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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서, 백신에 대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짜뉴스는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얼핏 보면 객관적이거나 과학적으로 느껴지는 근거를 토대로 백신에 대한 신뢰도를 낮추는 이야기들은 여전히 대중들에게 유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접종할 수 있는 백신 중에 사실상 '우열'은 없으며, 빨리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이 '가장 좋은 백신'이라고 대부분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나 통계 자료를 과대 해석하거나 악의적으로 부풀려 전달되면, 특정 백신만 효과나 안전성에서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게 된다.

[AZ] 가격이 싸서 안 좋은 백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신뢰성을 떨어트리는 문자가 '지라시'처럼 돌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신뢰성을 떨어트리는 문자가 "지라시"처럼 돌고 있다
ⓒ 인터넷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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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해 60세 이상 노년층에 떠돌고 있는 자료 중 하나가 아스트라제네카가 값싼 백신이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계 모든 나라에서 백신 가격은 '비공개'가 원칙이다. 위 이미지에 언급된 백신 가격은 미국의 생명공학기업인 '에버사나'가 지난해 9월 주요 백신의 가격을 전망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실제 백신이 유통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졌으므로 신뢰하기 어려운 자료다. 

물론 지난해 12월 에바 드 블리커 벨기에 예산부 장관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실수로 올렸다가 삭제한, EU와 계약을 맺은 6가지 백신의 1회분당 가격 자료에 의하면 아스트라제네카는 1.78 유로(약 2400원), 얀센은 8.5달러(9400원), 화이자는 12유로(1만6200원), 모더나는 18달러(2만원) 등이다. 하지만 이는 그 나라의 그 당시 경우일 뿐이다. 다른 나라도 이와 동일하다는 보장이 없거니와, 또한 백신의 원가와도 크게 상관이 없다.

무엇보다 가격이 백신 효과와 관련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옥스퍼드대와 계약 당시 비영리 서약을 맺은 바 있다. 더구나 mRNA라는 새로운 백신 플랫폼을 사용하고 이에 따라 공장을 증설한 화이자, 모더나와 달리 아스트라제네카는 기존 시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고 냉장보관이 가능해 생산 및 유통 비용도 저렴하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7일 유튜브 길병원TV에서 "옥스퍼드대 제너 연구소는 '바이러스 전달체 기술'을 가지고 있다. 제너 연구소는 이 백신으로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조건으로 생산할 기업을 구했고, 그래서 만들어진 게 아스트라제네카다. 마진이 없는 백신이라서 싼 것"이라며 효능과 가격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이 가진 신뢰감이라는 측면에서는 화이자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과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둘 다 일정한 기준을 만족하고 있다.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두 백신 모두 효과적이고 충분히 안전하다"라고 설명했다.

[얀센] 한 번 접종으론 안 된다?
 
미국이 제공하는 코로나19 얀센 백신 100만명 분이 실린 한국 공군 공중급유기 KC-330이 5일 새벽 경기도 성남 서울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미국이 제공하는 코로나19 얀센 백신 100만명 분이 실린 한국 공군 공중급유기 KC-330이 5일 새벽 경기도 성남 서울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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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일부터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약 90만명에게 접종할 계획인 존스앤드존스의 얀센 백신은 국내 도입이 확정된 코로나19 백신 중 유일하게 한 번 접종하는 백신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효과의 지속 기간'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효과가 6개월밖에 안 된다'라는 식의 말이 떠돌고 있다. 

그러나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지난 3일 브리핑에서 "얀센 백신은 물론이고, 현재까지 승인받은 백신의 경우 개발기간, 또 사용기간이 그리 긴 기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현재로서 항체의 지속기간에 대해서는 불명확하다"라고 밝혔다. 즉, 얀센 백신만이 유독 지속기간이 짧다는 것은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권 부본부장은 "(얀센 백신이) 현재 백신접종 후에 6개월 이상 정도로 항체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확인했다"라며 "그 부분이 6개월까지만 지속된다는 얘기가 아니라 향후로도 시간이 지나서 추가적으로 중화항체 또는 결합항체 등 방어력이 얼마나 지속되는지는 확인해야 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방역당국은 얀센 백신이 WHO의 유효성 기준을 충족하고, 식약처에서 안전성과 효과성을 검증한 1회 접종에 66%의 예방효과를 얻은 백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남아공 변이 등 '변이 바이러스'에 강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화이자] 돌파감염에 취약? 
 
광주 전체 자치구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 시행된 4월 15일 오전 광주 북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들이 화이자 백신을 주사기에 나눠담고 있다.
 광주 전체 자치구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 시행된 4월 15일 오전 광주 북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들이 화이자 백신을 주사기에 나눠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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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감염'은 2차접종 후 2주가 지난 '접종 완료' 상태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상황을 말한다. 한국에서도 돌파감염이 9건이 나타나면서 백신이 코로나19를 완전히 막아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하지만 10만명당 0.87건으로 매우 드물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 또한 백신이 중증으로의 진행과 2차 전파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백신 접종의 효과는 분명하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입장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돌파감염이 아스트라제네카가 아닌 화이자 백신 접종자에서만 일어나자, 화이자 백신의 효과에 대해서 의문을 표하는 시선도 있었다. 다수의 언론 또한 화이자 백신에서만 돌파감염이 생겼다는 점을 부각해서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접종 완료자 숫자 차이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아스트라제네카는 7일 0시까지 접종 완료자 숫자가 61만 174명인데 비해 화이자 백신은 166만 9508명이다. 권 부본부장 역시 브리핑에서 "우리나라의 경우는 접종완료자 규모가 아스트라제네카에 비해서 화이자가 3배 정도가 많다. 따라서 앞으로 돌파감염이 이론적으로는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맞은 분들 중에도 나올 수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백신 종류를 가리지 않고 돌파감염이 일어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는 10만명당 10.2명으로 돌파감염이 발생했다. 백신의 종류와 상관 없이, 유행 규모가 클수록 돌파감염 역시 늘어나는 셈이다.

태그:#백신접종,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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