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의 위치한 한 학교의 열악한 급식실 조리환경으로 노동자 8명 중 5명이 암에 걸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충북지부(이하 학비노조충북지부)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 A학교의 조리실무사인 정아무개씨가 지난해 3월 폐암수술을 한 것을 확인한 이후 함께 근무했던 조리노동자 4명이 추가적으로 암에 걸린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개인 병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직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직업성 암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학비노조충북지부는 이 학교의 조리실이 반지하에 위치해 있고 공기순환도 잘 되지 않으며 환기 시설도 매우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볶음과 튀김요리 등 조리흄이 발생하는 조리를 할 때 노동자들이 어지러움을 호소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 학교의 급식실에서 유방암 3명, 위암 1명, 폐암 1명이 발생했다는 것은 발암물질인 조리흄에 장시간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리흄(cooking fumes)은 조리시 나오는 연기를 말하는 것으로,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230도 이상 고온에서 기름으로 튀김이나 볶음, 구이 요리를 조리할 때 지방 등의 분해로 배출되는 조리흄이 발생, 폐암 발생의 위험도를 높인다고 보고 있다. 또 2016년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직업성 인정범위 확대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조리흄으로 인한 암 발생에 대해 직업성 암으로 확대 인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지난 4월 근로복지공단은 12년 넘게 경기도 수원시 권선중학교에서 근무하다 폐암으로 숨진 B씨에 대해 산업재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학비노조충북지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충북교육청에 ▲ 직업암 집단발생에 대한 즉각적인 정밀조사 ▲ 해당 급식시설의 사용중지 ▲ A학교 급식실 노동자에 대한 정밀 건강검진 실시 ▲ 충북지역 모든 학교 급식실의 작업환경 측정 ▲ 충북지역 모든 학교의 공기순환장치 작동여부와 성능 전수조사, 개선책 수립 등을 촉구했다.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삶과 일터 충북노동자시민회의도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 6월 3일 직업성·환경성 암 찾기119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4명중 24명은 학교 급실실 조리 노동자로 암의 종류도 폐암부터 유방암, 갑상선암까지 다양하다"며 "충북교육청은 이번 집단 암 발병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충북교육청은 이날 보도 자료를 통해 조리사들의 암발병과 조리흄과의 연계성은 부족하다고 밝혔다. 즉 폐암 진단을 받은 노동자는 가족력이 있으며 입사일로부터 2년 8개월 정도 경과 후 진단을 받았으므로 폐암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학교 조리실 근무인지 아닌지 그 여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C씨와 D씨는 가족력이 있으며 각각 입사한 지 2년 8개월 만에 폐암과 유방암을 진단받았다. 또 유방암을 진단받은 또다른 E씨와 F씨는 입사한 지 8년 6개월, 2년 6개월 만에, G씨는 입사한 지 17년 만에 위암진단을 받았다.
도교육청은 유해인지 노출여부 확인을 위한 작업환경측정 표본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업환경측정 표본조사는 지역과 규모를 고려해 학비노조충북지부와 협의해 10개 내외 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또 유해인자가 기준치 이상 노출되는 것으로 확인되면 전 학교를 대상으로 작업환경측정을 실시하고 해당 학교 노동자들의 특수건강진단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전 학교 환기시설 및 후드 등 배기장치를 점검하고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