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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양수발전소 예정지역 주민간담회
 홍천 양수발전소 예정지역 주민간담회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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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봄바람 순례단은 홍천으로 길을 떠납니다. 홍천은 지금 양수발전소 및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봄바람 순례단이 그동안 전국 곳곳을 돌면서 목격한 국책사업 추진방식은 비인간적이며 그 정형이 똑같았습니다.

국가는 힘이 없고 저항이 없는 곳을 찾아 국책사업을 추진합니다. 사람이 많은 도시보다 저항이 적은 시골에, 젊은 사람들이 있는 곳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 있는 곳을 선호합니다. 고학력층이 많이 사는 곳보다 학력이 낮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을 찾아 나섭니다. 기득권층이 모여 사는 곳을 피해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생을 요구합니다. 국가의 공기업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논리에 충실합니다.

국책사업의 추진방식은 어디서든 동일합니다. 처음에는 주민들의 동의가 없으면 추진하지 않겠다며 주민을 안심시킵니다. 그다음에 일부 주민을 돈으로 매수하여 분열을 일으키며 마을 공동체를 파괴합니다. 계속 저항하는 사람에게 협박하고 각개 격파하여 고립시킵니다.

마지막 단계에서 법과 공권력을 동원하여 힘으로 밀어붙입니다. 국가사업의 배후에는 대개 재벌이 운영하는 토건세력들이 숨어 최고의 이익을 가져갑니다. 강정에서, 부산 가덕도에서, 월성과 영광 핵발전소에서, 밀양에서, 소성리에서 예산 몽곡리에서, 삼척 덕산에서, 군산 하제마을에서, 오산과 대추리의 미군기지 앞에서 봄바람 순례단은 국책사업의 폐해를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홍천 양수발전소 예정지 마을답사
 홍천 양수발전소 예정지 마을답사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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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군의 양수발전소와 송전탑 추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순례단은 홍천 양수발전소 건설반대 대책위 주민들이 모여 있는 풍천2리 경로당은 찾았습니다. 주민설명을 듣고 양수발전소가 들어설 하부댐 예정부지로 갔습니다. 2019년 6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홍천군 풍천리를 양수발전 사업 부지로 선정하였습니다. 홍천군수는 주민이 반대하면 유치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습니다.

양수발전소는 '남는 전력을 이용해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올렸다가 전력이 부족할 때 하부댐으로 물을 떨어뜨려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방식'이라고 합니다. 댐이 만들어지려면 마을은 수몰 지역이 되며 주민들을 고향을 잃어버립니다. 양수발전소가 생기면 송전탑도 들어설 것입니다.
     
댐에 물을 모으려면 3년이 걸려 수질악화가 될 것이라고 주민들은 말합니다. 양수발전소는 완공까지 12년이 걸립니다. 그동안 산이 파괴되고 마을은 공사장이 될 것입니다. 주민들은 '얼마 안 남은 인생 편하게 살게 해달라'고 호소합니다,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집에서 죽을 것'이라며 '어디로 가라는 것'이냐며 항변합니다.

현재 운영 중인 전국 7개의 양수발전소는 가동률이 10% 수준으로 총 누적 손실은 연간 1600억 원이라고 합니다. 1조 원이 넘는 홍천 양수발전소 건설사업의 최대 수혜자는 대기업 토건 업체입니다.

아직 양수발전소 사업 결정도 안 되었는데 마을 한가운데 발전소 건설을 위한 도로를 만든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 있는 한수원 주민설명회 자리를 찾아갔습니다. 주민들은 사업설명회에서 격렬하게 항의합니다. 한수원은 아무런 말도 못 합니다.
 
홍천 국도56호선 노선계획 주민설명회
 홍천 국도56호선 노선계획 주민설명회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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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에 주민이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공사를 안 한다고 했는데 근데 이게 몇년째인가? 사업 결정도 안되었는데 무슨 도로를 만드는가? 누가 도로를 끌어들였는가? 우리 주민들은 설명회 필요 없다. 우리는 그냥 이곳에 살고 싶다. 쫓아내지 말고 당신들이 나가라." (한수원 주민설명회 주민 발언)

봄바람 순례단은 풍천리에서 강원 NCC와 함께 하는 고난의 현장 예배가 열리는 홍천군청 앞으로 갔습니다. 홍천군 송전탑 반대대책위와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반대 대책위, 봄바람 순례단이 함께 모였습니다. 대책위는 홍천군 24개리에 건설될 송전탑 100여기의 백지화를 요구하며 1년 넘게 천막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현장예배에서 풍천리 주민이 말했습니다.
 
홍천 양수발전소 백지화 투쟁 집회
 홍천 양수발전소 백지화 투쟁 집회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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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아내나 나나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굿모닝'하고 인사를 해요. 근데 양수발전소가 유치된다고 하면서 그 뒤로 인사를 못해요.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나는 모든 의무를 다 했어요. 그래서 권리를 외치려고 하는데요. 들어주지를 않아요. 

양수발전소가 유치되면서 우리는 그야말로 맨몸으로 폭탄을 맞은 것과 다름없어요. 그래도 싸우려면 똘똘 뭉쳐야 하는데 한수원 사람들이 동네 사람들 꼬드겨서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 작은 개울을 매워서 댐을 만든다는데, 완공하는데 20년 가까이 걸린다는데, 나 죽고 나서 완성이 될 텐데 절대 운영될 수 없을 겁니다."(풍천리 윤정국 대책위원장)


백두대간 고산계곡 송전탑이 다 망친다
 
봉화 송전탑 예정부지 답사
 봉화 송전탑 예정부지 답사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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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봄바람 순례단이 강정을 떠난 지 한 달이 넘어갑니다. 갈수록 가슴 한구석에 쌓여 가는 무거움도 늘어갑니다. 일상이 무너진 곳에 살아가는 노동자, 개발주의에 파괴되는 산하, 군사주의에 무너진 땅과 사람들,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발전소의 공포, 차별의 그늘에서 숨죽여 살아가는 사람들, 그러나 곳곳에서 외롭게 저항하며 한점 불씨로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오늘은 강원에서 경북 봉화로 다시 내려갑니다. 봉화군 송전탑 대책위는 봄바람 순례단을 꼭 만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봉화군 춘양면에 들어서자 '길위의 신부 문정현 신부님의 봄바람 순례단'이라고 적힌 분홍색 환영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습니다.

봉화 송전탑 건설은 2019년부터 6월부터 시작됩니다. 봉화 정치인들은 처음에 '봉화군에 단 1기의 송전탑도 허용할 수 없다'고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타협을 하고 대책위를 해산하였습니다. 이후 애당2리 송동헌 이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지금까지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봉화군에는 3개면 8개 리에 걸쳐 송전탑 80여 기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30년 동안 포클레인 일하면서 망해보기도 하고 돈도 많이 벌어봤어요. 깨끗하고 조용한 곳에 살고 싶어서 애당리에 왔어요. 우리 집이 이 길 끝에 있는데 송전탑이 우리 집 바로 옆으로 넘어가요. 여기가 산림유전 자원보호구역인데요. (국가는) 여기를 지키려고 생각을 안 하는 거죠. 봉화군 인구가 3만 명 정도 되는데 봉화로 지나가는 송전탑이 83개고 내가 사는 애당2리에 제일 많은 18개가 지나가요.

처음에는 봉화군도 반대를 했어요. 근데 시간이 흐르면서 한전과 합의를 하고 7개 마을 중에 2개 마을이 싸우고 있어요. 봉화가 작은 지역이라 사람들도 잘 나서려고 하지 않죠. 송전탑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 싸워야 합니다. 겨우겨우 버티고 쓰러지기 직전이었는데. 여러분이 오셔서 물을 주신 거예요."(송동헌 이장)


봄바람 순례단은 '백두대간 송전선로 반대 봉화군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안내로 봉화군 송전탑 건설 예정지인 고산 계곡을 찾아갔습니다. 고산 계곡은 태백산에서 발원하여 40km나 길게 펼쳐지는 긴 계곡이 절경입니다. 이 계곡에 송전탑이 들어선다면 산이 파헤쳐지고 백두대간은 잘려질 것입니다. 
 
봉화 시민과 함께하는 문정현 신부님 강연회
 봉화 시민과 함께하는 문정현 신부님 강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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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억지춘양 주민문화센터에서 송전탑반대대책위 주최로 문정현 신부님의 강연회가 있었습니다. 봄바람 순례단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들이 많이 오셨다고 합니다. 먼저 봉화 주민 문화동아리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은 노래와 연주를 해주셨습니다.

신부님은 강연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이겨본 싸움은 없지만 후회는 없다, 옳은 일은 끝까지 지켜야 하며,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 부끄럽지 않은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누군가는 진리가 무엇인지 말해야 합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자연과 인간을 해치는 일에 침묵하고 방관하는 한 우리는 공범입니다. 홍천과 봉화지역을 다니면서 다시 한번 국책사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태그:#봄바람 순례길, #봉화 송전탑 반대, #홍천 양수발전소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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