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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민신문>이 찾은 세 번째 여성 농부는 경기 화성시 양감면에 사는 김유순(88세, 양감면) 씨갑씨(씨를 보존하는 사람) 할머니다. 43년 동안 양감면에서 다품종 토종 텃밭을 관리하는 할머니는, 4년 전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에 토종 쪽파와 뿔시금치를 기증했다. 화성시민신문은 5월 17일 김유순 씨갑씨 할머니를 만났다.?[기자말]
김유순 씨갑씨 할머니(88세, 양감면)
 김유순 씨갑씨 할머니(88세, 양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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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순 할머니는 조암(우정읍) 딸부잣집 셋째 딸이다. 쾌활하고 명랑한 성격의 할머니는 22세에 양감면으로 시집 왔다. 할머니가 24세에 큰아들을 낳았는데, 아들이 벌써 65세가 됐단다. 43년 동안 다품종 토종 텃밭을 관리하신 할머니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우리 다섯 자매가 다 건강하게 잘 살아. 큰 언니가 이제 94세가 됐는데도, 병원 신세를 짓는 딸들은 하나도 없어. 다섯 자매 중에 나만 시골로 시집와서 이렇게 허리가 꼬부라졌지만 아주 건강해. 내 텃밭에 어떤 작물이 심겨있는지 맞춰봐. 없는 작물이 없어." 

도시에서 자라 작물을 잘 모르는 기자는 함께한 화성씨앗도서관(대표 금경연)에 도움을 요청하는 눈짓을 보낸다. 화성씨앗도서관 관계자는 텃밭에 작두콩, 부추, 상추, 오이, 호박, 파, 쪽파, 땅콩 등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고 말한다. 다품종 토종 텃밭을 관리하려면 굉장히 부지런해야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덧붙이며.

"날 더러 '어떻게 이렇게 농사를 짓느냐'고들 해. 텃밭에 없는 게 없으니까.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갈비야(웃음). 애들이 뭘 사줄까 물으면 항상 갈비를 사달라고 말해. 고기를 먹고 힘을 내서 농사를 짓지. 며느리가 셋인데, 아직도 내가 다 김치를 해서 다 나눠주지."

할머니는 다복하다. 주말마다 자녀들이 늘 할머니 댁을 드나들며 밤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운다고 동네에 소문이 자자하다. 막내 사위는 아예 대형 바비큐 그릴까지 들여놓고 할머니를 위해 갈비를 굽는단다. 코로나19 시국에도 할머니는 다섯 번이나 여행을 다녔단다.

"한 번 모이면 애들 50명이 모여. 지난 어버이날에도 점심을 두 번이나 했어. 내가 걷는 게 시원치 않아서 여행을 안 간다고 하면, 애들이 꼭 같이 가야 한다고 성화야. 자녀들은 항상 내가 걷기에 편하고 좋은 곳으로 데리고 가. 얼마 전에는 설악산에 다녀왔지."

화성씨앗도서관에서 준비한 밥모심은 '달롱파 간장비빔국수'다. 달롱파는 달래처럼 생겼다. 특유의 향이 있어 된장국이나 국수에 넣으면 좋다. 오색소면을 삶고 할머니가 키운 조선부추와 야들야들 상추를 손으로 툭툭 잘라 넣고, 달롱파 양념간장을 뿌린다. 명이나물 장아찌와 열무김치를 곁들인 한 상이 차려졌다.

"아주 맛있게 잘 먹었어. 씨앗도서관 선생님이 양념을 아주 간이 딱 맞게 잘 해왔네. 내가 국수를 참 좋아하는데 들기름향이 솔솔 나는 것이 별미였어, 고마워요."
 
미국여행(1994년) 앨범 속의 한 페이지 '여보 미국오길 잘 했죠?'
 미국여행(1994년) 앨범 속의 한 페이지 '여보 미국오길 잘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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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미국여행 앨범을 가져오신다. 1994년도, 할머니가 60세 되던 해 큰 사위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셨단다. 할머니 내외는 미국으로 초대돼 20일 여행길에 올랐다. 해외여행은 9번 다녀왔는데 갈 때마다 정말 좋았다고 말한다. 

"제주도에 여행 갔을 때 막내가 찍은 사진이야. 다섯 자매가 한자리에 모여있지. 우리 자매가 싸우지 않고 잘 지내다 보니 우리 자녀들도 속을 썩이는 아이가 하나도 없었어."

할머니는 이곳에서 농사를 지을 자녀들이 있었다면 새로 집을 지었을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대를 이어 농사를 지을 자녀는 없었다. 

"나 죽으면 여기 오지도 않아. 뭐하러 오겠어? 산소에 벌초나 하러 오겠지. 자녀들에게는 재산 때문에 가정에 불화가 있으면 안 된다고 했더니, 가정형편이 비교적 어려운 자녀에게 더 많은 재산이 가도록 하더라고. 자기들끼리 화합하며 사는 것이 예쁘고 고맙지."
 
'할머니 꽃밭'에 꽃을 직접 심고 계시는 김유순 할머니의 손
 '할머니 꽃밭'에 꽃을 직접 심고 계시는 김유순 할머니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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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씨앗도서관은 텃밭에 '할머니 꽃밭'을 만들어 드렸다. 달롱파, 메리골드, 차조기, 패랭이꽃, 돈나물, 방아를 심었다. 심기 대장 할머니는 척척 꽃을 심었다. 돈나물은 가뭄이나 홍수에 흙을 보호하는데 좋다. 생태 꽃밭은 영양 풍부한 퇴비간에 자리잡아 할머니의 텃밭에 마스코트로 자리잡을 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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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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