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 '세계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27일 열린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2022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현대건설이 선정됐다.
현대건설은 2021년 한 해 동안 6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죽어 공식적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배출한 기업이다. 지난해 1월 지하1층 환기구에서 지하4층으로 추락해 사망한 노동자를 시작으로 3월에 끼임 사고로 1명, 5월에 맞음 사고로 1명, 8월에 부딪힘 사고로 1명, 9월에 떨어짐 사고로 1명, 10월에 콘크리트 부석에 맞는 사고로 1명이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다.
현대건설에 이어 최악의 살인기업 2위로 제조회사 대평이 선정됐다. 지난해 8월 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폭발 화재사고로 5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공동 3위에는 노동자 4명이 각각 사망한 대우건설과 태영건설이 이름을 올렸다. 대우건설과 태영건설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들은 전부 하청 소속이다.
이날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은 노동건강연대와 민주노총, 산재피해가족네크워크 다시는, 정의당 강은미 의원 등이 모여 만든 '산재사망 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캠페인단)'의 주관으로 서울 종로구 안국동 현대건설 앞에서 열렸다. 2022년 최악의 살인기업선정식의 기초자료는 고용노동부 2021 중대재해 사고사망자 2명 이상 발생기업 자료에 따른 것이다.
캠페인단은 "2021년 산재사고로 사망한 노동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기업 39곳에서 사망한 노동자 94명 중 66명(70.2%)이 하청소속이었다"며 "1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자료에서 제외된 기업을 고려하면 실제 산재사고로 사망하는 하청 노동자의 비율은 더욱 증가할 거다. 노동자 안전문제를 대하는 기업의 인식과 태도가 십수 년째 제자리걸음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현대건설 네 번째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
이날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해 발표한 캠페인단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이미 2007년과 2012년, 2015년에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바꿔 이야기하면 이미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3회 선정된 상황에서 또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됐다는 뜻이다. 문제는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되지 않은 2011년에도 현대건설은 11명이 사망해 2위에 올랐고 2014년에는 5명이 일하다 사망해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2020년 역시 6명이 사망해 2위에 2021년에는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 신축공사로 38명이 사망한 한익스프레스 탓에 포스코와 오뚜기물류서비스에 이어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이렇듯 10년 이상 꾸준히 산재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현대건설은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가 현대건설 주요 현장 36개소를 3월 7일부터 23일까지 감독해 지난 12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총 254건 위반했다. 구체적으로는 추락 사고 같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난간이나 작업발판 등 추락 및 전도 방지 조치 위반, 일부 손상된 거푸집 사용, 조립기준 미준수 등 붕괴사고 예방조치 미이행 등이다. 고용노동부는 현대건설에 과태료 3억 7000만 원을 부과했다.
이미 현대건설은 올해 1월 12일과 2월 16일에도 현장 노동자 2명이 사망한 바 있다.
최악의살인기업 특별상은 현대산업개발과 경총
이날 캠페인단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붕괴사고와 지난 1월 광주 아이파크 붕괴사고를 연이어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을 2022년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현대산업개발은 2021년 6월 9일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4구역에서 건물 철거를 진행하며 붕괴사고를 일으켰고, 이로인해 9명의 시민이 사망했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학동 붕괴사고 이후 7개월 만인 지난 1월 다시 광주 아이파크 붕괴사고를 일으켜 6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참사를 야기했다.
불과 7개월 사이에 15명이 사망한 것인데도, 현대산업개발이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되지 않은 이유는 6월 사고의 경우 피해자들이 시민이었고, 지난 1월에 발생한 붕괴사고는 해가 바뀐 탓에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캠페인단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된 2020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법의 취지와 목적을 폄훼하고 무력화시키는 데 혈안이 돼있다"며 현대산업개발과 함께 공동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날 선정식에 함께한 경동건설 고 정순규씨의 아들 정석채씨는 "제발 그만 좀 죽었으면 좋겠다"며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지는 말아야 하지 않나. 오늘 살인기업 선정식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또 소망한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민주노총과 노동건강연대 등은 지난 2006년부터 노동자 사망의 심각성을 알리고 기업의 책임과 처벌 강화를 촉구히는 차원에서 매년 산재사망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