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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민 50명이 참여하는 비대면 공동집필 프로젝트 '리-라이트'는 비대면문화연구소 ‘시흥 Arts-LAB’을 통해 발굴한 신규 문화예술프로그램입니다. 청소년, 청년, 지역예술가, 이주노동자, 지역상인 등 각양각층의 시민들이 함께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난파된 개개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를 에세이, 사진, 일러스트 등과 접목해 하나의 공동집필서로 완성했습니다. 이 기사는 리-라이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작성한 인터뷰입니다.[기자말]
좌측부터 박경남, 강채윤, 정혜영씨
 좌측부터 박경남, 강채윤, 정혜영씨
ⓒ 김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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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 그 작곡가는 왜 방과후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나 http://omn.kr/1wapl]

그 다음 타자는 강채윤씨, 정혜영씨, 박경남씨다. 세 사람은 비슷한 연령대의 자녀를 가진 학부모로 만나 인연의 싹을 틔웠다. 그러나 '공예'와 '인형극'에 대한 공통의 관심사가 인연의 연결고리를 한층 강하게 만들었다. 둘도 없는 친구이자 동료 사이가 된 세 사람은 앞으로도 이 길을 함께, 그리고 오래 걷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 우선 독자 분들에게 각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강채윤 : "저는 맨드리 창작소의 대표입니다. 결혼하고 자녀 양육에만 전념하다가 동화 구연을 시작해서 서울 소재 어린이도서관이나 병원에서 봉사를 했거든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게 정말 의미가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들과 더 가깝게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공예와 인형극도 시작하게 됐어요. 외부 기관이나 학교에 가서 공예 강의나 그림책 수업을 하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인형극이에요. 과정은 힘들지만, 하고나면 그 뿌듯함이 다른 어떤 것보다 커요."
 

정혜영 : "조그만 공방에 소속돼서 아이들에게 공예를 가르치는 일을 했었어요. 이제는 이곳에서 홍보도 열심히 하고,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하고 있어요. 두 분 덕택에 인형극을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은 공예수업도 같이 하고 있답니다."
 

박경남 : "처음에는 학부모 사이로 만났는데, 강 대표님의 영향으로 공예를 배우고 인형극을 하면서 이 세계의 재미에 눈을 떴어요. 푹 빠져서 하다 보니 이제는 이 활동이 생활의 주가 되어버렸네요. 코로나 때문에 공연이 취소될 때는 다른 일을 했는데, 이제는 상황이 좀 나아지고 있어서 같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답니다."
 

- 세 분의 인연은 학부모라는 접점으로 시작된 거군요. 그 점 외에도 예술에 대한 관심이 세 분의 관계를 더 가깝게 만들었다고 봐도 될까요?
강채윤 : "저 혼자 하는 것보다는 같은 엄마 입장에서 인형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동네 주민들을 섭외하게 됐어요. 다행히 아이들이 동창이라 더 연락하기 쉬웠어요. 4년 넘게 같이 활동해왔는데,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더 잘 맞는다고 느껴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인형극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세 사람
 인형극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세 사람
ⓒ 김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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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분 다 다양한 일을 하시지만, 특히 인형극에 대해 애정이 크신 것 같은데요. 인형극의 진정한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강채윤 : "인형을 잡고 있으면, 인형에 제 감정이 이입되는 거 같아요. 무대에 섰을 때 가슴이 쿵쾅쿵쾅 뛰는 게 뭐랄까. 아드레날린이 폭발되는 느낌이랄까요. 아이들이 호응을 해주고 웃는 걸 볼 때면 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 같아요. 이런 기분이 드니까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는 거죠."
 

정혜영 : "저는 두 분처럼 원하는 바를 구현할 수 있을 정도의 재주는 없거든요. 그 대신 소품을 만들 때 재미가 커요. 결과물이 예쁘면 만족감도 크고요. 특히 무대에 제가 만든 인형이나 소품이 있는 걸 볼 때 뿌듯함이 배가 되는 것 같아요."
 

박경남 : "저희 목소리가 들어가고, 직접 만든 인형이 올라가고 하니까 제가 올라가는 것과 똑같다고나 할까요. 인형이 곧 나라고 생각하니까 감정 이입이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공연이나 교육이 많이 취소돼서 아쉬운 마음도 크실 것 같습니다.
박경남 : "공연을 멈춰야 하는 게 정말 아쉬웠어요. 그 대신 저는 백신접종센터에서 안내하는 일을 했거든요. 외국인도 많이 오고 하니까 챙길 것들이 더 많더라고요. 안내 일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이 컸어요. 그래도 하반기에는 공연을 할 수 있어 다행이에요." 
 

정혜영 : "공예 수업의 취소도 많았고, 잡혔다가 재 취소되는 일이 빈번해서 일적으로도 많이 힘들었고요. 아이가 셋이라 케어하는 데도 애를 먹었어요. 코로나 때문에 왔다 갔다 하는 일이 너무 많았거든요. 내년에는 상황이 나아져서 활동을 더 많이 하고 싶어요."
 

강채윤 : "그동안은 바빠서 쉴 틈 없이 달려왔었거든요. 일이 줄어들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사람이 익숙해지면 해이해진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활동이 차츰 늘어나기 시작하니까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일이 많았을 때 피곤하다고 느낀 것에 반성을 하게 됐어요. 앞으로는 주어진 모든 일들에 감사하면서 최선을 다하려고요."

- 그러고 보니 '맨드리 창작소'라는 이 공간이 세 분에게는 아지트 같은 곳이겠네요. 공간은 어떻게 활용하고 계세요?
강채윤 : "에코크래프트, 가죽공예, 3D프린팅 체험을 할 수 있는 공예창작소이기도 하고, 더불어 인형극과 연극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해요. 상반기에는 공연이 취소돼서 거의 못했지만, 언제 기회가 또 찾아올지 모르잖아요? 항상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은 여기서 만나서 꾸준히 연습을 해요."
 

- 공간이 넓어서 교육을 하기에도 좋겠네요. 주로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하세요? 교육을 통해 느끼는 보람도 크실 것 같아요.
강채윤 : "공예수업을 많이 하는데요. 학교 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도 많이 해요. 아이들이 여기 오면 '선생님, 저는 이런 게 조금 힘들어요!'라거나 '이럴 때 기분이 좋았어요!'라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곤 하는데요. 사소한 것에서도 희로애락을 느끼고 표현하는 게 배울 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성인이 되면 아무래도 그렇게 자기 이야기를 솔직히 꺼내기가 힘들잖아요. 사람들의 시선이나 편견이 두려워서요. 누가 뭐래도 스스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소중하다는 걸 느끼게 돼요."

- 교육도 하시지만, 인형극을 통해서도 많은 관객을 만나실텐데 공연하실 때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오르시는지 궁금합니다.
강채윤 : "이야기 전달자라는 사명감을 갖고 해요. 상업적인 인형극도 좋긴 하지만, 좋은 메시지를 담아서 아이들에게 들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거든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과 작업을 오래 이어가는 게 꿈이죠. 어떤 사람과 함께 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 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하고 계시지만,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끝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강채윤 : "인형극을 하고 있지만, 기획이나 연출 부분도 부족하다고 느끼고요. 인형을 만드는 실력도 아직은 미흡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되, 지금처럼 연극이나 인형극은 계속 이어나가려고 해요. 그러려면 공간도 잘 유지해야하니까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게 최종 목표에요."
 

정혜영 : "처음에는 대사를 말하는 것조차 힘들었거든요. 소품을 만들다가 이제는 녹음도 하고 공연도 하러 다니니까 꿈만 같아요. 아이들도 다 커가니까 이제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더 많이 찾고 싶어요. 집에만 메이지 않고, 밖에서 활동하면서 계속 발전하고 싶거든요. 그리고 내년에는 코로나 상황이 좋아져서 공예 교육도 많이 하고, 예전처럼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네요."
 

박경남 : "저는 자영업을 하다가 그만두고 전업주부 생활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전만 해도 이 분야에서 제가 활동할 거라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고, 관심도 없었어요. 그런데 두 분을 만나 공예를 배워 자격증도 따고, 인형극도 배우고 나니까 새로운 세계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에요. 인형극의 활동에는 정년이 정해져 있지 않잖아요. 두 분과 꾸준히 오래 갔으면 하는 게 제일 큰 바람이에요."

인터뷰를 하는 내내 세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 넘쳐흐르는 기쁨, 그리고 눈빛만 봐도 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의 굳건한 신뢰 관계가 바탕이 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와 작품이 세상을 더욱 밝게 비출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오이도의 빨간등대처럼.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2021년 10월 29일에 진행되었으며, 2021년 12월 1일자로 시흥시에서 발간한 <리-라이트> 책자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리-라이트, #시흥시,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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