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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연세대학교 재학생이 학내 청소노동자들의 집회에서 발생한 소음이 강의에 방해된다며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한 사건이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이후 이 고소는 취하하였지만, 재학생 3명이 다시 노동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다.

연세대분회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청소노동자들은 왜 학교를 상대로 투쟁하고 있는지, 공공운수노조 연세대분회 김현옥 분회장을 만나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장맛비가 내리는 오후, 노천극장 건물 1층 노조 사무실에서 진행하였다.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김현옥 분회장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김현옥 분회장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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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김현옥이라고 합니다. 민주노총 서울지역 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학교 분회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노동조합에는 경비, 주차, 시설, 미화의 4개 직종이 있습니다. 전부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된 간접고용 노동자입니다."

- 청소노동자분들의 일과는 어떻게 됩니까?

"청소노동자는 대부분 60대 여성인데요. 새벽 6시부터 업무 시작인데 지하철이나 버스 첫 차 타고 6시보다 이전에 출근합니다. 학생이나 교직원이 아침에 오기 전에 다 청소해놓아야 하니 일이 많습니다. 6시에 오면 일을 마무리하지 못할 수 있기에 대부분 업무시간보다 일찍 출근합니다. 새벽에 나와 아침까지 분주하게 일을 마치면 피곤하니 9시부터 10시까지 휴식 시간에는 주로 잡니다. 10시부터 1시까지는 돌아다니며 쓰레기통 비우고 화장실 휴지 채우는 일 등을 합니다. 1시부터 2시까지는 점심시간이고요. 오후 일을 마치고 4시에 퇴근합니다. 큰 건물은 한 층마다 1명씩 배정되어 일하고요. 작은 건물은 혼자서 청소하기도 합니다."

노동조합이 있어 쟁취한 청소노동자의 권리

- 어떻게 노동조합을 하게 되셨어요?

"저는 미싱을 30년 정도 오래 했었습니다. 그런데 미싱 일이라는 게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해요. 봉제 업체를 운영하는데 비수기에도 직원들 월급은 주어야 하니 벌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인이 연세대학교에서 청소 일을 한다기에 나도 해보고 싶다고 했죠. 힘들어 못 할 거라며 말렸습니다. 하지만 '태어나면서 청소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소개를 부탁해서 이력서를 냈고, 다음날부터 학생회관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08년에 입사했는데요. 손이 붓고 허리도 아프고, 처음에는 힘들었지요.

저는 오래전에는 노동조합을 싫어했었습니다. 예전에 양장점에서 일했을 때는 시위하면 경찰이 최루탄을 터뜨려 콧물, 눈물이 쏟아져 일도 못 하고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데모하는 노동자들은 다 잘라버리고 새로운 사람 뽑아야 한다고까지 생각했어요.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일을 시작했는데 일하다 보니 노동조합이 내 권리와 목소리를 찾아주더라고요. 하청업체 관리소장도 우리한테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요. 점차 노동조합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조직이란 걸 몸으로 느끼게 되었고 조직부장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지요. 이후 부분회장을 거쳐 올해는 분회장까지 맡게 되었네요."

- 노동조합은 어떻게 결성되었습니까?

"제가 일하기 몇 달 전인데요.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하청용역업체의 관리소장이 우리 청소노동자들한테 자기가 운영하는 음식점과 다니는 교회를 청소하라는 갑질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조금만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줌마 집에 가서 애 보세요'라며 즉시 해고해 버렸습니다. 당시에는 현장소장 말이라면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최저임금도 못 받았는데, 그 현장소장이 서류상 노동자 수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얼마 되지 않는 우리 임금을 착취도 했었다고 합니다.

이런 억울하고 속상한 일을 우리가 평소 안면 있는 대학생들에게 이야기했어요. 이에 살맛(노동이 살맛나는 세상을 꿈꾸는 연세대 학생 모임)이라는 동아리 학생들이 우리에게는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살맛' 학생들이 노동조합 시작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고마운 일이죠. 지금도 그 동아리 출신으로 졸업해서 사회에 진출한 학생들하고 연락합니다. 졸업생 중에는 연세대분회가 소속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에서 일하는 분도 있습니다.

학생들과 꾸준하고 은밀한 노력을 거쳐 2008년 노동조합이 출범하였습니다. 노동조합이 출범하고 투쟁을 통해 문제의 관리소장을 내쫓고, 관리소장이 갈취했던 3억5천만 원의 임금을 받아냈습니다. 노동조합 사무실도 확보하고 노조 활동을 본격적으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청소, 경비노동자만 가입했는데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주차관리, 시설관리노동자까지 조합원으로 조직되었습니다. 한국노총 노동조합이 생기며 조합원이 좀 빠져나가서 현재는 360여 명 정도가 우리 민주노총 조합원입니다."

- 하청업체와의 관계는 요즘은 어떻습니까?

"예전에 비해 하청업체와의 갈등이 많지는 않습니다. 초과 수당은 제대로 지급되고 있고 산재 처리도 큰 문제 없이 되고 있습니다. 산재로 결원이 생기면 임시로 다른 분을 채용합니다. 최근에는 한 현장소장이 우리에게 폭언한 적이 있어 노조에서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결국 그 소장은 사직했습니다."

기본적인 요구들 : 인력충원, 생활임금, 샤워실 설치
 
노동조합이 연세대학교 총무과 앞에서 연좌 시위를 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연세대학교 총무과 앞에서 연좌 시위를 하고 있다.
ⓒ 김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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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를 포함한 13개 대학의 청소노동자들은 현재 생활임금 쟁취, 정년퇴직자 발생에 따라 줄어드는 인력충원과 구조조정 반대, 안전한 노동을 위한 휴게시설 개선과 샤워실 설치를 내걸고 투쟁하고 있다.

"3월 28일부터 쟁의를 시작하였습니다. 최저임금 인상분만큼의 임금 인상과 퇴직자 인력충원을 원청인 학교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임금협상은 매년 하는데요, 올해는 최저임금 상승분 440원을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매년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인상해달라고 하며, 작년에는 최저임금보다 시간당 30원 더 받았습니다. 올해는 아직 교섭이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서울의 13개 대학교 노동조합이 집단교섭 중이고, 매일 총무과 앞 로비에서 전 조합원이 점심시간에 선전전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년은 70세인데요, 작년에 퇴직한 분들이 있는데 아직 대학교 측에서 퇴직자 인력충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에게 인력결원으로 발생하는 추가업무는 하지 말라고 합니다. 미화 업무는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요. 현재 그 업무는 관리소장이 하고 있습니다. 경비업무는 CCTV로 대체한다며 신규인원을 충원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1년 전 여름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한 분이 휴게 공간에서 사망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 일이 언론에서 보도되고 휴게 공간과 냉방시설은 많이 확보되고 개선되었습니다. 약 50동의 건물마다 휴게 공간이 있는데요, 서너군데 정도가 계단 밑 공간으로 아직 냉방시설이 없지만, 나머지 공간은 냉방시설이 갖추어졌습니다. 하지만 여름에 일하다 보면 땀 냄새가 많이 나는데 현재 샤워 시설은 매우 부족합니다. 이에 샤워 시설을 확충해달라고 요구 중입니다."


- 최근에는 학생이 노동조합을 상대로 소송했다고 언론보도를 보았습니다.

"우리가 학생회관 앞에서 시위하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대학생 한 명이 몇 번 찾아와서 항의했다고 하더라고요. 항의를 받고 소리를 낮추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 학생이 우리 노동조합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소음으로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는 겁니다. 미신고 불법집회라는 이유로 고발도 했습니다. 업무방해 고소는 취하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학교는 우리의 사업장인데요, 사업장 안에서 하는 집회는 신고 없이도 가능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노조가 생긴 2008년 이래로 학내 집회를 신고한 적은 없었습니다. 우리가 학생이 미워서 시위하는 것도 아니고 학생들과 싸우자는 것도 아닙니다. 원청인 학교와 싸우는 건데 안타깝습니다. 다행히 연세대 공대위(학내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학생들과 학내 노동조합의 연대체) 학생들이 투쟁을 지지하는 사람 약 2000명의 서명을 받아 저희를 도와주었습니다."

파견노동자가 원청사업장 내에서 하는 쟁의행위는 위법이 아니라는 2020년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이 인터뷰가 있은 며칠 후 연세대 재학생 3명이 노동조합을 상대로 수업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업무방해소송은 취하했지만,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과거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었던 연대의 힘이 다시 발휘되기를 바란다. 또한 청소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정말 필요한 요구를 하는 이들의 투쟁이 승리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장영우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장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7월호에도 실립니다.


태그:#학교_청소_노동자, #여성_고령_노동자, #연세대_학교_노동자, #연세대_청소_노동자,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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