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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양심범가족협의회’라는 조직을 만들고 ‘옥중에 있는 남편들의 석방을 기원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이희호)
▲ 이희호 여사 생애사진 100선 1976년 ‘양심범가족협의회’라는 조직을 만들고 ‘옥중에 있는 남편들의 석방을 기원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이희호)
ⓒ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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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3월 26일 구국선언 서명자 20명 중 김대중ㆍ문익환ㆍ함세웅ㆍ문동환ㆍ이문영ㆍ서남동ㆍ안병무ㆍ신현봉ㆍ이해동ㆍ윤반웅ㆍ문정현 등 11명을 긴급조치 9호 위반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윤보선ㆍ정일형ㆍ함석헌ㆍ이태영ㆍ이우정ㆍ김승훈ㆍ장덕필 등 7명은 불구속 기소, 김택암ㆍ안충석 등 2명을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은 이들을 기소하면서 "구속자들이 민중봉기를 획책하고, 국내의 정세에 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였으며, 외세를 이용하여 정치적 야욕을 달성하려 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피의자들은 검찰의 공소장이 날조된 것임을 주장하고 논리적으로 맞섰다. 

검찰의 사건 기소 후 130일 만인 8월 3일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전원을 유죄로 인정, 징역 8년에서 2년까지의 실형과 같은 기간의 자격 정지형을 다음과 같이 선고했다. 1919년 3.1혁명 당시 일제가 민족대표 33인에게 가한 형량보다 더 가혹한 형벌이었다.

△ 구속자 - 김대중 8년, 문익환 8년, 함세웅 5년, 문동환 5년, 이문영 5년, 신현봉 5년, 윤반웅 5년, 문정현 5년, 서남동 4년, 안병무 5년, 이해동 3년.
△ 불구속자 - 윤보선 8년, 함석헌 8년, 정일형 5년, 이태영 5년, 이우정 5년, 김승훈 2년, 장덕필 2년. 

항소심은 변호인단이 낸 재판부 기피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선고공판을 계속, 12월 29일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 윤보선, 김대중, 함석헌, 문익환, 징역 5년.
△ 정일형, 이태영, 이우정, 이문영, 문동환, 함세웅, 신현봉, 문정현, 윤반웅, 징역 3년, 자격정지 3년
△ 서남동, 징역 2년 6개월, 자격정지 2년 6개월  
△ 안병무, 이해동, 김승훈, 징역 2년, 자격정지 2년, 집행유예 3년
△ 장덕필,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

18명의 피고인 전원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 12월 30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77년 3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민복기 대법원장)는 ① 민주구국선언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고 ② 긴급조치와 헌법을 비방하고 있으며 ③ 원심에 사실 오인이 없고 공소사실은 인정된다는 판결이유를 들어 피고인 전원에 대해 상고를 기각했다. 

피고인들의 당당한 법정투쟁으로 재판정에서는 민주주의 체제공방전이 이루어졌다. 피고인들은 유신체제는 ① 법적 절차에 당위성이 없고 ② 유신헌법을 성립시키는 국민투표의 과정과 내용에 당위성이 없으며 ③ 정부가 주장하는 유신헌법의 목적에도 당위성이 없으며 ④ 유신헌법의 내용이 독재적인 헌법으로 민주공화국으로서의 당위성이 없다는 점 등을 내세웠다. 

피고인들은 "인간의 양심과 자연법 그리고 인간의 절대권과 우상화를 거부하는 신앙에 비추어 유신헌법과 긴급조치에 반대한다. 그 긴급조치에 의해 이 법정에 섰으므로 마땅히 재판을 거부해야 할 일이나 우리들의 정당성과 양심을 밝히기 위해 재판에 임한다"고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 정부'에서 이 사건 피의자들은 재심을 청구하고 사법부는 뒤늦게 관련자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정희의 무한한 권력욕과 김대중에 대한 증오심이 무고한 민주인사들을 투옥하여 괴롭히고, 어용화된 검찰과 사법부가 독재정권의 충견 노릇을 충실히 했던 부끄러운 사건이었다.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정의의 구도자 함세웅 신부 평전]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함세웅, #함세웅신부, #정의의구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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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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