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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자산 불평등의 축, 부동산. 그 근간이 되는 '토지'는 과연 정의로운가? 1879년 헨리 조지가 주창한 토지공개념 이론과 최근 참여연대가 다시 주장하는 토초세법, 우리나라 국유지 현황과 활용의 문제점까지 토지 공공성 관점에서 대한민국 '땅'을 다시 들여다보고 부동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토지'에서부터 찾아본다. - 참여사회 [기자말]
가끔 우리 헌법에 토지공개념이 규정되어 있지 않으니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접할 때마다 헌법 제122조를 다시 읽어볼 것을 권하게 된다. 헌법 제122조는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규정은 헌법 제23조, 제37조 제2항의 일반적인 권리 제한 규정과 더불어 이를 넘어선 토지에 대한 특별한 제한을 가능하게 한 규정이다. 이미 헌법재판소도 몇 차례 우리 헌법이 이미 토지공개념을 수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향후 헌법 개정 시 토지공개념 도입을 위한 헌법개정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옳은 지적은 아니다.
 
2021년 4월 27일, 부동산 투기이익 환수를 위한 토지초과이득세법 입법청원 기자회견
 2021년 4월 27일, 부동산 투기이익 환수를 위한 토지초과이득세법 입법청원 기자회견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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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 관한 특별한 제한 입법

토지 등의 투기 방지를 위해 도입한 토지공개념에 입각한 대표적인 제도들을 꼽자면, '토지초과이득세'는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 등 유휴토지가 정상적인 지가 상승분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상승분의 절반을 세금으로 걷는 조세, '개발부담금'은 신도시 사업 등 택지개발 사업 등을 실시하는 지역에 대해 정상지가 상승분을 초과하는 이익에 대해 개발부담금을 물리는 제도, '택지소유상한제'는 서울과 광역시, 시지역, 기타 지역으로 구분해 1가구 구성원들의 택지소유상한을 규정하는 제도였다. 

이중 택지소유상한제는 김대중 정부에서 1998년 폐지한 이후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을 받았고, 토지초과이득세법은 1994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고 같은 해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반영해 개정해서 1998년까지 시행하다가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폐지되었다.

다만, 토지초과이득세법은 1994년 법 개정 이후 네 번의 위헌소원이 있었으나 헌법 불합치 판결의 취지를 반영한 개정 입법이라는 이유로 모두 합헌 결정이 나왔다. 개발부담금 제도를 규정한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은 1998년 한 차례 제10조 제3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받고 같은 해 동 규정을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맞게 개정한 이후 여러 차례 위헌 소원이 있었지만 한 번도 위헌결정이 난 적 없이 현재까지 시행 중이다. 

이상의 '토지공개념 3법'은 토지 투기로 빚어지는 사회적 불균형과 갈등으로 인한 사회혁명을 예방하기 위해 보수적인 군사정부가 취한 상당히 진보적인 토지정책의 일환이었다. 

주택소유와 주택임대차 둘러싼 사회갈등 심화와 그 원인

오늘날 주택 소유와 주택임대차 문제를 둘러싸고 청년, 중·고령 세대, 무주택 세대와 주택 소유자 간의 사회 갈등이 이만저만 심각한 것이 아니다. 그 원인은 집값이 너무 비싸고 토지 가격이 높기 때문인데, 도시와 그 주변의 개발이 예상되는 지역의 토지들을 일부 기업과 소수의 가구들이 집중적으로 소유하고 있고 토지 시장에 투기가 판을 치고 있는데 이를 방지하는 제도가 없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2019년 개인 소유 토지의 10분위별 소유 세대 현황 통계를 보면, 상위 10% 가구가 전체 개인 소유 토지 면적의 77.3%, 가액으로는 57.6%를 갖고 있고, 상위 20% 가구가 전체 개인 소유 토지 면적의 90.6%, 가액으로는 72.7%를 갖고 있다. 2019년 법인 토지의 10분위별 소유현황 통계를 보아도 상위 10%의 법인이 법인 전체 소유 토지의 92.4%, 가액으로는 90.1%를 갖고 있다. 또한 공공이 보유하고 있는 택지는 많지 않고 공공임대주택 재고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오늘날 주택 소유와 주택임대차 문제를 둘러싼 사회 갈등의 원인은 집값이 너무 비싸고 토지 가격이 높기 때문이다
 오늘날 주택 소유와 주택임대차 문제를 둘러싼 사회 갈등의 원인은 집값이 너무 비싸고 토지 가격이 높기 때문이다
ⓒ frame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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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2018년 3기 신도시 정책을 발표하면서 크게 놓친 것이 토지 투기 문제와 공직 부패 문제였다. 2021년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터져 나온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직원들의 토지 투기 사건은 토지 투기가 민간의 도덕적 비리 문제 정도가 아니라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들에게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위기 경보였다. 여당의 보궐선거 패배 이후 문재인 대통령도 부동산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고 보궐선거를 통해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LH 사태 이후 정부와 여당의 제도 개선 노력은 주로 공직자와 관련한 비리 예방 및 처벌과 관련한 제도 개혁 문제에 집중되어 있고 토지와 주택 투기 문제는 아직 제대로 손을 못 대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제도상 개발구역을 벗어난 토지 투기는 이미 이익을 실현한 단계에서 부과하는 양도소득세로는 쉽게 제어할 수가 없다. 투기 억제를 위한 과세체계에 큰 구멍이 나 있는 셈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와 여당의 노력은 아직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폐지된 토지초과이득세법을 다시 소환하는 이유

토지 등의 투기적 이익을 미리 환수할 조세적 수단의 필요성은 그래서 더 절실해졌다. 토지초과이득세법의 부활은 토지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을 일정 부분 환수하고 이를 통해 토지 투기를 억제하며 토지의 생산적 용도로의 활용을 강제하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할 유력한 방법이다. 

토지초과이득세는 과세기간 3년을 기준으로 시작일과 종료일 사이 토지가격이 정상지가보다 더 올랐을 경우의 초과이득에 대해 과세한다.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는 30%, 1000만 원을 초과한 이득에는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토지초과이득세를 납부한 이후 토지매각으로 양도소득세가 발생하면 이전 토지초과이득세를 공제해준다. 토지초과이득세 결정일로부터 3년 이내 유휴토지를 양도하면 토지초과이득세의 100%를 공제하고, 3~6년 사이에 양도하면 토지초과이득세의 60%만 공제해준다. 

토지초과이득세법이 부활한다면 과거 1991년 토지초과이득세 예정 통지된 지역별 분포(서울 72.1%, 경기 19.7%, 기타지역 8.2%)를 고려할 때 세수의 90% 이상은 토지 가격 상승률이 높은 서울과 경기도에서 나올 것이 예상된다. 최근 참여연대가 청원하고 심상정 의원이 발의한 토지초과이득세법안은 1994년 법 개정 이후 일어난 관련 법률의 변화까지 반영하고 있다. 혹시 방법론을 달리해 종합부동산세의 토지분 과세를 강화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진다면 국회 입법 과정에서 열어 놓고 논의에 부쳐볼 필요는 있다. 

문제는 정부와 여당의 태도이다. 보궐 선거 이후 여당 내에서는 개혁의 방향을 유지해야 한다는 건강한 목소리들도 들리지만, 한편으로는 부동산 보유세(재산세 또는 종부세)나 주택 대출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일각의 목소리가 커지는 등 아직 '죽비를 덜 맞은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우려스러운 행태들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방향 상실한 좌충우돌식 운전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되돌리기 어렵다. 지금 정부와 여당이 할 일은 내년 대선 전까지 어떻게 그동안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개혁을 진행할 것인지 일관된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강훈님은 변호사이자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


태그:#토지공개념, #토지공공성, #토초세, #참여사회,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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