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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러분의 삶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앞으로 5년간 우리 삶을 좌우할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국민이 어떤 공약을 원하는지, 지금 각 분야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대신 전달하려고 합니다.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환영합니다. '2022 대선 정책오픈마켓', 지금부터 영업을 시작하겠습니다. [편집자말]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국민 3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농장동물 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93.6%가 농장동물 복지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국민 3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농장동물 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93.6%가 농장동물 복지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 이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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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에 걸맞게 대선 후보마다 반려동물 가족 표심, 이른바 '펫심'을 사로잡기 위한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선거철이면 시민단체들이 동물보호 공약 하나라도 제안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 큰 변화다.

여야 대선 후보가 중점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단연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을 낮추는 공약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여야 후보가 공통적으로 진료 항목별 진료비나 상·하한을 정하는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수가제'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이 외에도 반려동물 놀이터나 장례시설 등 전용시설 확충 등은 선거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그나마 이번 대선에서는 이재명, 심상정 후보가 개식용 종식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보호소를 가장한 '신종 펫숍' 금지, 반려동물 판매 대신 입양 활성화, 채식 선택권 확산 등 이전에 비해 공약이 다양해졌다. 그러나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사람'이다 보니 아직도 많은 공약들이 반려동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동물보다 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편의와 이익을 먼저 고려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새해 첫날부터 꽁꽁 얼은 빙판에 버려진 강아지의 모습이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매년 유기동물이 10만 마리 이상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 시민들은 "동물을 아무나 기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선거철에는 반려동물 소유자 책임을 강화하는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해 국민 3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1 동물복지 정책 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유기동물 발생 이유로 '반려동물 기르는 사람들의 책임감이 낮아서'를 꼽은 응답자가 76.5%로 가장 많았다. 반려동물 의료제도 등 사회적 기반 부족을 이유로 든 사람은 27.7%로, 쉬운 동물 생산·판매 47.7%보다도 낮았다.

반려동물과 잘 살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제공하는 것만큼, 사전 교육 이수제 등으로 동물을 기를 수 있는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동물을 잘 보호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필요하다.

돈이 되지 않는 동물 위한 공약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많아진다면
 
공영동물원의 코끼리사. 동물원의 열악한 환경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선거철에는 주목받지 못한다.
 공영동물원의 코끼리사. 동물원의 열악한 환경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선거철에는 주목받지 못한다.
ⓒ 이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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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비해 다양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회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동물들을 위한 공약은 아직 부족하다. 농장동물의 경우 공장식 축산에서의 사육환경과 관리 수준을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공약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가축살처분 폐지', '탈육식' 등의 공약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임기 내에 어떤 방법으로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실험에 사용한 동물은 414만 마리로, 12년 만에 5배 넘게 증가했는데도 실험윤리를 제고하고 불필요한 실험을 감소시키기 위한 공약은 부족하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코로나19와 기후변화의 위기에서 야생동물의 거래를 규제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일을 전 지구적인 과제로 인정하는 것이 국제적 흐름인데도 야생동물에 대해서는 어느 후보도 언급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동물원의 열악한 환경과 수족관에서 고래류 동물들이 끊임없이 죽어나가는 현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지만 이를 들여다보는 공약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3년 전 동물원 사육장을 탈출했다 사살되어 동물원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할 만큼 온 국민이 공분했던 퓨마 '뽀롱이'의 이름은 이제 시민들 사이에서도, 정치권에서도 잊혀져가고 있다.           

아직 선거 기간이 남아 있다. 자신을 대신해 투표해 줄 가족이 없는 동물, 또는 산업적으로 돈이 되지 않는 동물을 위한 공약들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많아진다면 다음 정부에서는 반려동물뿐 아니라 모든 동물들의 삶이 조금은 더 나아질 것이다.

또한 공약 외에도 후보와 후보가 속한 정당이 이때까지 동물을 위해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였는지, 동물을 위해 어떤 정책들을 내놓았고 국회에서는 어떤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정치인들도 동물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꾸준히 관심을 갖고 공약 이행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태그:#동물복지, #어웨어, #동물공약, #2022대선 , #반려동물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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