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연극은 세계의 작은 무대이다. 성장하는 아이들이 연극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며 어른이 되기도 하고 아이도 되어본다. 안전하게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연극이라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더 큰 세상을 만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규모 학교인 경남 함양 서상초등학교의 2019년도 전국어린이연극잔치 대상 수상은 지역 어린이들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미 서상초등학교는 이전부터 전국 초등학교에서 연극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학교이며 함양군은 매년 경남어린이연극페스티벌을 유치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함양 관내 백전, 위성, 수동, 위림초등학교 등에서 연극을 통해 자유롭게 소통하고 배우는 학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와 함께 함양의 어린이 연극은 이 기틀을 바탕으로 '함양세계어린이극잔치'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연극을 포함한 모든 활동이 지체되고 불완전한 지금 함양 어린이 연극이 다시 도약할 그날들을 대비해 세계어린이극잔치에 앞서 함양 어린이 연극의 지난날을 돌아보는 것과 더불어 전국에 알려진 연극교육과 사업에 대해 알아보고 어린이 연극 시스템을 다시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다. - 기자 말

어린이 연극을 이끄는 한국교육연극학회

교육과 연극의 융합적 가치를 함께 공유하는 한국교육연극학회는 교육연극 관련 국내에서 공인받은 유일한 학회다. 2000년에 탄생해 교사, 예술강사, 공연예술가, 연구자 등 모두를 아우르는 학회로 자리잡은 한국교육연극학회는 교육연극아카데미, 한국아시테지와 함께하는 연수, 교육연극관련 포럼과 학술대회 개최, 전국어린이연극경연대회 등을 주관하며 연구와 현장의 균형추를 맞추어나가고 있다.

교육연극의 이론과 실천에 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교육연극학회의 인경훈 부회장을 만나 어린이 연극과 관련한 학회의 역할과 전국어린이연극경연대회 등에 대해 묻고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세상을 경험하는 즐거운 놀이터 어린이 연극' 3편에서는 한국교육연극학회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인경훈 부회장의 어린이 연극에 대한 생각 등을 중심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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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육연극학회는 교육연극에 관한 연구 및 실천, 연구 결과의 보급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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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덥지근한 8월 인천원당초등학교에서 만난 인경훈 부회장은 취재진을 반갑게 맞았다. 해당 학교에 교감으로 재직 중인 인 부회장은 1995년도부터 오랜 시간 어린이 연극을 지도해온 만큼 인터뷰 전체적으로 답변 한마디 한마디에 어린이 연극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2010년 개최된 제19회 전국어린이연극경연대회에서 금상(작품 단체상)과 최우수 지도상을 함께 받는 등 어린이 연극과 관련한 화려한 경력까지 갖고 있는 인 부회장은 현재 한국교육연극학회 임원으로써 어린이 연극 발전에 역할을 하고 있다.

교육연극에 관한 연구 및 실천, 연구 결과의 보급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한국교육연극학회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학술지 발간과 학술 연구, 교육사업 운영 등의 사업을 주로 진행하고 있다.

인경훈 부회장은 "우리 학회는 교사뿐만 아니라 예술강사, 연극을 전공한 교수, 극단 단원 등 다양한 부류로 구성돼 있다"며 "교육연극과 관련한 만남의 장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이 갖고 있는 교육연극에 대한 지식, 창의적인 방법론 등을 회원들과 공유하고 서로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학술행사는 총 36회 진행됐으며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해왔다.

또 한국교육연극학회의 공식 학술지인 <교육연극학>은 교육연극의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구 및 학제 간 접목을 위한 국내 최초의 교육연극 전문학술지로서 2005년 창간됐다. 지난 2015년 하반기부터 연 2회 발행되었고, 2018년 한국연구재단 '등재후보지', 그리고 2020년 12권 1호부터 '등재 학술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교육연극, 예술교육, 그리고 다양한 문화와 예술, 사회와 교육의 만남에 관심을 지닌 연구자, 예술가, 교사, 활동가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논문을 투고하고 있다.

2018년 11월에는 제26회 전국 어린이 연극 경연대회를 주관한 데 이어 2019년 제27회 전국 어린이연극잔치(명칭 변경)를 (주)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와 공동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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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경훈 부회장은 어린이 연극 지도자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인천 섬 지역에서 5년 정도 근무한 기간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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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연극 학회로서의 역할을 해왔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학회 또한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 2회 춘계, 추계로 나눠 진행해오던 학술행사는 지난해 11월 추계학술대회만 온라인으로 개최했고 세미나 교육연수 등을 진행하는데도 애로 사항이 많다. 무엇보다도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이 방역으로만 집중되다 보니 문화예술이 소외받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인 부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을 활용한 연수, 연습, 공연 등의 형태로 돌파구를 찾아나가는 중이지만 연극은 현장성이 생명이라는 점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특히 공연 같은 경우 영상으로 대체해버리면 배우 표정에서 느낄 수 있는 현장의 감동들이 다 무마된다. 그렇다고 해서 포커스를 주고 편집을 하자니 영화 같은 느낌이 되어버려서 애매한 측면이 있다. 다들 두들기고는 있는데 뾰족한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학회에서는 매달 교육연극워크숍을 '줌'을 통해 진행하고 있으나 여러 측면에서 한계가 많다고 한다.

인 부회장은 "2014년부터 학회에서 진행했던 사업 중 하나가 전국교육연극 연수다. 지방에 있는 선생님들은 서울에서 평일 연수를 받기가 어렵다 보니 방학 중에 2박3일 동안 캠프를 운영했었다"며 "세계아동청소년연극제가 그 기간에 있어서 다른 나라 연극도 보고 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필요한 교육연극 방법이라든지 연극 지도 방법 등 연수를 진행했지만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매달 워크숍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긴 시간을 할 수 없다는 점과 더불어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코로나 상황이 조금 더 괜찮아진다면 이전에 기획했던 오프라인 연수들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아이들의 공연 환경과 관련해서도 인 부회장은 지방 같은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보니 연습과 지역 공연을 하는 데 있어서 부담이 적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수도권은 현재 연습 모임조차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상태라는 점에서 오히려 지방의 연극 환경이 좀 더 자유로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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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연극의 이론과 실천에 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교육연극학회의 인경훈 부회장을 만나 어린이 연극과 관련한 학회의 역할과 전국어린이연극경연대회 등에 대해 묻고 듣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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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경훈 부회장과 어린이연극

코로나19로 쉽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교육연극학회는 앞으로도 교육연극 활성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탐색해 나갈 예정이다. 이어서 어린이 연극을 이끄는 한국교육학회의 인 부회장에게 그동안 교사로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보낸 지난날과 어린이 연극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물어보았다.

인 부회장은 20년 가까이 되는 긴 시간 동안 교사생활과 교육연극 지도를 병행해왔다. 93년 연극에 대한 관심을 시작으로 95년부터 어린이 연극에 대한 본격적인 지도에 나섰다.

인 부회장은 "아무래도 당시에는 학원이 활성화되지 않아서 지금과는 다르게 참여율도 높았고 학부모님들도 좋아했다. 이후 학원이 점차 늘어나자 아이들의 참여가 전보다 어려웠고 학교 전체 단위에서 반 단위로 연극 지도가 이루어졌다"며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수업 외 시간에도 소통하는 기회가 생겼고 공부와 상관없이 모든 반 아이들이 참여하면서 아이들 각자가 같이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어린이 연극 지도자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인 부회장은 인천 섬 지역에서 5년 정도 근무한 기간을 꼽았다.

전교생 10여명 밖에 되지 않은 섬 지역 작은 학교에다 외부강사들이 올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보니 홀로 아이들 전체를 데리고 연극을 같이 만들었다고 한다.

인 부회장은 "작은 섬 지역이라 학원이 없다 보니 방과 후에 아이들과 같이 재미있게 놀면서 작품을 만들었는데 마침 또 좋은 작품이 되어서 인천어린이연극경연대회와 전국어린이연극경연대회에서 1등을 한 적이 있다"며 "그 공연을 가지고 교회 강당을 빌려서 마을 주민과 군부대를 대상으로 순회공연을 했고 그때 아이들이 많이 뿌듯해 해서 기분이 좋았다"고 당시 기억을 전했다.

그러면서 인 부회장은 어린이 연극을 진로나 전문적 목적보다도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관계 회복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기초 소양이라는 측면에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인 부회장은 "이렇게 아이들이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나중에는 소비자로서 성인이 됐을 때 연극을 제대로 관람할 수 있는 관객으로서의 소양도 가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어린이 연극이 학생들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교육 집중으로 인한 학생들의 시간적 여유 문제와 미디어의 발달과 스마트폰 보급 등으로 영상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으로 아이들을 연극의 문으로 끌어들이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인 부회장은 "우선 아이들이 연극에 부담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이 가장 시발점인 것 같다. 연극은 타고난 아이들만 하는 것이라는 일종의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교육연극의 역할"이라며 "요즘은 연극을 통한 심리 치료교육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도 같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려운 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이 연극 잔치와 관련해서는 공연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객들이 관람만 하고 가는 것이 아닌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짚었다.

인 부회장은 "기존 공연은 대회에 참여하는 아이들, 관객으로 이분화되어 있다 보니 한계성이 있다"며 "대회가 축제 형식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작은 인형극이라든지 간단한 것들을 통해서라도 관객들의 놀이의 장을 만들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올림픽이 생활스포츠 형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만큼 연극 또한 생활 연극 방향으로 전환해 꼭 어떤 특정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누구나 쉽게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추가로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