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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학교 도서관이 주최하는 '광주, 전남이 읽고 톡하다' 2021년 올해의 책으로 박상미 작가의 <관계에는 연습이 필요합니다>가 선정되었다.

시민들은 다섯 후보작품(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꿈꾸는 사과,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서른세 번의 만남 백석과 동주) 중에 왜 이 책을 골랐을까.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사회적 관계, 가족 관계에 상처받고 힘들어 하며 관계에 대한 새로운 가치 정립을 위한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고 느낀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심리 상담, 마음 치유, 관계 회복 전문가인 박상미 작가는 건강한 관계 맺기를 위한 조언을 예시로 제시하며 독자들도 관계 형성에 필요한 말과 행동을 연습해보라고 권한다.
 
저자는 관계를 살리는 공감 대화가 '생각 말고 소망을 말하는' 이 원칙 하나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 박상미,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관계를 살리는 공감 대화가 "생각 말고 소망을 말하는" 이 원칙 하나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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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라는 지옥을 탈출하는 방법

사르트르의 <닫힌 방>에 나오는 "타인은 지옥이다"는 말은 타인의 시선, 타인의 평가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실존 상황을 비유한다. 마음 근육을 키우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면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저자는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이야기'와 디오게네스의 "사람을 대할 때는 불을 대하듯 하라"는 비유를 호출한다. 추운 겨울 고슴도치가 얼어 죽지 않으려 서로 부둥켜안으면 가시가 서로를 찌르게 된다. 최소한의 거리를 두며 가시가 없는 머리만 맞대고 자는 고슴도치처럼 관계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계 또한 불을 대하듯 다가갈 때는 타지 않을 정도로, 멀어질 때는 얼지 않을 정도로 거리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를 노력하라고 한다.

관계를 살리는 공감 대화법
 
"생각을 말하지 말고 소망을 말하세요." -138쪽
 
저자는 관계를 살리는 공감 대화가 이 원칙 하나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어떤 상황에 대해 자동적으로 떠오른 생각, 판단, 비난을 멈추고 나의 감정과 소망에 집중해서 내가 원하는 소망으로 표현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일하지 마"가 아니라 "나는 당신이 이렇게 하면 참 좋겠어"로 바꾸어 말하라는 것이다.

왼쪽 귀에는 상대의 '감정을 상상하는 필터'를, 오른쪽 귀에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석하는 필터'를 장착하라고. 한 사람의 마음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기에 타인의 마음을 짐작하기란 어렵다. 한 사람의 마음을 짐작하는 것은 내 마음의 반영이기에 타인의 마음을 보는 것은 결국 자신의 마음을 보는 것이다. 내 감정이 상대에게 투사된 건 아닌지 늘 점검해봐야 한다.

손등에 식초가 쏟아졌을 때 멀쩡한 피부라면 물이든 식초든 상관없겠지만 손등에 상처가 있는 사람이라면 무척 쓰라릴 것이다. 심리적 통증도 자신이 지닌 상처에 비례한다. 나에게 닥치는 고통의 강도는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마음 훈련을 통해 건강한 손등, 쉽게 상처 받지 않을 탄탄한 마음의 피부를 지녀야 한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이 있으니 그 공간을 이용해 자신의 마음에 일어나는 감정, 자신이 원하는 욕구를 알아차리고 유연한 마음으로 말과 행동을 선택하며 스스로의 마음을 챙겨야 한다. 상황과 상대는 바꿀 수 없어도 내 마음은 바꿀 수 있다.

저자는 릴케의 "내가 완수해야 할 시련이 얼마인고", 니체의 "나를 죽이지 못한 모든 시련은 나를 한층 더 강하게 만든다"는 표현을 인용하며 시련을 자신을 한 단계 성숙시키는 기회로 활용하라고 한다.

또한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심리학자의 말을 통해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습관을 길러가라고 권한다.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은 긍정적인 언어와 감정에 반응하므로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긍정적인 감정 단어들을 항상 가까이 두고 뇌가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목소리로 반복적으로 읽으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단어들을 소리내어 읽으면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이 분비된다고 말한다.
▲ 긍정적인 감정을 살리는 언어 치유의 감정단어 저자는 이 단어들을 소리내어 읽으면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이 분비된다고 말한다.
ⓒ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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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치유, 관계 회복 관련 도서가 많아 내용도 비슷할 거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신선하고 유용한 정보들이 제법 많다. 무엇보다 인간관계에 바로 적용해 쓸 수 있는 말들이 예시로 잘 제시되어 있는 점은 저자의 오랜 상담 경험의 결과물로 가장 빛나는 부분이었다.

내용과 맥락에 어울리는 <논어>, <명심보감>의 고전을 인용한 것은 좋았으나 그 부분에 대한 깊이 있는 저자 나름의 재해석이 없어 다소 따로 노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는 코로나시대,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 맺기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온라인 만남의 증대, 제한된 대면 만남 등 달라진 환경에 걸맞은 새로운 관계 형성의 모델을 찾아가는 과정의 어려움일 것이다.

소모적인 인간관계에 지쳐있다면, 인간관계 멀미를 앓고 있다면, 가족, 친구, 연인과의 불화에 대처하는 실마리를 찾고 싶다면 책에 나온 실전 연습문제를 풀면서 관계 연습을 해 볼만 하다. 끊임없는 관계 속에 살면서도 어느 누구도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관계 맺기' 수업을 받아본 적은 없을 테니 말이다.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단호하고 건강한 관계의 기술

박상미 (지은이), 웅진지식하우스(2020)


태그:#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박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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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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