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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하루 평균 3만5000명 내외의 관광객들로 붐빈다. 인구 대비 카페 수가 많은 제주에서는 매일 엄청난 양의 일회용 컵이 쏟아져 나온다.

지난 7월에는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뒤덮인 이호해수욕장 사진이 SNS에서 화제가 됐다. 매년 환경오염이 심각해지자 제주도는 도내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통해 친환경 제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제주에너지공사에서 진행하는 '에너지·소통·공감 카페'도 그중 하나다.

'에너지·소통·공감 카페'는 기후변화 심각성을 알리고 'CFI(탄소 없는 섬 제주, Carbon free island)'를 실현하고자 2020년 9월 9일부터 단계적으로 개점했다. 에너지 카페 2호점 '카페 스물다섯'은 2020년 10월 28일 선정돼 2021년 현재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대표메뉴 '북극곰 라떼'
 대표메뉴 "북극곰 라떼"
ⓒ 오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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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는 ▶음식의 탄소발자국 ▶생활 속 사용 가능한 친환경 제품 ▶에너지 절약 제품 ▶전기차, 태양광, 풍력 발전 관련 정보가 전시돼 있다. 더불어 환경 관련 서적, 지구온난화를 상징하는 시그니처 메뉴도 판매한다.
 
에너지카페 전시공간
 에너지카페 전시공간
ⓒ 오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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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소통·공감 카페 만족도 조사 설문지
 에너지·소통·공감 카페 만족도 조사 설문지
ⓒ 오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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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소통·공감 카페'는 신재생 에너지 홍보 및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실천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자원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지금이라도 지구의 한정된 자원을 소중하게 사용하자'는 메시지 전달에 초점을 맞춘다.

'카페 스물다섯' 대표 최지현씨는 "환경보호와 제로웨이스트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때, '제주올레'에서 진행하는 친환경 컵의 완전한 재활용 캠페인 '세바우'에 참여했다. 이 모습을 좋게 봐주신 에너지 공사 담당자께서 '에너지·소통·공감 카페'를 함께 진행하자고 제안을 해주셨다"며 에너지 카페의 시작을 말했다.
 
일회용 티백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차
 일회용 티백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차
ⓒ 오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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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스물다섯은 철저한 분리수거, 재활용, 설거지 비누 사용 등 생활 실천에 그치지 않고 카페 주변 정화 활동까지 한다. "환경에 관해 관심을 가지기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보고 걸었는데, 환경에 관심을 가지자 쓰레기가 눈에 밟혔다"며 정화 활동을 이어나가는 이유를 설명했다.

"내가 주울 수 있는 쓰레기가 보이면 한 개씩 줍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종량제 봉투와 집게를 챙기기 시작했어요. 주워 온 쓰레기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분류하는 작업은 여전히 힘들지만, 깨끗하게 정리해 배출할 때 쾌감이 너무 좋아요.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 내가 하는 작은 실천을 많은 사람이 하게 된다면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희망. 이 두 감정이 제가 꾸준히 실천할 수 있게 도와줬어요."

카페 스물다섯이 모든 결정의 순간에서 고민하는 건, '이 일이 환경에 해롭지 않을까?' 이다. 철저한 분리수거를 위해 쓰레기 배출 즉시 깨끗하게 세척하고 세세하게 분류함은 물론 카페 내에서 사용하는 안내문은 기부받은 이면지를 재활용한다.
 
'무해한 하루' 때만 판매되는 비건메뉴
 "무해한 하루" 때만 판매되는 비건메뉴
ⓒ 오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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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영업 시에도 이면지에 손편지로 공간의 취지를 전달하려 노력한다. 매달 5통 이상 나오던 주방세제 통을 배출하지 않기 위해 직접 커피 가루를 재활용하여 설거지 비누를 만들어 사용하고, 인기가 많았던 버터 쿠키도 과감하게 비건 쿠키로 변경했다.

"저희 스물다섯이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을 적어보면 거창한 일은 하나도 없어요. 수고스러운 일을 지구의 안녕과 우리 모두의 안녕을 위해 꾸준히 실천하고 있을 뿐이죠."

서툴지만 확실하게
 
건강한 하루마켓 '무해한 하루'에는 다회용기와 텀블러 사용이 권장된다.
 건강한 하루마켓 "무해한 하루"에는 다회용기와 텀블러 사용이 권장된다.
ⓒ 오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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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can save the earth.'

2020년 11월부터 진행된 건강한 하루마켓 '무해한 하루' 슬로건이다. '무해한 하루'는 스물다섯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환경 프리마켓이다. 3개월을 주기로 진행 중이며 오는 28일 4차 오픈을 앞두고 있다.

이날 하루는 동물성 재료를 배제한 비건 메뉴만을 판매한다. 일회용품이 발생하는 테이크아웃, 포장·배달 영업도 쉬어간다. 포장을 원한다면 다회용기와 텀블러를 사용해야 한다.

"첫 마켓 진행 시, 아무도 안 올 것 같았어요. 불편하고 수고스러운 하루잖아요. 예상외로 다들 가방에 다회용기를 챙겨 방문해 주시고, 비건과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두고 실천하는 분들도 많이 알게 됐죠. 카페 창업의 꿈을 가진 직원들이 셀러로 함께하니 일도 수월해졌고요. 우리의 노력과 생각을 알아주는 좋은 사람들 덕분에 두 번째, 세 번째 마켓도 힘을 낼 수 있었어요. '무해한 하루'를 통해 '같이의 가치'를 깨달았어요."

스물다섯은 타 기업과 협업도 한다. 2021년 고용노동부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된 '푸른 컵'이 그중 하나다. '푸른 컵'과 스물다섯은 제주를 찾아온 관광객에게 다회용 텀블러를 빌려주며 일회용 컵 사용량을 줄이는 데 함께 앞장서고 있다. 환경을 위해 열심히 고군분투 중인 다른 기업에 힘이 될 수 있다면 언제든 열린 마음으로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인간도 지구의 일부이고 둘 중 누가 멸망해야 끝나는 시나리오가 아닌 지구와 인간 모두가 화목하게 오래 공존하는 모습을 상상해요."

최지현 대표는 어떤 선택이 환경에 더 좋은 선택인지 '나만의 기준'을 확립하기 위해 최대한 다양한 책을 읽고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한다. 이를 쉽게 정리한 글을 블로그에 올려 이웃들과 소통한다.

블로그에 자신의 실천 이야기를 기록하고 카페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지만, 누군가 "환경에 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라고 선언하면 곧바로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이길 꿈꾼다고.

"영화 <투모로우>를 보며 많은 경각심을 느꼈어요. 영화 후반부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분노한 자연 앞에서 인류의 무력함을, 인류는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지구의 자원을 마음대로 쓸 권한이 있다고, 하나 그건 오만이었습니다'란 대사를 듣고 펑펑 울었거든요. 이 대사가 저를 친환경 생활로 입문하게 했어요. 비건이나 제로웨이스트 모두 거창한 개념이 아니에요. 누구나 도전할 수 있어요. 조금씩 노력하는 한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계속 알리고 싶네요."

카페 스물다섯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다랑곶6길 19에 있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다.

덧붙이는 글 | 네이버카페 및 블로그, 브런치에도 인터뷰가 게시됩니다.


태그:#에너지카페, #제로웨이스트, #비건, #스물다섯,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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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공감가는 기사를 쓰는 오금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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