어 긍정 평가가 30%대를 기록했습니다. 임기 초인데 30%면 심각한 것 아닌가요? (한국갤럽이 12~14일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자의 32%만 윤 대통령이 현재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매우 심각합니다. 지지율이라는 게 단순히 대통령 한 명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고요. 정부가 하는 모든 일, 그리고 국정 동력과 연동된 겁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진다고 하면 국정 동력 자체가 그만큼 떨어집니다. 국정 동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얼마나 심각한 얘기냐 하면 우리가 한 해에 607조 예산을 쓰는데요. 이 예산을 투입했을 때 나오는 성과가 그만큼 적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 정부 여당은 이 지지율의 추위에 대해서 항상 굉장히 아주 민감하게 그리고 아주 진지하게 접근해야 하는 거고요."

- 국민의힘에서는 지지율 하락한 원인은 뭐라고 보세요?

"가장 큰 원인은 공정과 상식에 대한 기대가 어긋났다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 초창기 때 어마어마하게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그때도 촛불혁명으로 새로운 정부를 보고 싶다는 열망이 전 국민적으로 있었는데, 조국 사태 등을 지나며 지지율이 많이 빠졌거든요.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슬로건이 공정과 상식인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음주운전 했던 사람이 장관이 되고, 이런저런 논란이 불거지고, 대통령과 친해 보이는 사람들 위주로 좋은 자리에 앉고... 이런 식의 문제들을 많이 노출하다 보니, 국민들이 보기에 '이게 무슨 공정과 상식이냐'고 했던 것 같습니다. 

또, 그런 논란이 있었을 때 국민들 앞에 진솔하게 부족함을 인정하고 송구스럽다고 했었어야 했는데 전 정권 탓을 하거나, 비교했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국민들께 많은 실망감을 드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가장 문제가 인사 같은데, 검증이 안 되는 걸까요. 아니면 이 정도는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케이스 별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 같은 경우 본인이 검증 동의서를 제출하고 실제로 후보자로 지명을 받는 데까지 며칠 안 걸렸다고 언론에 얘기한 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짧은 기간 내에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질 수가 있겠습니까? 검증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고요.

반대로 이번에 공정거래위원장에 후보자로 지명됐던 송옥렬 교수 같은 경우 본인이 2014년에 만취해서 했던 성희롱성 발언을 인사 검증하는 측에 알렸다고 했습니다. 어쨌거나 그런 사실을 알고도 지명한 거거든요. 검증은 됐지만, '정무적으로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다소 안일하게 판단한 것도 있는 듯합니다."

- 앞으로는 바뀔까요?

"그래도 법무부에서 인사정보 관리단이라는 것을 만들었고요. 송옥렬 교수가 거기에서 검증한 첫 케이스였습니다. 그래도 검증하면서 뭘 놓칠 가능성은 조금 줄어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사정보 관리단이 꾸준히 검증하면서 노하우가 쌓이면 조금 더 전문성이 올라올 거라고 봅니다.

결국 마지막으로는 정무적인 판단이 중요한 건데요. 지금 저희 집권 초기에 이런 인사 문제들에 대해 소위 보수 성향의 언론이라고 하는 언론들에서도 굉장히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무적으로 조금 더 엄격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통령실도 아마 인식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 게재합니다.


태그:#천하람, #이준석, #국민의힘, #권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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