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우겨봐도 어쩔 수 없네 저기 개똥무덤이 내 집인걸~" 한돌 작사·작곡, 신형원이 부른 개똥벌레는 비록 내용은 서글프지만 아름다운 우리말의 선율을 느낄 수 있는 노래다. 개똥벌레는 지금도 아이들이 학예회에서 율동과 함께 부르는 인기곡이다. 반딧불이 애벌레가 개똥벌레인데 다슬기와 달팽이 등을 잡아먹고 살며 똥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옛 사람들은 가축의 똥과 풀을 모아 묵힌 두엄에서 개똥벌레가 생겨났다고 여겼다. 퇴비 위에서 쉬고 있는 성충을 흔하게 접했기 때문이다. 반딧불이는 밤마다 짝짓기를 위해 꽁무늬에서 불을 켠다. 한 밤중에 눈에 띄는 불빛은 천적에게 쉽게 노출되는 위험한 행동이지만, 반딧불이 몸 속에는 독성물질인 루시부파긴(Lucibufagin)을 가지고 있어 포식자를 물리친다. 두꺼비의 피부에서 분비되는 독액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
종마다 발광 횟수와 간격이 달라서 동족을 찾는 교미 신호로 이용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미국에 서식하는 한 반딧불이 암컷(Photuris)은 다른 종(Photinus)의 깜빡임을 흉내내어 수컷을 유인한 뒤 먹잇감으로 삼는다. 친척을 잡아먹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독성물질을 몸 속에 저장하기 위해서다. 알 속에 루시부파긴이 있어야만 천적들이 알을 먹지 않기 때문이다.
반딧불이는 전세계적으로 2000여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8종이 산다. 애반딧불이는 논에 사는 고둥이나 우렁이, 달팽이, 다슬기 같은 연체동물을 잡아먹는다. 다슬기가 사는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에서 살 수 있기에 환경지표종이다. 성충은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에 짝짓기를 하고 물가에 알을 낳는다.
약 한 달 후면 부화하여 물 속에서 생활하며 애벌레 상태로 겨울잠을 잔다. 유충 시절에도 물 속에서 불빛을 내는데 이는 경고의 의미다. '나를 잡아먹으면 맛이 없다'라는 뜻이다. 여름으로 접어들 무렵 흙 속에서 번데기가 되었다가 성충으로 탈바꿈한다. 한편, 반딧불이가 한밤중에 나는 모습은 낭만적이지만 손으로 잡으면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똥을 재활용하는 기막힌 방법
똥을 재활용하는 곤충들의 기발한 생활사를 알아보자. 독수리팔랑나비는 자신이 싼 똥을 먹는다. 왕방울 만한 커다란 겹눈에 비만형 몸매를 갖고 있어서 보통 사람들은 나방으로 착각하고는 한다. 민첩하게 나는 모습이 방정맞아 보일 정도로 잘 날아다닌다.
오줌 냄새가 나는 땅에서 무기질을 흡수한 뒤에, 다시 지면에 자신의 똥을 싸놓고 긴 주둥이를 내밀어 영양분을 흡수한다. 이런 식성의 이유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는데 향후 연구가 계속되면서 비밀이 벗겨질 날이 올 것이다.
모든 생물은 자신의 배설물을 피한다. 우리가 인분에서 느끼는 불쾌함은 소똥에서 느끼는 메스꺼움에 비할 바가 아니다. 동물들의 경우에는 영역 표시를 하는 용도로도 쓰이지만, 똥과의 접촉은 곧 기생충을 통한 질병에 감염될 가능성을 높인다. 다른 동물의 똥보다 같은 종의 똥이 더 거슬리는 것은 이런 진화적 까닭에 기인한다.
흥미롭게도 은색팔랑나비(Epargyreus clarus) 애벌레는 배설물총을 쏜다. 멕시코에서 캐나다까지 광역 분포하는데 기생말벌을 피하기 위하여 항절의 한 부분을 빗장처럼 만들어 새총과 같이 이용한다. 평소에는 이 기관이 항문을 막고 있지만 배설을 할 때는 초속 1.3m의 속도로 자기 몸의 40배 가까운 거리로 똥을 발사한다. 인간으로 치자면 대략 70미터의 거리를 쏘는 똥총인 셈이다.
동물의 똥 뿐만 아니라 인분에도 꼬이는 곤충이 몇 종 있다. 어깨에 멋진 뿔을 갖고 있는 소요산똥풍뎅이와 광택이 나는 검은색 딱지날개를 가진 모가슴소똥풍뎅이는 포유동물의 똥을 먹는다. 소똥이나 말똥을 처리하는 소똥구리도 사람의 똥은 다루지 못하는 것에 견주어보면, 자연계의 대단한 환경미화 곤충이라고 할 수 있다.
잎벌레 종류는 애벌레 시절에 자신이 싼 똥을 짊어지고 산다. 꽁무니에서 점액물질과 함께 배설물을 내어 등에 얹힌다. 잎사귀를 갉아먹고 허물을 벗고 자랄수록 똥의 부피도 커진다. 한마디로 말해 똥짐을 지고 사는 녀석들인데 성충으로 탈바꿈하면 화려한 체색을 갖춘다.
이 밖에 새똥하늘소, 배자바구미, 극동버들바구미 등은 새똥으로 위장하여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숨긴다. 흰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배자바구미는 칡을 갉아먹고 사는 녀석이다. 저고리 위에 덧입는 옷인 배자를 닮았다고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애벌레가 나무 줄기를 파 먹으면 식물줄기는 이상증식하여 혹을 만드는데 이 속에서 천적을 피한다. 극동버들바구미는 가죽나무에서 볼 수 있다. 건드리면 죽은 체 하며 늦봄에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7월에 성충이 된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