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18 09:19최종 업데이트 21.06.1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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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 우리 곁을 떠난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그의 3주기에 즈음하여 노회찬 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공동기획으로, 4월 16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우리시대 '6411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의 정치실천: 기록으로 기억하다] 기록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말]
노회찬은 진보정의당 당대표 취임사(2012.10.21.)와 당대표 퇴임 고별사(2013.7.21.)에서 "6411번 버스를 아시나요?"라며 투명인간 분들을 구체적으로 호명한다. 이번 글에서는 '중소자영업자'와 관련한 노회찬의 이야기와 그들의 '지금·여기' 삶의 현주소를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 기자말 
 

2013년 3월 20일,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부산 대청동 카톨릭센터에서 열린 시사토크 <정희준의 어퍼컷>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정민규

 
가맹사업 불공정 행위 개선과 진보정의당 민생당사 출범
: "더 이상 대한민국이 강자만 살아남는 사회가 돼선 안 됩니다"


2013년 1월 7일 국회 본청 진보정의당 대표실(217호)에서 노회찬은 가맹사업 불공정 행위 해결을 위한 간담회를 갖는다. 참석자는 노회찬(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외에 이규현(정관장 가맹점협회 회장), 방경수(CU편의점 점주조합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 오명석(세븐일레븐 가맹점 대책위원장) 등이었다.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인 노회찬은 "고용불안으로 인해 자영업이 무한경쟁 시대로 돌입함에 따라 자영업 경영하시는 분들이 여러모로 어려운 조건에서 활동하고 계시다"고 말하며 "오늘 간담회를 통해 여러분의 여러 고초나 불합리한 부분들을 경청해서 정책대안과 입법대안을 찾아야겠지만, 일단 우리 사회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준법과 공정"이라며 "잘못된 거래관행, 갑과 을의 불공정한 계약관계 이런 것들을 바로잡는 것이 어려운 분들과 다수 국민들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모두발언을 마무리했다.

"더 이상 대한민국이 강자만 살아남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그런 문제의식으로 오늘 자리에 임했습니다. 어려운 걸음 해주신 만큼, 충분히 이야기해주셔서 함께 타개책을 논의했으면 합니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4대악 근절'에 나서면서 불량식품 근절 차원에서 이른바 '뽀글이' 등 문방구의 식품판매를 제한하자 업주들이 생계에 곤란을 겪는 등 위기에 몰리게 됐다. 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는 국회를 찾아 이 사실을 알렸지만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고, 이때 유일하게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준 것이 바로 노회찬이었다(하성태, [게릴라칼럼] 식지 않은 '노회찬 추모' 열기, 그리고 정의당 지지율의 의미, <오마이뉴스>, 2018.8.16.).
 

2013년 4월 28일 오후 1시 청계광장 '전국문구생산유통도소매 소상공인 생존권 호소대회' 모습. ⓒ 노회찬재단

 
2013년 4월 28일 오후 1시 청계광장 '전국문구생산유통도소매 소상공인 생존권 호소대회'. 한 자리에 모인 전국의 문구 소상공인들 350여명은 "대기업과 유통재벌들의 학용문구 판매를 규제하고 식약처의 식품판매금지 조치를 철회하라"고 강력히 촉구하며 '생존권 보장'을 호소했다.

문구 소상공인들은 이날 집회에서 ▲대기업·유통재벌의 학용문구 판매를 규제 ▲학용문구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 ▲학습준비물 지원제도 보완 ▲식약처 식품판매 저지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집회를 진행하며 한쪽에서 문방구 식품 시식코너를 통해 '문구점의 판매 식품이 불량식품이 아닌 식약처의 허가를 받고 판매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이 자리에 참석한 노회찬(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은 이렇게 밝혔다.

"저는 식약청 관계자들에게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쓸데없는 거 자꾸 단속하지 말고, 진짜 몸에 유해한 담배는 왜 파냐 이거예요. 그 독한 술들 왜 팔고 있냐 이거예요. 저는 담배 안 피웁니다. 그러나 저는 뽀글이는 먹습니다. ... 영세 자영업자들이 함께 살려면 대형 유통마트에 대해서 사나운 개한테 하는 것처럼 규제를 해야 합니다. 사나운 개, 맹견은 반드시 묶어 놔야 합니다.

우리는 대형마트를 없애자는 게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들이 함께 살기 위해 규제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물 보호하자는 말을 반대하는 사람 없지 않습니까. 대형 유통마트 돈 벌 게 없어서 꼬맹이들 코 묻은 돈까지 건드려야 되겠습니까."


2013년 5월 29일 오전 중소상인들이 밀집해있는 마포구 망원시장 앞. 진보정의당 중소상공인자영업자위윈회(위원장 김제남)와 노회찬은 '중소상인 자영업자 살리기 600만 서명운동을 위한 민생당사 출범식'을 개최했다. 남양유업방지법, 가맹사업법개정안, 소상공인을 위한 기본법 등 '중소상인살리기 8대입법' 실현을 위한 전국 순회 600만 서명운동의 첫 시동을 건 것이었다.

출범식 행사는 노회찬을 비롯해 송재영, 천호선, 이정미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 그리고 인태연(전국유통상인연합회 대표)과 방경수(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회장), 서정태(망원시장상인회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보슬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현지 상인들과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의 높은 관심 속에 진행됐다. 노회찬은 대기업 본사와 가맹점의 '갑을 관계'를 상징하는 노예계약서를 찢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이렇게 밝혔다. 
 

2013년 5월 29일 마포구 망원시장 앞에서 진보정의당 중소상공인자영업자위윈회(위원장 김제남)와 노회찬은 '중소상인 자영업자 살리기 600만 서명운동을 위한 민생당사 출범식'을 열었다. ⓒ 노회찬재단

 
"오늘 이 자리를 시작으로 600만 자영업자들을 살리기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하고자 한다. 600만 자영업자의 문제는 이제 우리 모든 국민의 문제가 됐다. 진보정의당이 국민의 목소리를 서명운동에 담아 6월 임시국회, 나아가 9월 정기국회에서 중소상인 살리기 8대 입법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진보정의당은 중소상인단체들과 함께 서울에 이어 당에서 자체 제작한 '중소상인자영업자살리기 민생당사 차량'을 통해 인천, 경기, 전북, 전남 등에서도 같은 내용의 행사와 함께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2013년 6월 9일 전국상인대회('을'들의 만민공동회)에서 노회찬(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은 축사를 했다. 진보정의당 중소상공인자영업자위원회는 민생당사 차량을 비롯해 천막 부스 2개를 운영하면서 중소상인살리기 600만 서명운동과 가맹점 실태조사 및 법률 상담을 함께 진행해 행사에 참가한 상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2013년 6월 9일 오후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국민대회 및 전국 '을'들의 만민공동회'에서 진보정의당 노회찬 대표가 김제남 의원과 함께 무대에 올라 새누리당이 '을'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며 "을들을 죽이는 '을(乙)사(死)오적'이 될 것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권우성

 
"저는 먼저 여러분들 앞에서 이 국민대회에서 새누리당에게 엄중하게 묻고자 합니다. 우리의 영세중소상공인들, 자영업자들 살리기 위한 저 6월 국회에서의 8대 입법 처리를 찬성합니까 반대합니까? 을을 살리는 걸 새누리당 반대합니까? 을사5적입니까? 을을 죽이는 5적에 들고 싶습니까?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오지 못한 정당들도 을을 살리는 것이 이 나라를 살린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을을 살리기 위한 경제민주화 대열에 함께 서기를 간절히 간절히 요청드립니다.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갑들에 대한 불공정한 불평등한 특혜가 제도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사회경제적으로 보자면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지금 오직 갑으로부터만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까지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갑공화국입니다."


'5천원 통큰치킨' 논란: "통큰치킨? 그것은 반칙도 아니고 폭력일 뿐"
 

2010년 12월 18일 오후 9시 30분 생방송 'tvN 백지연 끝장토론' 모습. ⓒ tvN 갈무리

 
2010년 12월 18일 오후 9시 30분 노회찬은 생방송 'tvN 백지연 끝장토론'에 출연했다. 주제는 '5000천원 치킨 소비자 권리인가 영세상인 죽이기인가'였다.

'5000원 치킨'이 핫이슈가 된 배경에는 12월 9일 롯데마트가 5000원 치킨을 내놓으며 소비자들을 유혹한 것이 출발이었다. 프랜차이즈, 동네 치킨과 비교해 3분의 1에 달하는 파격적인 가격과 20~30% 더 많은 중량. 30분 만에 300마리가 예약완료 되는 등 소비자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다음날 노회찬은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통큰치킨? 몸무게 100kg대의 헤비급선수가 50kg도 안 되는 플라이급 경기에 뛰어드는 것을 '통큰복싱'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그것은 반칙도 아니고 폭력일 뿐입니다."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은 곧 치킨업체들의 반발과 정치권의 비판을 불러일으켰고, '통큰치킨'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도 "불공정행위로 보기 어렵다"에서 "불공정 여부를 예의주시하겠다"로 선회했다. 결국 롯데마트는 12월 15일로 5000원 치킨 판매를 종료하며 시끄러웠던 치킨 파동은 7일 천하로 막을 내렸다. 대형마트가 자체적으로 기획, 생산해 저가에 내놓은 PB(자체상표) 상품 판매가 외부 압력으로 중단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12월 18일 끝장토론에서 노회찬은 김정호(자유기업원장), 이승창(한국유통학회 회장,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조동민(한국프랜차이즈 협회 부회장), 이덕훈(한국재래시장학회 회장,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과 함께 5천원 치킨 논란의 본질을 토론하고, 사회적 상생의 방향을 모색했다.

조동민 부회장은 "'통큰 치킨'은 치킨 소상공인들을 다 죽이는 미끼 상품"이라며 "수많은 치킨 점주들이 이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아 생계를 위협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회찬은 "왜 롯데마트는 하루에 300마리만 파느냐 무제한으로 팔아라. 그러면 치킨집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5000원에 사다가 단무지 곁들여 소비자들에게 조금 더 마진을 부쳐 배달하겠다"고 제안했다. 

대형 유통업체들과 영세상인들의 마찰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2009년 롯데슈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GS수퍼마켓 등 SSM업체들이 점포수를 급격히 늘리자 동네 슈퍼 등 중소상인들은 '골목상권 죽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대형마트가 신규로 점포를 낼 때마다 재래시장 등 기존 지역 상인들과 충돌한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어느 경우나 중소 상인들은 "지역 상인들을 몰락시켜 동네상권을 피폐하게 만든다"고 주장하고, 대형 유통업체들은 "유통구조 개선과 현대화된 판매시설로 양질의 신선식품과 생활용품을 값싸게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켜 준다"고 맞섰다(한국경제, 2010.12.18.). 
 

2020년 8월 24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모습. ⓒ 이희훈

 
소비자 권익이냐 영세 사업자 보호냐, 기술 발전과 새로운 혁신으로 경쟁력이 떨어진 업종의 사업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역사적으로도 반복되는 이슈였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과 자영업자들의 생존 역시 뜨거운 감자였다. 이에 대해 노회찬(정의당 20대 국회 원내대표)은 정부의 빠른 대처를 주문하며 이렇게 밝혔다(2017.7.17. 페이스북). 

"지난 주말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16.4% 올려 7530원으로 결정했습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이 최저임금위원회의 호응을 얻은 것으로 판단합니다. 바람직한 결정입니다.

다만 영세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녹록지 않음으로 인해 최저임금의 두 자릿수 인상이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제 정부에서 발표한 것처럼 다양한 지원책이 나와야 할 것입니다. 정부의 빠른 대처를 주문합니다.

나아가 이제는 직접적인 임금뿐만 아니라 이를 보완해주는 사회적 임금의 확대, 즉 전반적 증세를 통한 소득지원과 복지확충에도 힘을 써야 할 것입니다. 대기업과 고소득자, 자산가들을 우선으로 하여 세금을 복지선진국 수준으로 전반적으로 확충함으로써 국민들의 사회적 임금을 늘려줄 때입니다. 이런 제도가 확충될 때 저임금 노동자는 물론, 영세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그리고 모든 국민이 기본적인 존엄을 유지하면서 생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록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다음기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중소자영업자와 노회찬 ④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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