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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기자말]
서울에서 고속도로로 부산을 갈 때, 경부고속도로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하는 자동차는 그리 많지 않다.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해 문경새재를 지나가거나, 청주에서 빠져 당진영덕고속도로와 상주영천고속도로를 이용하며 지그재그 형태로 부산으로 가는 차들이 더욱 많다. 도로 사정도 낫고, 소요시간도 빠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회도로'는 기존의 도로가 가진 선형 불량, 그리고 도로 정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소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소요 시간과 교통 편의가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래서인지 남해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등 통행량이 많은 고속도로에는 꼭 우회도로가 몇 군데씩 붙어 있는 모습이 흔한 풍경이 되었다.

하지만 철도의 경우에는 '우회철도'라는 개념이 현재까지 많지 않았다. 경부선, 호남선 등에서 나란히 달리는 고속철도가 운행하기는 하지만, '우회철도'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대체 노선'에 대한 인식 역시 부족했고, 선로 용량 부족 등의 문제가 최근까지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탓도 컸다.

하지만 조만간 철도망에서도 첫 번째 우회철도가 개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9월이면 중부내륙선 철도가 개통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중부내륙선을 보조하는 노선들도 지난 4월 22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안에 포함되어 선로 용량에 어느 정도 숨통을 틀 전망이다.

화물열차도, 여객열차도 우회할 수 있네
   
'우회철도망'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될 경기도 이천 부발역의 모습
 "우회철도망"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될 경기도 이천 부발역의 모습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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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개통하는 중부내륙선은 경강선이 운행되는 이천 부발역에서 출발해 충주역까지 연결된다. 이어 충주역에서 문경역까지의 2단계 구간이 2023년까지 개통한다. 충주역에서 충북선과 만나고, 문경역에서는 문경선, 경북선과 그대로 직결되어 김천까지 내려간다. 중부내륙고속도로와 루트가 상당히 비슷한 모양새다.

중부내륙고속도로가 하는 역할을 생각해 보면, 중부내륙선의 역할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중부내륙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의 대도시권 상습 정체 구간을 피하는 우회 도로 역할을 한다. 특히 경부고속도로에 비해 선형이 낫기 때문에 우회도로 역할을 넘어 더욱 빠르게 통행이 가능한 도로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중부내륙선도 마찬가지다. 천안, 대전 등을 끼고 달리는 경부선에 비해 수요가 많지 않은 이천, 충주, 문경 등을 끼고 달리지만, 경부선에 비해 철도 선형이 낫고, 시속 200km까지 달릴 수 있는 준고속선으로 설계되어 열차의 평균 속도 역시 빠를 전망이다.

하지만 중부내륙고속도로만 탄다고 해서 바로 서울이나 대구, 부산과 연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동고속도로나 상주영천고속도로, 당진영덕고속도로 등 중부내륙고속도로와 교차하는 고속도로가 경부고속도로와 연계된다. 경부고속도로와 연계가 되기에 우회도로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중부내륙선도 북쪽 종점은 이천 부발읍이고, 남쪽 종점은 문경이기에 우회도로의 역할을 수행할 철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북쪽 종점 위로 연결되는 경강선은 도시철도 규격으로 지어져 화물열차 등이 투입되기 곤란하고, 남쪽 종점 아래의 문경선, 경북선 등은 '시골철길'인 탓에 도리어 소요시간을 까먹을 염려가 있다.

그렇기에 이번 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서는 이런 우회철도를 연계하는 철도 계획이 나왔다. 하나는 중부내륙선의 남쪽 종점 문경에서 만나는 경북선의 점촌~김천 구간에 대한 개량이고, 다른 하나는 중부내륙선의 북쪽 종점인 이천 부발역에서 안성을 거쳐 경부선 평택역까지 향하는 철도인 평택부발선의 신규 착공안이다.

평택부발선과 경북선이 개량된다면 화물열차가 붐비는 경부선 대신 중부내륙선을 이용할 수 있다. 여객열차도 일부가 우회하는 형태로 오갈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우회철도가 생겨나는 것을 일반적인 시민들이 환영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정답은 '선로용량'에 있다.

선로용량 여유 생기면, 이용객에게 혜택 돌아온다

우회노선이 생겨나면 가장 큰 변화는 어떻게 될까. 화물열차가 대도시를 경유하지 않고 우회하여 운행할 수 있게 된다. 당장 수도권 복판을 지나는 중앙선 용산~망우 구간, 그리고 경부선 구간은 이미 적지 않은 수의 화물열차가 운행되고 있고, 대전과 대구 시내의 경부선에도 화물열차가 자주 오간다.

하지만 도로도 차들이 정체 없이 오갈 수 있는 한계가 있듯, 철도에도 철도 차량이 원활하게 오갈 수 있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것이 선로용량이다. 하지만 도심 구간의 선로 용량은 이미 '만성 부족'에 가까운 상황이다. 특히 청량리역과 망우역 사이의 구간은 100%에 가까운 선로용량에 허덕이고 있어 사회문제로 떠오른 적도 있다.

시민들은 여객열차가 더욱 자주 왔으면 한다. 그렇다고 해서 화물열차의 운행을 줄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시멘트의 경우 대다수의 물류를 화물열차를 통해 처리하고 있어 함부로 줄일 수도 없다. 그렇다면 그런 구간을 피해 화물열차가 넉넉한 선로용량을 가진 노선에서 운행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서울의 도심지인 이촌동 일대를 지나는 시멘트 화물열차
 서울의 도심지인 이촌동 일대를 지나는 시멘트 화물열차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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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단양 도담역에서 시멘트를 가득 실은 화물열차가 서울 수색역의 사일로까지 향한다면, 지금은 중앙선을 이용해 청량리를 지나간 뒤 경의선으로 향하는 것이 빠르다. 우회하고자 한다면 충북선을 타고 멀리 조치원까지 우회해야 하는데, 이렇게 크게 우회하는 것은 에너지 소모 등에서 낭비가 될 우려도 있다.

그런데 중부내륙선과 연계노선이 완공된다면, 화물열차가 수색역을 가기 위해 꼭 청량리를 들르지 않아도 된다. 중앙선을 지나가는 대신 충주에서 중부내륙선을 탄 뒤, 다시 평택부발선을 이용해 경부선까지, 그리고 중앙선보다 선로 용량에 여유가 있는 경부선을 타고 수색역까지 향하면 된다. 

그렇게 화물열차가 빠져나간 빈 선로용량을 이용해 여객열차가 증차할 수도 있다. 선로용량 탓에 긴 배차 간격과 높은 혼잡에도 증차를 못 했던 경의중앙선 열차가 증차 될 수도 있고, 서울역까지 가지 못했던 안동역행 KTX-이음이 중앙선 전철의 선로를 거쳐 서울역에서 출발할 수도 있다. 

물론 우회노선이 생기는 지역의 주민들에게도 편리한 교통망이 생겨난다는 큰 장점도 있다. 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포함된 평택부발선은 수도권에서 철도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단둘뿐인 지역 중 한 곳인 안성시에 들어오는 첫 철도교통이 된다. 중부내륙선 역시 수도권으로 직행하는 철도 노선이 없었던 충주와 문경 지역의 관광 산업 발전, 그리고 기업 유치에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우회노선의 확충은 지방 광역전철의 원활한 운행에도 도움을 준다. 대구권과 대전권에서는 경부선과 호남선을 이용한 광역전철이 운행될 전망이다. 두 광역전철은 KTX의 개통으로 대부분의 열차가 고속열차로 운행되는 덕분에 여유가 생긴 선로용량을 활용해 추진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광역전철의 운행 횟수는 일반열차에 비해 더욱 많기에, 선로용량을 상당히 많이 차지한다. 그런 상황에서 우회노선이 확충되어 화물열차 등의 운행까지 분산되면 선로용량에 더욱 큰 여유를 줄 수도 있다. 이들 광역전철의 운행 횟수를 더욱 이용객의 수요에 가깝게 끌어올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앞으로 이런 철길, 더욱 많이 생겨난다

어쩌면 '우회열차'를 고객들이 골라 탈 수도 있을 전망이다. 3차 계획에 포함된 수서~광주선이 개통한다면 수서역에서 충주역, 문경역을 거쳐 대구와 부산으로 향하는 준고속열차도 운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SRT보다는 소요시간이 길겠지만, 저렴한 요금과 짧은 거리를 무기로 삼아 승객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되는 셈이다.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다른 지역으로 향할 때 '버스, 자가용, 열차'라는 단순한 선택지 대신 '이 노선의 열차, 저 노선의 열차'라는 식으로 더욱 선택지도 넓어질 수 있다.

이미 고속도로의 경우 '정체가 된다'고 해서 쉽게 다른 노선으로 틀고, 다른 경로를 찾는 것이 가능하지만, 유독 한국 철도의 경우 대체 경로를 찾는 것이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러한 노선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져 개통을 앞두고 있으니만큼, 향후 이런 우회노선이 더욱 많이 생겨나는 일도 기대해 볼 만하다.

실제로 이러한 우회노선은 더욱 많이 생겨나고 있다. 중부내륙선과 경북선을 통해 이어질 김천~진주~거제 간 남부내륙선은 창원, 부산신항 등으로 향하는 철도 수요를 분산할 수 있고, 향후 건설될 경강선 여주~원주 구간 역시 중앙선 철도의 부하를 나누어 드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태그:#철도, #우회철도,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 #철도산업, #철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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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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