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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마을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은 조금 특별한 동네다. 행정구역으로는 동천동에 속해 있지만 고기동이란 이름도 있고, '고기리'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넓디 넓은 용인특례시의 서북쪽 끝, 성남과 경계, 예전부터 유원지로 더 유명한 계곡과 낙생(고기)저수지. 여전히 농사를 짓는 도농복합 마을이지만, 최근 5년 사이 전원주택이 급격히 늘어나고 인구가 유입되면서 고기동은 말 그대로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한적한 전원마을 도로로 차들이 밀려들고 계곡 식당들은 도시인들의 전원 로망을 충족시키는 멋진 카페로 변신해 SNS 사진 성지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런 고기동에서 주민들과 공동체를 형성하고 마을 활동을 한다는 것은 투쟁에 가깝다. 이웃과 함께 모여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하기 전에 열악한 마을의 인프라를 해결하는 것이 선결과제였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이웃이 만나 만들어진 것이 고기동마을네트워크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이웃이 만나 만들어진 것이 고기동마을네트워크다.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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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과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없고, 도시지역에서는 한 블록만 걸어도 볼 수 있는 놀이터와 공원도 없다. 인구에 비해 턱없이 좁은 길과 도로가 일상을 위협하기도 한다. '이건 아닌데' 하는 일들이 반복되지만, 당연한 것들조차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고기동 살이 2년 차에 깨닫게 되었다.

주택으로 이사 오면서 '남들 앞에 나설 일 있어도 절대 하지 말아야지, 그저 자연을 벗 삼아 여유를 누리며 조용히 살아야지' 결심했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답답한 상황을 외면하고 넘어가는 게 내게는 더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희망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을 거야'라는 경험적 확신과 그런 사람을 찾으면 된다는 믿음뿐.

고기동을 사랑하는 만큼 더 많은 것이 보이고 구석구석 세심하게 들여다보니 한 명, 한 명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이웃이 생겨나고 우리의 관심으로 변화하는 마을을 볼 수 있었다.

주민들과 함께 일몰 위기의 고기공원을 지켜내고, 마을 정원을 가꾸며 마을 의제를 스스로 발굴,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더 나은 마을,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행복한 마을이 우리 가까이에 있음을 느낀다.

2021년에는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 공모사업인 '마을지도 만들기' 사업을 통해 고기동의 문화·예술적 자원을 발굴하고 함께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주민들의 따뜻한 반응과 참여, 응원을 받으며 고기동 주민들에게는 이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서로 연결되기를 원하는 열망이 있음을 확인했다.

결국 마을공동체란 마을 안에서 같은 시간대 삶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유기체로서 공동의 선을 위해 얼마든지 스스로 결속하고 확장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귀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마을 안에서 뭔가 할 거리를 찾는 사람, 마을에서 놀기를 원하는 사람, 누가 와도 따뜻하게 품어주는 마을, 도시와 시골의 경계에서 투박함과 불편함이 재미가 되는 곳, 그 안에서 나는 오늘도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안테나를 높이 올린다.

마을활동가, 자원활동가가 뭐 별건가. 이웃사촌들과 마을에서 함께 놀면서 서로 좋은 일을 도모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고기동마을네트워크 대표입니다.


태그:#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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