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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8개 시민사회단체과 노조가 5일 오후 서울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더 이상의 후퇴는 없다 새정부에 바란다-보건의료정책 연속토론회'를 열었다.
 참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8개 시민사회단체과 노조가 5일 오후 서울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더 이상의 후퇴는 없다 새정부에 바란다-보건의료정책 연속토론회"를 열었다.
ⓒ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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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분리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부처 개편안은 의료에 시장주의를 전면화하는 새 정부 의료 정책의 핵심 코드라는 분석이 나왔다.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정책도 미흡한 상황에서, 팬데믹 기간 동안 쌓인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사회적 염원도 수포로 돌아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5일 오후 서울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노동시민사회 새정부 정책 제안 보건의료 정책 토론회'에서 "보건부가 독립 부처가 되면 국민건강증진, 보건서비스 향상에 기여하기보다 제약산업, 의료기기산업체를 위한 전담부처가 되고, 민간의료기관에 읍소해 보건위기를 대응하는 부처가 되고 말 것"이라며 "주요 선진국의 보건부가 독립 운영되는 건 해당 나라의 보건 환경이 이미 충분히 공공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언한 인수위는 여가부의 가족 분야 업무를 보건복지부로 이관해 '가족복지부'를 신설하는 안을 현재 검토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분리해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을 산하에 통합시키는 독립부처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료 공공성 강화를 주장해온 진영은 이를 의료 영리화의 가속화 징후로 읽는다. 정 정책위원장은 "보건복지부엔 (공공 의료 구현에) 자기 손발로 쓸 의료조직이 거의 없다.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 국립재활원, 국립정신보건센터 같은 중앙병원을 빼면 보건소가 유일한 정책구현 통로"라며 "국민들이 의지하는 국립대병원은 교육부 산하이고 보훈·산재·적십자 병원 등도 모두 부처가 다르며, 지방의료원은 각 지자체 산하에다 상황도 열악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처 독립을 하면 "바이오산업정책을 제외한 부처의 의료 자원은 여전히 민간과 타 부처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보건부, 환자·주민 아닌 의료 전문가 부처될 것"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더 이상의 후퇴는 없다 새정부에 바란다-보건의료정책 연속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더 이상의 후퇴는 없다 새정부에 바란다-보건의료정책 연속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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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의료 자원이 충분히 확충된다면 우려는 덜 수 있지만 정 정책위원장은 새 정부 보건의료 정책을 "공공의료 시장화 정책"이라고 단언했다. "'공공' '국가책임 강화' 등의 표현만 썼을 뿐 실상 민간 의료계의 민원만 들어주는 내용이 상당 부분으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도 밝혔다.

공공의료 강화 주요 정책으로 내건 '공공정책수가' 공약이 단적이다. 공공병상 확충은 이번 팬데믹에서 음압병실, 중환자실, 응급실 등의 인프라가 부족해 중환자가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위기를 겪으면서 한국 사회가 얻은 교훈이다. 2020년 기준 한국 공공병상 수는 전체 병상의 9.7%로, OECD 평균 71.6%에 한참 미달한다.

그런데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한 공공정책수가는 민간 병원에 음압병상, 응급실, 중환자실 등의 확충·개조 비용을 지원하고 수가 원가를 보전해주는 방식이 골자다.

김준현 건강정책참여연구소장은 "민간 의료 기관 자본비용을 건강보험재정인 공적자산으로 보상한다는 의미"라며 "정부가 민간 병원 지배구조나 운영방식에 개입할 수 있는 게 전제돼 있지 않다면 타당하지도 않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역 의료 공공성 강화도 국립대병원과 상급종합병원 확충이 내용의 대부분이다. 정 정책위원장은 "대형화됐고 가산 수가를 받는 대형병원, 상급종합병원이 지역의 필수의료(응급·외상·감염·분만 등) 문제를 해결할 좋은 병원인가? 이런 방식은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다. 더 중요한 건 필수의료중심의 거점 공공병원"이라며 "대형병원의 분원을 지역에 지어 공공병원처럼 위탁운영한다고도 공약했는데, 1990년대 IMF 이후 시기 지역 주민이 필요로 하는 진료를 하지 않고 본원 인력 돌려막는 폐해가 확인됐던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정 정책위원장은 "이미 코로나19 시기 막대한 공적자금을 민간의료기관에 공급했지만, 재택치료, 진단키트, 전담병원 등 수익성이 있는 부분은 경쟁적으로 참여한 반면 그렇지 않은 부분은 소극적이었다"며 "코로나 확진자 분만, 투석, 외상 서비스 제공엔 미온적이고 외면하는 태도가 만연했다"고 꼬집었다.

정 정책위원장은 또 "박근혜 정부는 그나마 '4대 중증질환 국가책임 100%' 같은 부분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안이라도 제출한 데 비해 윤석열 당선자는 이 정도 건강보험 정책 내용도 없다"며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를 좀 더 손보겠다와 선별적 보장성 강화안을 몇 개 제시한 데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보건부 분리는 의료정책의 핵심 수단인 건강보험 제도를 복지 정책 아래에 두지 않을 것"이라며 "전문가주의란 미명 하에 의사협회, 의료전문가, 의료 영리화를 주장하는 이들이 건강보험 제도를 장악하는 시도이고 관료집단은 재정당국을 중심으로 긴축 재정을 추진할 것이다.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시민사회 진영이 대단히 크게 싸워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태그:#보건부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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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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