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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의 상추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며칠 사이에 거대 상추로 자라 버렸다. 상추가 이렇게 크게 자랄 수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상추가 너무 촘촘히 자라고 있으니 솎아주어야 한다는데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제는 상추를 솎아주어야만 할 때였다.
 
상추
▲ 상추 상추
ⓒ 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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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밀집 지역에 있는 상추를 몇 개 뽑았다. 두세 개 뽑았을 뿐인데 벌써 한 움큼이 된다. 덕분에 하루 세 끼를 상추쌈에 밥을 먹게 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상추만 먹었는데 맛이 있었다.

사실 나는 상추를 좋아하지 않았다. 고기를 먹을 때 꼭 등장하는 상추이지만 상추쌈을 해서 고기를 먹는 것보다 그냥 고기 맛을 즐기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남은 상추는 늘 냉장고행으로 직행하다가 음식물 쓰레기로 처분된다. 그전에 이웃에게 넘겨지면 다행이다.

"농사 잘 짓네 농사꾼이네."
"그런데 어떻게 상추 잎이 이렇게 클 수 있지?"


시골에 내려온 언니도 텃밭 구경에 나섰다가 상추 잎의 크기에 놀란 모양이다. 지금까지 마트에서 파는 상추 잎들은 언제나 사람들이 한입 쌈을 싸 먹기에 적당한 크기로 판매하고 있어서였다. 텃밭에서 거대 상추로 자라는 것을 보며 상추 잎이 다 자라기 전에 미리 솎아 내서 그런가 보다는 결론을 서로 내렸다.
 
상추
▲ 상추 상추
ⓒ 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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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를 뿌리째 뽑아버린 나와는 달리 언니는 큰 잎사귀만 가위로 잘라내었다. 그러면 새로운 상추 잎이 또 자라 여름 내내 먹을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이 속도로 상추 잎이 계속 자란다면 매일 상추만 먹고 살아야 할 판이다. 점심은 당연히 상추쌈이다. 언니는 상추쌈을 먹더니 마트에서 사 먹는 상추 맛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상추가 맛있다. 사 먹는 상추보다 연하다 진짜 상추가 진짜 부드럽네."

연발하며 된장에 상추를 싸 먹었다. 집으로 돌아갈 때는 몸에 좋다며 상추 잎을 잔뜩 뜯어서 갔다.

상추 효능이 너무 좋다. 상추를 먹어보면 그 맛이 쌉싸름하다. 상추 잎에 락투카리움 성분이 들어 있어서다. 상추를 먹고 나면 졸음이 오는데 잠을 잘 자게 하는 약초로도 많이 쓰인다. 빈혈에 좋고 피를 맑게 해주는 진정 청혈 효과가 있다. 상추를 먹으면 행복감과 온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하니 초여름 보약인 상추를 많이 먹어야겠다.

내가 텃밭에서 직접 기른 상추는 잘 자랄 뿐만 아니라 맛도 일등품이었다. 지인들에게도 나누어 주려고 이번에는 뿌리째  뽑아내지 않고 가위로 조심스럽게 거대 상추 잎부터 솎아냈다. 앞으로 상추 잎이 어느 정도까지 클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상추
▲ 상추 상추
ⓒ 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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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상추로 자랄 수 있는 비밀은 바로 토양에 있었다. 밭을 갈아엎지 못해 마른땅에 상토를 붓고 상추 씨앗을 뿌렸는데 상추가 잘 자란 것이다.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은 30배 60배 100배의 열매를 맺는다는 성경 말씀을 거대 상추를 보며 체험하고 있다.

아주 좋은 마음의 밭을 준비하자. 열매를 맺고 싶은 씨앗도 준비하자. 좋은 마음의 밭에 떨어진 그 씨앗은 곧  거대 상추처럼 성장해 기쁨을 가져다줄 것이다.

태그:#상추,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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