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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가칭)안산공동체라디오’의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 정은주 사무국장, 안산공동체라디오 정혜실 편성책임자
▲ 위기의 순간, 소통으로 여는 희망 사진 왼쪽부터 ‘(가칭)안산공동체라디오’의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 정은주 사무국장, 안산공동체라디오 정혜실 편성책임자
ⓒ 김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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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에 코로나19는 강력한 복병이다. 고립과 단절이 스며든 자리에는 균열을 생겼고, 그 틈을 메우기 위한 공동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다양한 공동체와 그 속에 함께 하는 이들이 모여 위기의 시간을 또 다른 연대와 소통으로 풀어보려는 '(가칭)안산공동체라디오'의 출범이 지역사회의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무더위가 모든 것을 삼켜버릴 만큼 기승을 부리던 지난 28일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 안산공동체라디오 정혜실 편성책임자, 지구인의 정류장 정은주 사무국장을 만났다.
 
'공동체라디오'로 꿈꾸는 촘촘한 연대

"공동체 미디어는 지방선거 때 주민들이 들을 수 있는 의견 청취의 창구를 만드는 역할도 하고, 동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지역 안 여러 사안을 더 깊고 구체적으로 다룰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안산은 그동안 정보 접근성이 부재했던 거죠."

정혜실 편성책임자는 "중앙정부의 이야기는 주류 미디어를 통해서 많이 듣지만 정작 우리 안의 다양한 이야기들은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듣기 어렵다. 공동체라디오가 안산에 생기면 우리가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역밀착형 FM라디오 방송인 공동체라디오는 지역별로 다양하게 운영되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지난 2004년 시범사업으로 도입 후 7곳 만이 운영되다 17년 만인 지난 7월 21일 20곳이 신규허가를 받았다.

안산지역은 지난 3월 공고가 난 후 지구인의 정류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동체들이 '안산공동체 라디오' 창립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공동체 라디오는 코로나19로 단절된 소통이 벌려놓은 틈새를 서로를 잇는 촘촘한 연대로 채울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였다.

정혜실 편성책임자는 "공동체 라디오를 준비하며 미디어단체로 출발해 이주민 미디어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온 김이찬 대표와 지역 내 네트워크를 단단하게 다져온 정은주 사무국장이 있는 지구인의 정류장과 함께 고민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팟캐스트와 유튜브 시대에 주파수를 받아서 돈과 사람을 써가며 라디오를 해야 하나 고민도 따라왔다. 하지만 인터넷이 끊기거나 재난 상황 발생 시 가장 효과적으로 안내와 캠페인 등을 해낸 해외 사례들과 주류 미디어가 커버하지 못하는 많은 지역 사안들을 다루는 서울 공동체 라디오들을 보며 지역 특성에 맞는 작은 라디오를 준비해갔다.

안산 내 다양한 풀뿌리 단체들과 공동체가 활동하고 있지만 지속해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주민의 목소리가 들리게 하는 미디어 활동이 없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안산은 이주민이 굉장히 많이 살고 있고, 내국인 중 외지인의 비율도 높아요. 이주민과 선주민의 소통은 물론 원주민과 한국인 이주민 사이에도 소통이 필요하지만, 안산 안에서 충분히 이야기된 적이 없어요. 다행히 안산에는 다양한 공동체와 활동 조직이 있으니 '누구든 나와서 이야기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공동체 라디오가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가칭)안산공동체라디오는 지난 4월 23일 지역 내 다양한 고민과 꿈을 모아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 "단절과 고립, 더욱 촘촘한 연대로"  (가칭)안산공동체라디오는 지난 4월 23일 지역 내 다양한 고민과 꿈을 모아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 (가칭)안산공동체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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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우리'의 기록

정혜실 편성책임자는 2016년부터 이주민방송 MWTV 대표, 서울마을미디어센터 운영위원, TBS 시청자위원회, 포괄적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잠시 머무는 임시거주지로 여기면서도 정작 20년을 머문 안산에서 은퇴 후 꿈꾸던 쉼도 포기한 채 공동체라디오로 또 다른 시작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공동체라디오를 함께 준비하며 안산을 내가 사는 지역으로, 주거지로, 주민으로 공동체답게 만들어 갈 수 있는지 논의할 수 있는 장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죠."

이주민과 선주민이 만나 우리 안에 숨겨진 갈등들을 드러내고 해소하는 소통의 기회로, 아직 해소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세월호 때 우리가 함께 느꼈던 슬픔을 지역 안에서 끄집어내서 이야기하는 통로로… 다양한 꿈과 고민이 모여 지난 4월 23일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운영의 주체로 들어오는 공동체든 주민이든 누구나 자기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민주적인 절차 안에서 각자 n분의 1의 의견으로 합의를 만들어가는 조직 구성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토론하고 논의하며 합의해 가는 과정입니다."

정혜실 편성책임자는 "공동체라디오의 오랜 역사가 있는 해외 관련 책들을 읽어보면 공동체 라디오는 라디오가 10%고 공동체를 만드는 게 90%라고 나와 있다"라며 "안산에서는 우리 안의 다양성을 어떻게 포용하고,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동등하게 받아들일 건가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은주 사무국장은 발기인대회 목적에 담긴 내용을 소개하며 "'다양한 삶의 배경을 가진 국내외 이주민과 원주민이 모여 지역사회의 작은 목소리들을 형성하고 연결하고 발현하는 장을 형성'하길 희망한다"라며 "가장 재밌는 공동체라디오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안산시가 공동체라디오로 상호문화도시를 만드는 데 함께하길 기대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안산공동체라디오는 지역 내 다양한 공동체와 주민 참여를 위한 문도 활짝 열어 놓았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별되는 언사를 하지 않으며 자기의 이익을 좇아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는다는 가이드를 만들고 서로가 약속하고 합의된 상황에서 운영한다면 지역 안에서만큼은 굉장히 풍성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안산공동체 라디오’ 창립을 위해 지구인의 정류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동체들이 참여했다.
▲ ‘우리’의 기록 "공동체라디오" ‘안산공동체 라디오’ 창립을 위해 지구인의 정류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동체들이 참여했다.
ⓒ 안산공동체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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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라디오 공동체를 통한 그리는 새로운 희망에 관해 물었다. 정혜실 편성책임자는 "공동체 라디오는 우리가 지금까지 흩어져서 했던 활동들을 함께 그 안에다 녹여내면서 또 동시에 지역에 뿌리내리는 운동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거대 담론을 통한 투쟁의 시간을 보냈다면 이제는 지역 안에서 작은 연결들을 잇고 지역 안에서부터의 변화, 내 이웃의 변화 그런 것들을 좀 꿈꾸게 된 것 같아 훨씬 재밌고 훨씬 의미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이찬 대표는 "큰 역할을 해야 하는 것에 부담감이 있지만 잘 될 거라는 생각이 있다. 참여한 분들이 가진 잠재력이 큰데 그동안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없었다. 라디오라는 틀에 누구나 나와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에게 자신을 회복하고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경기다문화뉴스에도 게재됩니다.


태그:#지구인의 정류장, #공동체라디오, #안산 공동체, #단절과 소통, #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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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다문화뉴스 등에 기사를 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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