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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3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3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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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아래 공수처) 인사위원회는 지난 4월 2일 검사 19명의 명단을 인사혁신처에 제출했다. 그런데 4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4월 16일자로 최종 임명된 검사는 13명이다. 즉 공수처의 추천과 대통령의 임명 사이에서 거의 1/3에 달하는 6명이 탈락했다.

그 과정이 궁금했다. 필자는 4월 21일 법무부, 인사혁신처, 대통령비서실에 각각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청구내용은 19명이 추천되고 13명만 임명되는 과정에서 법무부, 인사혁신처, 대통령비서실에서 한 업무, 역할 등이 무엇인지였다.

이에 대해 법무부(혁신행정담당관실)는 4월 29일에, '공수처 인사 관련 법무부가 한 업무, 역할 등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인사혁신처(심사임용과)는 5월 4일에, '인사혁신처는 인사재가 진행, 임명장 작성 등 통상적인 정부 인사 임명을 위한 행정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대통령비서실(반부패비서관실)은 4월 29일에, '공수처 검사 인사 관련 대통령비서실의 구체적인 업무와 역할에 대한 정보는 정보공개법에 따른 인사관리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해당하여 비공개한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19명이 추천됐고, 최종적으로 13명이 임용됐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비서실이 한 업무와 역할에 대한 정보가, 어찌하여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인지 의문이다.

필자의 취재에 의하면, 이번 공수처 검사 임용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아래 국정원)에 의한 신원조사가 행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법무부, 인사혁신처, 대통령비서실의 회신 결과에 의하면, 대통령비서실(아마도 민정수석실) 단계에서 신원조사가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 6명이 탈락된 주된 이유도 신원조사인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검사 임용과정에서 신원조사가 행해질 것이 우려돼, 필자는 <오마이뉴스>에 지난 3월 23일 '공수처 검사에 대한 국정원 신원조사, 하지 말아야'를, 그 이전인 3월 4일 '국정원의 공무원 신원조사, 위법이니 폐지해야' 글을 <오마이뉴스>에 기고했다.

[관련 기사]
[주장] 국정원의 공무원 신원조사, 위법이니 폐지해야 http://omn.kr/1s9nb
공수처 검사에 대한 국정원의 '신원조사', 하지 말아야 http://omn.kr/1sizu

공수처 검사에 대한 국정원의 신원조사는, 법률의 근거와 위임 없이,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에 의해, 공수처 검사 임용예정자의 공무담임권(헌법 제25조), 일반적 행동자유권(헌법 제10조)을 제한함으로써, 헌법의 법률유보원칙(헌법 제37조)에 위반되어 위헌이고 위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책 <문재인의 운명>에서,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을 두 번 하면서 끝내 못한 일,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는 것으로 공수처를 설치하지 못한 것을 들었다.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도 검찰 개혁을 지속적으로 강조하였으며, 공수처 설치는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다시 말하면 문 대통령은 공수처의 조속한 출범과 함께 공수처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게 업무를 수행하기를 바라는 입장으로 보인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공수처 인사위원회에서 인사혁신처를 통해 추천한 공수처 검사 19명 전부를 임명하고자 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한 대통령의 의지와 철학을 잘 알고 있는 대통령비서실(민정수석실)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6명을 탈락시키지는 않았을 가능성 역시 크다.

결국 판단할 수 있는 것은 국정원이 신원조사를 명목으로 6명을 탈락시키는 데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다. 공수처법에 의하면, 국정원 소속의 3급 이상 공무원도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다. 국정원 입장에서, 자신들을 수사할 수 있는 공수처 검사 후보자들을 탈락시킬 가능성을 무시할 순 없다.

필자는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아 비공개된 정보 내용을 알아내는 데 몇 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최근 베트남 전쟁 관련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대법원까지 4년여 시간이 걸렸음에도, 국정원이 결국 공개한 것은 세 사람의 지역과 성명 15글자에 불과했다.

최종 임용에서 탈락한 6명이 법원에 불합격처분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제기해 인용받아 공수처 검사로 근무하면서 불합격처분취소송에서 승소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국회가 나서는 것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국정통제기관인 국회가 국정조사 등의 방법으로 공수처 검사 6명의 탈락 이유와 진상 등을 밝히는 것이다. 이는 6명의 탈락 과정과 이유 등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근본적인 방법은 위헌·위법인 신원조사를 폐지(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을 개정)해 더 이상 국정원이 각종 공무원 인사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국회에서 대정부질의, 국정조사 등으로 신원조사에 대하여 공론화하면, 국정원 신원조사의 위헌·위법성도 공론화될 것이고, 신원조사의 폐지가 빨라지고 확실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위법한 신원조사' 가능성에 의한 '공수처 검사 불합격처분의 위법성'도 공론화될 수 있다. 이는 '공수처 검사 불합격처분의 직권취소'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공수처 검사의 정원은 25명인데 현재 13명만이 임용되어 근무하고 있다. 즉, 정원의 절반 정도만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국회의 국정조사 등 공론화와 불합격처분의 직권취소 등으로 탈락한 6명이 조속히 공수처 검사로 근무하게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공수처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게 되기를 바란다.

신원조사가 폐지되지 않는다면, 공수처 검사를 추가로 선발하기 위한 절차에서도 모종의 영향력이 인사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위헌·위법인 신원조사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다. 

대통령비서실을 소관으로 하는 국회 운영위원회, 공수처를 소관하는 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원을 소관으로 하는 국회 정보위원회 의원님들의 적극적인 의정활동을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엄기섭씨는 법무법인(유한) 동인 소속 변호사입니다.


태그:#국정원, #신원조사, #법률유보원칙, #보안업무규정, #공수처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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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조사 폐지 위해 노력하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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