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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오는 19일부터 미국의 모든 성인이 백신 접종 자격을 얻을 것이며, 5월 말까지 최소한 1차 접종을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2021.4.6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오는 19일부터 미국의 모든 성인이 백신 접종 자격을 얻을 것이며, 5월 말까지 최소한 1차 접종을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2021.4.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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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행정부 등장 이후 미국과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놓고 벌인 첫 탐색전은 파열음을 내면서 접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이 바이든 대통령 취임이후 100일 동안 검토한 대북 정책의 큰 틀을 '봉쇄와 압박 지속 - 외교적 해결'로 제시하자 북한이 '절대 수용불가'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와 군 수뇌부는 군사력으로 외교를 적극 지원한다면서 '싸울 테세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ready to fight tonight)'고 밝혀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회담장에 나오지 않으면 경제적 봉쇄, 군사적 압박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이어서 북한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한국 정부가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전략에 대해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남북관계는 더 소원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외교부장관은 3일 영국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하면서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가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결정된 것을 환영했다고 <연합뉴스>가 4일 보도했다. 한국정부가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한미가 한 목소리를 내고 같이 행동하자'고 요구하는 것에 대해 순응하는 것으로 비춰지면서 한국 정부가 남북 관계 등에서 조정자, 중간자 역할을 하기는 어렵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전략은 큰 틀만 공개되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싱가포르 합의를 초석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미 두 나라가 동시에 양보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시작해 단계적 접근과 합의를 할 경우 그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에 대해 총성 없는 전면전을 펼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미국은 북한이 회담장에 나오라는 식으로 먼저 양보를 요구하는 형국이다. 이는 북한이 대외적으로 굴복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가능성이 커 북한이 당분간 긍정적 반응을 보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국은 현재의 한미동맹을 앞세우면서 한국 정부의 자율적 대북 정책을 인정치 않는 태도를 취하면서 유엔사 등을 동원해 북한 선박에 대한 해상봉쇄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정부가 바이든 정부를 상대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정상화 등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미국이 아파하고 긴장할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미국은 독자적으로 북한에 대한 더욱 강력한 봉쇄와 압박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바이든 정부와 미 외교가는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북 정책에 비협조적이라는 언론플레이를 계속하면서 대북 정책의 기본 프레임을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바이든 정부는 새 대북 전략의 골자를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트럼프의 정상간 일괄타결 방식이 아닌 '압박과 봉쇄 속 외교적 타결'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에 대한 종래의 경제적 봉쇄와 군사적 압박 조치를 지속하면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태도다. 현재의 상태에서 북미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자는 제안이었다.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전략 발표에 대해 즉각 반발한 것은 북미협상이전에 대북 제재의 해제 등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으며 향후 대미 긴장 관계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특히 미중간에 전 방위적인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긴장관계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선택을 할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정부는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내놓을 때마다 이에 찬물을 끼얹는 태도를 반복했는데 이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과 봉쇄 정책을 지속할 것이란 의미로 북한이 판단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한은 한미군사훈련 등을 이유로 남측 정부에 대해 비판해 오다가 최근 대북 전단이 날아가자 문재인 정부를 향해 거친 반응을 보였다. 남측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남북 간 교류재개를 희망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북한이 응할 가능성은 한층 낮아졌다. 북한은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중국과 교역을 재개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중국과는 우호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미와는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될 전망이다.

향후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정세는 미중패권경쟁으로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고 북미, 남북한간의 한반도 비핵화를 놓고 신경전과 줄다리기, 힘겨루기가 벌어질 전망이다. 미국 새 정부는 동북아 전략에 대해 중국 최우선, 북한은 그 다음이라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주요한 부분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경제, 군사에 대해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밝혀왔고 대만에 대한 우호적 제스처를 통해 중국을 자극했다. 중국도 '하나의 중국' 원칙이 깨지면 대만을 무력 공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미국과 정면 대치하는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이 대만을 무대로 힘겨루기를 할 경우 자칫 큰 파열음이 날 개연성이 적지 않고 이는 한반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이 경제 등에서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결코 용납지 않겠다면서 인도, 호주, 일본 등 4개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협의체인 쿼드를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등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표시했다. 미국은 한국의 쿼드 동참을 압박하면서 한일간의 불편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군사적으로 한미일 결속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미국은 미중간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한국의 동참이 불가피하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중 경제관계가 한미의 그것보다 두 배 가까이 큰 상황에서 한국의 경제 안보가 대단히 심각해질 수 있는 부분이다.

미국은 대중국 압박 전략을 구사하는 동시에 한국 대통령 등이 남북교류 재개, 북미 대화 촉구 등을 언급할 때마다 "그게 아니다. 대북 정책은 미국이 주도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날렸다. 미국은 미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미 정상회담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북 전략을 서둘러 발표했다. 대북 정책의 큰 틀은 한국 측과 협의치 않겠다는 강한 의사표시로 읽힌다. 미국의 이런 비합리적인 태도는 한국의 군사적 주권이 미국에 넘겨진 형국을 초래한 한미상호방위조약 때문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주한미군방위비 분담금을 13.9% 인상하는 등 미국에 파격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합의한 뒤 한미 국방, 외교 수장을 서울로 보내 '2+2회담'을 열면서 성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기지에 대한 한국 측 지원이 미진한 것을 항의했다. 이는 기울어진 한미동맹 체제에서 미국에 보장된 군사적 권리를 부각시키는 행동이었다.

바이든 정부가 한반도 당사자인 한국의 한반도 정책 추진을 외면한 채 미국이기주의만을 앞세워 동북아 전략을 추진할 경우 남북한의 평화교류 협력이나 평화통일 노력이 제대로 작동키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주권국인 한국의 반발과 한반도 긴장격화 등을 촉발해 미국의 합리적인 동북아 정책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점을 미국 정부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고 한국 정부도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등 대북정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점을 인식해 한미군사동맹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고민을 해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프레시안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비핵화 남북 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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