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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장관 시절의 김재규. 그는 1974년부터 1976년까지, 2년동안 건설부장관을 역임했다.
 건설부장관 시절의 김재규. 그는 1974년부터 1976년까지, 2년동안 건설부장관을 역임했다.
ⓒ 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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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은 정호경ㆍ문정현 등 비슷한 시기에 석방된 신부 그리고 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유신 쓰레기의 청소작업'을 자임하면서 다시 활동에 나섰다. '청소작업'은 쉽지 않았다. '청소'란 귀중품은 남기고 쓰레기를 치우는 작업이다.  수구언론과 기득세력은 신군부 쪽에 기울고 재야세력의 정치인들은 '무주공산'의 주인이 되고자 판을 벌였다. 

미국의 인권운동가이자 목사였던 마틴 루터 킹은 "사회적 전환기의 최대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거친 비명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라고 말했다.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과 '악한 사람들의 거친 비명'은 우리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에도 있었다. 10.26 거사 이후의 한국 사회는 거대한 전환기였다. 유신체제의 질곡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서울의 봄 아니 '대한민국의 봄'을 맞이할 수 있었다.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그런데 역사의 수레바퀴는 다시 과거로 되돌아갔다. 거기에는 "악한 사람들의 거친 비명"이 크게 작용을 했다. (주석 8)
  
선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함세웅과 천주교 사제단, 수녀들이다. 

저희 사제단하고 수녀님들, 그 다음에 윤보선 전 대통령과 재야인사들. 이돈명, 황인철, 홍성우 변호사님. 이분들이 "김재규를 살려야 합니다. 그래야 민주주의가 완결되고, 박정희의 불의한 행업이 공개되고. 우리의 인권이 제대로 회복될 수 있습니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변호사님들 말씀 때문에 사제단이 움직였습니다. 저는 김재규 부장이 박정희를 사실한 깊은 내막이나 동기를 잘 몰랐습니다만, 우선 그 변호사님들이 주시는 법정 증언 자료를 읽으면서, 또 박정희의 불의한 행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좋은 뜻, 부하들의 증언 등을 들으면서 더욱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주석 9)

함세웅은 오래 전부터 안중근 의사에 경모의 마음을 갖고 있었다. 1909년과 1979년에 70년의 시차를 둔 같은 날(10.26)의 거사를 역사적 필연으로 인식하면서, 안 의사 의거 당시 한국천주교 간부(주교와 신부)들의 행위를 부끄러워하였다. 그래서 속죄하는 의미에서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를 이끌고, 다시 김재규 장군의 구명운동에 나선 것이다. 

그는 "왜 김재규의 10.26 의거가 진정 아름다운가, 왜 김재규 부장을 살려야 하는가, 사순절 묵상을 통해서"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김재규 부장이 공동체 차원에서 유신의 핵인 독재자를 제거했고, 즉 사익을 위해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그분이 다소 힘든 일이 있고 차지철로부터 모욕을 당했다 하더라도 박정희 다음의 최고위 권력자 권한을 누릴 수 있었다.

시민들의 항의쯤이야 그냥 외면하고 망각하고 침묵을 지키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직책과 목숨을 걸고 그 일을 감행했다. 이것은 대단한 일 아닌가. 더 큰 의(義)를 위해 자기 목숨을 던진 것. 이것은 이웃사랑이다. 또한 윤리신학의 원칙에서 보면 더 큰 재앙과 악을 막기 위해서 작은 악은 허락된다. 민주주의 파괴라는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 박정희 살해라는 작은 악을 저지르는 것은 공동선을 위해서는 가능하지 않은가. (주석 10)


주석
8> 김삼웅, <김재규장군 평전>, 241쪽, 두레, 2021.
9> <함세웅 신부의 시대증언>, 241쪽. 
10> 앞의 책, 242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정의의 구도자 함세웅 신부 평전]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함세웅, #함세웅신부, #정의의구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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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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