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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 신부는 "박정희 유신독재, 한일협정 그리고 오늘 우리 사회에 만연된 수구세력의 뿌리는 아직 청산하지 않은 친일의 역사에 있다"고 성토했다.
▲ 함세웅 신부는 "박정희 유신독재, 한일협정 그리고 오늘 우리 사회에 만연된 수구세력의 뿌리는 아직 청산하지 않은 친일의 역사에 있다"고 성토했다. 함세웅 신부는 "박정희 유신독재, 한일협정 그리고 오늘 우리 사회에 만연된 수구세력의 뿌리는 아직 청산하지 않은 친일의 역사에 있다"고 성토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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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단은 단식으로 추레해진 건강을 회복하기도 전에 또 새로운 사건에 대처해야 했다. 박동선 대미 로비사건과 관련 미국 정부가 그를 기소하면서, 신병 인도를 요구해온 문제와 미 정보기관의 청와대 도청사건 등과 맞물리면서 확산되었다. 사제단은 이것은 유신정권의 수치 이전에 국가적인 치욕임을 인식하고 20일 성명서를 통해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박동선 사건에 대한 국민적 입장

박동선 사건은 한국에 있어서의 인권탄압과 부패특권의 영속화가 우방, 특히 민국의 조야(朝野)에서 비판의 대상이 됨에 이르자 현 정부가 자기 구제를 위한 단말마적 모험을 하고 있는 데서 빚어진 필연적 산물이다. 이것이 박동선 사건의 본질이다.

한국 정부가 1972년 3월 21일자로 박동선을 미국으로부터의 식량수입에 있어 유일하고도 필수적인 중개업자로 지정한 것은(뉴스위크 77년 4월 8일자) 박동선의 불순한 자금원이 다름아닌 우리 국민의 혈세요, 부담이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즉 국민의 혈세가 특권부패의 정권유지 자금으로 해외에서 유용되는 전체의 과정이 바로 박동선 사건의 전개과정이었다.

이 사건의 표면화는 윤리적 가치로부터 이탈하고 있는 현 정권이 그 존립을 위한 노력을 탐욕적으로 전개함으로써 한ㆍ미간의 연대구성(連帶構成)의 중심 내용이라 할 민주주의와 평화라는 윤리적 관련을 파괴함에 기인하고 있다.

박동선 사건의 본질과 동기, 그리고 그 진행과정이 이와 같이 한국 국민의 이익이나 국가 안보와는 아무런 관련 없이 한 정권의 안보를 위하여 자행되어 왔으니, 그 사건이 미치는 영향이나 그 결과가 한국 국민의 이익이나 국가 안보에 위해(危害)로운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우리는 내외에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박동선이 사용한 자금은 미곡중개업자로서의 수수료이고 그것은 이 나라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되었다. 더욱이 이 사건이 현 정부의 엄호와 지원 아래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현 정권과 박동선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분노를 야기시키고 있다. 다만 그 분노의 소리가 짓눌려 그들의 귀에 들려지지 않을 뿐이다. 

이러한 한국 국민의 국민적 감정과 한ㆍ미 양국간 국민 사이의 윤리적 연대라는 정신 기조 위에서 박동선은 마땅히 한국과 미국에서 함께 심판받아야 한다는 것이 박동선에 대한 우리 국민의 입장이다. 그것은 1인의 안전이나 그를 비호하는 현 정권의 안전보다는 3,500만 국민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데서도 입증된다. 

박동선은 철저히 조사될 수 있는 곳으로 보내져야 한다. 박동선과 현 정권이 다 같이 결백하다면 더욱 더 그렇다. 한 국가의 주권은 허위와 은폐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정의와 윤리도덕에 기초할 때 지켜지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확신이다. (주석 3)

유신정부는 8월 28일 김병상 신부를 구속한데 이어 같은 날 함세웅 신부를 재수감했다. 〈상고이유서〉를 기도회에서 공개한 것이 긴급조치 9호 위반이란 이유였다. 법원에 제출한 문건까지 일반 배포를 막고자 한 것이다. 1976년 12월 25일 석방되었다가 8개월 만에 재수감된 것이다. 그는 이 해 12월 25일 석방되었다.

프랑스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고 존경받는 신부가 있었다. 피에르 신부였다. 그는 부조리한 세상에 분노할 줄 아는 '행동하는 지성'이었다. "아니, '행동하는 지성'이라는 말도 그에게는 부족한 감이 든다. '분노하는 성자'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고, 어느 평자의 말이다. 

그래서 그는 '전투'를 선언한다. 언뜻 보면, 신부라는 신분에 걸맞지 않지만 그가 선언하는 전투란 그를 견딜 수 없게 만들고 분노케 하는 세상의 비참과 가난과 인종 편견에 대한 전투이다. 그는 비참이 인류에게 전쟁을 선포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 전쟁에 '전사'로 나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이다. (주석 4)

피에르 신부를 소개한 것은 '전사'의 모습으로 싸우는 정의구현사제단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주석
3> 앞의 책, 340~341쪽.
4> 피에르 신부 지음, 김용채 옮김, <당신의 사랑은 어디 있습니까>, 홍세화의 <추천사>, 바다출판사, 2000.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연구]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민주주의, #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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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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