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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서해안 안고렴.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상부갯벌로 갯골을 형성해 천혜의 자원이 풍부해 무척 아름다운 경관을 갖췄다.
 화성 서해안 안고렴.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상부갯벌로 갯골을 형성해 천혜의 자원이 풍부해 무척 아름다운 경관을 갖췄다.
ⓒ 화성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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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의 서쪽은 드넓은 바다로 연결된다.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중간에는 하루에 두 번 갯벌이 드러난다.

갯벌은 달과 지구와 강물과 산이 정밀하게 만들어낸 자연의 선물이다. 육지의 흙과 영양분은 강을 통해 바다로 연결되면서 수천 년 동안 퇴적층을 형성하였고 다양한 종류의 갯벌이 만들어졌다. 다양한 갯벌에 따라 사는 생물도 다양해진다.

모래가 많은 갯벌과 진흙이 많은 갯벌, 돌이 많은 갯벌에 따라 바지락이 살고 모시조개가 살고 꼬막이 산다. 바다에 잠기는 시간과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에 따라서도 살아가는 생물이 달라진다. 특히 특정한 서식조건에만 살 수 있는 갯벌 생물도 있다. 그런 생물은 대부분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인간의 편리와 경제적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갯벌을 개발하고 이용하였고 지금 이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전곡항은 마리나항으로 개발되어 주말이면 요트와 바다낚시를 즐기는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바로 맞은 편 제부도도 마리나항이 개발 중이고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던 신비의 바닷길에는 전곡항과 제부도를 잇는 케이블카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옛 모습은 사라지고 레저관광단지로 놀거리와 즐길 거리로 무장한 제부도와 전곡항에서 유일하게 자연과 생태가 남아있는 보물 같은 섬이 있다.

지연에 대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은 주변에 알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했던, 장외리에 남은 유일한 상부갯벌인 '안고렴'. 섬이라고 불러야 할지 산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를 안고렴은 수많은 매립과 개발의 광풍에서 화성환경운동연합이 지켜냈던 곳이다. 이곳에 다시 개발의 바람이 분다. 이번 바람은 생태해상공원과 지역 경제활성화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 화성시 고렴산 해상공원계획에는 안고렴의 생태를 보전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 있는가?  

화성시 갯벌은 간척사업으로 63%가 훼손되었으며 특히 인간의 접근이 쉬운 상부갯벌지역을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되었다. 안고렴도 2010년 '해양레저콤플렉스(요트허브)' 사업으로 매립될 위기에 처했지만 화성환경운동연합의 끈질긴 문제제기로 매립 위기를 넘겼다.

개발사업이 무산되면서 인간의 관심과 간섭에서 벗어난 안고렴의 자연생태계는 유지될 수 있었다. 생물의 종다양성 유지는 서식지의 다양성으로 가능해진다. 안고렴은 해안선을 따라 다양한 염습지가 존재하며 염생식물과 사구식물, 섬 안쪽 육상식물 등 총 120여 종(화성환경운동연합 시민조사) 등과 저서생물 100여 종 이상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흰발농게(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흰발농게(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 화성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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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고렴, '흰발농게' 집단 서식지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자 해양보호생물인 흰발농게는 서부연안의 토착종이다. 혼합갯벌 최상부 건조지역에 서식하며 서식지의 폭이 매우 좁고 협소하여 개체군의 유지가 어렵다. 연안 간섭이 조금이라도 있어 서식지의 퇴적 패턴이 변할 경우 당해 연도에 서식지가 사라지는 경우도 흔하게 발생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서는 특정한 지역에 서식하여 멸종가능성이 있는 야생동물의 경우 개체수와 관계없이 쉽게 멸종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음을 감안하여 VU(취약종)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12년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었다. 6~7월 번식기가 되면 안고렴에서는 수천마리 수컷이 커다란 하얀 집게발을 흔들며 암컷을 유혹하는 장관이 펼쳐진다. 어떤 생물에게는 생존을 위해 반드시 보전되어야 할 공간도 있는 것이다.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 13조 2항을 보면 환경부장관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 등에 대한 보호조치를 마련하여야 하며, 자연 상태에서 현재의 개체군으로는 지속적인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종을 증식ㆍ복원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안고렴의 지층은 공룡이 살았던 백악기시대 (1억 년 전) 퇴적암으로 탄도지역까지 이어져 있다. 암석은 화학적 퇴적암인 처트(chert, Sio2, 오팔의 원석)가 주요한 구성성분을 이루고 있으며 정단층, 역단층, 지구형단층 등 여러 형태의 지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며 상태도 매우 양호하여 청소년 지질 학습장으로 적합하다. 공룡알화석지와 더불어 국가 지정 지질공원으로 지정하여 보호할 필요가 있다.

#민물과 바다가 만나 갯골 형성

안고렴은 인적이 드물고 개발압력으로부터 벗어나 자연 그대로의 경관을 유지하고 있다.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상부갯벌로 갯골이 형성되어 있고 경기도보호종인 모새달을 비롯하여 사구식물인 갈대, 해당화, 갯메꽃 군락지와 염생식물인 퉁퉁마디, 칠면초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고 육지부에는 자생 난초를 비롯하여 다양한 섬 식물을 볼 수 있다. 육지에 굴을 파고 살아가는 도둑게와 갈대숲에는 방게, 갈게 , 갯벌지역에는 농게와 칠게 등 서식조건에 따라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 생태적 인식 전환을 통한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관광을 통한 지역사회 경제활성화는 시설이나 토목공사 같은 개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안고렴 갯벌의 생태관광활성화를 위해 화성시, 지역주민, 시민단체 등이 보전대책을 만들고 사전 예약제로 정해진 인원이 정해진 길을 통해 지역 안내자와 동행하는 시민인식증진 환경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특별한 생태계가 유지되는 곳은 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보호 받아야 한다.

섬을 안내하는 주민 해설사와 안내자를 양성하고 관광 수익금은 환경보전기금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보전만으로 가치가 상승하는 안고렴을 해양생물보호구역 또는 경기도 생태경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화성시가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면 더 오래, 더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장소가 될 것이다. 출렁다리와 데크, 전망대로 치장된 인공적 공원이 아닌,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수많은 다른 생명을 위해 인간의 불편함이 당연한 정의로운 생태공원, 고렴해상공원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 되어야한다.     
 
박혜정 화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박혜정 화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 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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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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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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