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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욱 동양대 교수.
 장경욱 동양대 교수.
ⓒ 장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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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씨에 대한 입학 취소는 선택적 검찰 수사에 따른 것이다. 이것이 공정한 처분이 되려면 비슷하거나 더 심한 사례에 대해서도 조사와 처분이 있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특정인을 표적 삼은 문제 해결 방식이야말로 정치적 행위다. 부정입학도 사회적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처분해야 한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조민씨 표창장 논란 과정에서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에 맞섰던 장경욱 동양대 교수(56, 동양대 교수협의회장). 그가 "대입 부정을 공정하게 처벌하기 위한 입시서류 부정조사위 설치 특별법을 만들자"면서 국회를 향해 입법청원운동을 제안하고 나섰다.

부산대와 고려대가 조민씨에 대해 입학취소 결정을 내린 뒤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자녀의 경북대 의대 부정편입 의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딸의 '아빠로펌 인턴' 논란이 벌어지는 와중에 나온 제안이어서 눈길을 끈다.

장 교수는 2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조민씨에 대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과 고려대의 입학취소 결정 이후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등 새 정부 내각 후보들도 부정 입시 의혹을 받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이런 부모찬스 부정입학은 한두 명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장 교수는 "조국 전 장관 딸 사태처럼 입시문제를 선택적으로 처벌하는 검찰에 맡기는 방식은 정치적 방법이다. 이런 점은 법원도 마찬가지"라면서 "부모찬스 입학에 대한 정치적 처벌이 아닌 공정한 교육적 해결과 예방을 위해 입시서류 부정조사위를 설치하는 특별법을 만들어 공정하게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제도적 기준에 따라 처분을 해야 교훈도 생기고 사회적 발전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장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공정 얘기하면서도 입시부정 처분은 불공정"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 인터내셔널 하우스'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생활치료센터 설치 공사를 하고 있다. 고려대는 서울시의 협조 요청에 따라 내일부터 내달 22일까지 인터내셔널 하우스 150개실을 생활치료센터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2020.12.22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 인터내셔널 하우스"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생활치료센터 설치 공사를 하고 있다. 고려대는 서울시의 협조 요청에 따라 내일부터 내달 22일까지 인터내셔널 하우스 150개실을 생활치료센터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2020.12.22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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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시서류 부정조사위 설치를 위한 특별법을 제안한 이유가 무엇인가?

"조민씨 건으로 우리 사회가 입시만큼은 공정해야 한다는 의지가 크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내가 조민씨 표창장이 논란이 된 동양대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마음은 더 절실하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공정을 얘기하고는 있지만, 입시부정에 대처하는 대학의 모습이 너무도 불공정하다. 관리감독 기관인 교육부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그래서 특별법을 국회에 청원하는 운동을 제안하게 됐다."

- 어떤 것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나?

"부산대는 동양대 표창장이 입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입학을 취소했고, 고려대 또한 논란이 된 조민씨의 논문이 입시 서류로 제출되지도 않았고, 입시 서류도 폐기한 상태인데도 입학을 취소했다. 그런데 미성년자 공저자 논문 사례가 전국 대학에서 800건이 넘는데 조민씨처럼 입학 취소된 사례는 극소수다. 당장 고려대만 해도 서울대 의대 아빠 교수가 연루된 미성년자 저자 기재 논문을 입시서류로 낸 의혹을 받는 2명의 졸업생 의사에 대한 처분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지 않나. 지금 대학도 대학생들도 교육부도 겉으로는 입시공정을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공정을 이루는 방식으로 부정입학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않다."

- 조민씨 건은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이 완료되어 입학 취소했다'는 게 두 대학의 항변이다.

"이번 입학 취소야말로 불공정한 정치적 처분이다. 검찰이 선택적으로 과잉 수사를 벌였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조민씨 어머니인) 정경심씨 법정 방청을 해보니까 법원 또한 공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교육 비전문가들이 모인 수사와 재판 기관에만 입시 문제를 맡기는 것은 공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 하지만 서울대와 고려대, 부산대 대학생들은 조국 전 장관 가족의 입시가 '내로남불'식 입시부정이라면서 크게 분노했다.

"'조국 사태' 초기부터 주요 대학 대학생들이 조국 전 장관을 규탄하는 촛불을 든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최근 고려대 동문 커뮤니티 '고파스' 운영팀(고려대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성)에서는 조민씨 입학 취소 결정이 나자마자 빛의 속도로 조민 계정을 지웠다고 한다. 그래서 진정한 공정성을 이루기 위해 조사위 특별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단 한 명의 학생을 입학 취소시키는 것으로는 이런 대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없지 않겠는가. 부모찬스 부정입학이 벌어진 전체 상황을 조사해서 입학 취소와 처벌도 공정하게 진행하자는 거다."

- 그렇다면 특별법 청원으로 만들어질 조사위는 어떤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특별법을 제정해서 국내 주요 대학과 의전원,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에 제출된 입시 서류의 허위성 여부를 광범위하게 전수조사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교수 자녀의 부모찬스 입학도 조사해야 한다. 그런 뒤 조사위는 조사 결과를 해당 대학 등에 통보하고, 통보 받은 기관은 위반자에 대한 조치 결과를 조사위에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회와 교육계는 입학 취소 등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부정입학한 자를 선별적으로 입학 취소하거나 처리하지 않은 대학, 조사위의 자료 요구에 협조하지 않은 대학에 대해서는 대학평가에서 감점, 혹은 정원 감축 등의 불이익을 주도록 설계해야 한다."

- 전수조사를 하게 되면 너무 광범위해서 사회적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이 문제는 선후 관계를 가려서 하면 된다. 조사 범위는 입시자료 보존 기간을 고려, 최근 5년간의 주요 대학과 전국 의전원, 법전원을 1차 대상으로 했으면 한다. 대상자가 너무 많으면 자율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 출신자면서 의전원과 법전원에 진학한 학생을 우선 조사하는 방법도 있다. 부모가 교수일 경우 입학과 전편입 과정에서 특혜와 부정이 있었는지도 먼저 조사해야 한다. 물론 교육부가 이미 조사한 미성년자 공저자 논문 800건에 이름을 올린 학생들의 진학 실태도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기본 원칙은 교육 초특권층과 특권층부터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 특권층 입시비리 실태는 어떤 형태라고 보고 있나.

"진짜 특권층은 가산점 더 받으려고 봉사활동증명서, 표창장, 체험활동확인서 등에 목을 매지 않는다. 교육 초특권층은 아예 규정과 제도를 바꿔버린다. 자기 자식만을 위한 전형을 만들고, 편입학이라는 뒷문을 활용하고, 면접 점수로 합격 순위를 바꿀 수 있다. 지금 정호영 후보자와 일부 정치인이 이런 의혹을 받고 있다. 이것은 사회에 해악이 큰 권력형 비리이며 서류상의 흔적도 찾기 어렵다."

"입시비리, 비난 넘어 사회제도 발전으로 승화해야"
 
부산대학교 교무위원들이 5일 오후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교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부산대학교는 이날 교무회의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에 대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학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
 부산대학교 교무위원들이 5일 오후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교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부산대학교는 이날 교무회의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에 대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학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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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으로 교육 초특권층 입시부정에 대한 단죄가 왜 필요한 지 말씀해 달라.

"우리는 초특권층의 입시비리가 제대로 처벌받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교육계는 지난 3년 간 조국 전 장관 딸의 표창장과 체험학습 시간의 진위를 따져 비난한 것 말고는 입시의 불공정을 바로 잡기 위해 아무 것도 한 게 없다. 이번 특별법 청원을 통해 초특권층의 입시비리를 바로 잡고, 전체 대학이 수용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입시부정 처벌 기준을 만들었으면 한다. 이래야 사회적 논란이 사회제도 발전으로 승화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태그:#장경욱 교수, #조민 입학취소, #부정입학 전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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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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