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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중에서
'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중에서 ⓒ 김홍모
 
이 이야기는 2014년 4월 16일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승객들을 많이 구해 '파란바지 의인'이라 불리는 김동수씨의 증언이다. 

"2014년 4월 14일 제주에서 감귤박(귤찌꺼기)을 화물차에 싣고 목포에서 내려 이천 사료공장으로 갔습니다. 돌아올 땐 차만 싣고 비행기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화물기사 동료들이 같이 배 타고 가자고 해서 15일에 배를 탔어요. 안개 때문에 배가 일찍 출항할 수 있다고 해서 오후 4시 반에 차를 먼저 싣고 기다렸습니다.

6시 조금 넘어서 학생들이 타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안개가 몰려오기 시작했어요. 안개가 심해 배가 출항하지 못할 거 같아 차를 빼 목포로 가려고 했는데 직원이 저녁 9시까지 출항 못 하면 차 빼줄 테니 기다려 달라고 해서 기다렸습니다.

저녁 7시 30분쯤에 중국배가 먼저 출항을 하고 9시가 넘어서 안개가 개기 시작하니 세월호도 출항했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이 타면 밤새 떠들고 시끄러우니까 방에 가서 먼저 자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학교 학생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였는데 이 학생들은 불꽃놀이는 하는데 시끄럽지도 않고 뛰어다니지도 않고 뭐 이런 아이들이 다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편하게 잠을 자고 아침 7시쯤에 일어나 주변을 보니 이상하게 가까운 섬들이 있었습니다. 화물기사 형님에게 밥 먹으러 가자고 깨우니 형님은 옆에 섬을 보고 "벌써 추자도 다 왔나?" 하길래 저거 추자도 아니고 진도 쪽 섬인 거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밥을 먹고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는데 8시 45분에 아내에게 전화가 와 통화를 하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TV에서는 류현진이 시합 중인 모습이 방영되고 있었어요. 호주에서 하는 메이저리그 개막전이었습니다.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갑자기 배가 콱하고 돌면서 앞으로 굴러떨어졌습니다. 창문으로 밖을 보니 바다에 떨어진 파이프와 컨테이너들이 보였습니다. 
 
 '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중에서
'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중에서 ⓒ 김홍모
 
그러자마자 방 안에 있던 동료들과 다른 방에 있는 화물 기사들에게 구명조끼를 입고 빨리 나가 있으라고, 빨리 밖에 나가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고 외치며 사람들을 내보냈습니다. 그때가 45도로 배가 기울어졌고 전화 통화가 안 되니 밴드에 '인천배 침몰'을 올려 알렸습니다. 이때가 9시쯤이었고 화물 기사들은 대부분 밖으로 다 나와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조금 있으니 멀리서 헬기 소리가 들려 4층으로 올라가 보니 주변에 섬들만 있고 커다란 유조선이 보였습니다. 다시 아래로 내려가니까 몇몇 사람들이 구조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나도 같이 구조를 하는데 처음에는 커튼으로 끌어 올리다가 아이들이 힘이 안 돼 못 올라오니 소방호스로 묶어 끌어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힘이 빠져 몸에 소방호스를 감고 사람들을 끌어 올렸습니다. 마지막 학생을 끌어 올리고 남은 사람이 없냐고 물어봤더니 아무도 없다고 해서 다른 곳으로 가려는데 학생 한 명이 달려왔습니다.

"아저씨 빨리 와 보세요!"

그래서 따라가 봤더니 홀은 완전히 전쟁터였습니다. 물 위에 아이들이 둥둥 떠 있고 주방기구들은 다 나와 있었어요. 물이 차 자판기가 천정에 매달려 있고 그 밑에 어린아이, 학생들, 나이 든 어르신들이 나오려고 계단 난간을 잡고 있었습니다.

소방호스를 던져 사람들을 끌어 올리는데 여학생들은 힘이 부족해 잘 못 올라왔어요. 그러다 한 학생을 끌어 올리다 뒤에 있는 강화유리 창문으로 같이 나가떨어졌습니다.

선내에서는 '나가지 말고 가만있으라'는 방송이 나오고 있었고 나는 사람들과 소방호스로 승객들을 필사적으로 구출하고 있었습니다. 객실에 있던 단원고 학생들과 승객들은 구출될 것을 믿으며 기다리고 있었으나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은 승객을 버리고 탈출했고 해경 123정은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고 선원들만 타깃 구조한 채 멀어졌습니다. 

해경 123정이 세월호 조타실에 접안한 4월 16일 오전 9시 45분. 이때 퇴선 명령만 내려졌다면. 이때 퇴선 명령만 내려졌다면 대부분 살아 나올 수 있었어요. 
 
 '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중에서
'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중에서 ⓒ 김홍모
 
배는 90도 가까이 기울어지고 있었고 나는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때부터 기억이 나지 않아요. 정신과 의사는 그때 본 것들이 너무 괴로운 기억이라 보호 본능이 작용해서 기억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오히려 기억이 안 나는 게 좋을 거라고. 기억을 하게 되면 못 견딜 거라고. 나중에 해경에서 찍은 영상을 봤는데 나는 혼자 세월호 안을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기억이 다시 돌아왔을 때는 "아이 좀 구해주세요!" 하는 소리를 듣고 구명조끼를 들어 올렸는데 그 안에 어린아이가 있었습니다. 팔에 힘이 빠져 옆에 학생에게 아이를 전달하고 함께 123정에 옮겨 타는데 배가 순식간에 더 가라앉았습니다. 

123정 해경에게 저기 배 안에 아직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빨리 구해야 한다고 하니 해경은 특공대가 오니 다 구할 거라고 걱정 말라고 했습니다. 

진도체육관에 들어서니 노란옷을 입은 해수부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해수부 간부들에게 배에 아직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구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는데 다들 우르르 피하면서 모른 척 했어요.
 
 '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중에서
'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중에서 ⓒ 김홍모
 
그 후에 기자들이 몰려왔는데 내가 구조해준 부부가 나를 마지막까지 구조 활동을 해서 다 안다고 말해서 얼떨결에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상황을 다 이야기하고 아직 배 안에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몇 번을 이야기했는데 기사에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고 '전원구조' 오보만 속보로 나왔습니다. 나는 너무 열 받아 생방송 마이크를 빼앗아 배 안에 아직 사람이 많이 있다고 국가가 구조를 안 하고 있다고 외쳤습니다."

알라딘 북펀드로 김동수씨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제주에 사는 파란바지 의인 김동수씨는 세월호 증언을 할 때마다 목소리가 떨리고 흥분을 한다. 국가기관과 해경은 세월호 승객들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구조하지 않았다. 

자료를 수없이 살펴봐도 승객들을 탈출시켜야 할 긴박한 순간에 해경 지휘부는 허튼소리만 해대고, 해경 123정은 퇴선방송은 하지 않고 선원들만 타깃구조하고, 청와대는 영상 자료를 찍어 보내라는 소리나 해댔다. 김동수씨가 목이 터져라 전원구조 아니라고 배 안에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외쳐도 언론은 '전원구조'라는 사상 최악의 오보를 내었다. 

김동수씨는 세월호에서 사람들을 많이 구했음에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의 눈빛과 목소리가 자꾸 떠올라 7년이 지난 지금도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무리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세월호 생존자들이 있다. 그중에서 김동수씨는 극심한 트라우마로 몇 번이나 자해를 하고 응급실에 실려 갔다. 
 
 '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중에서
'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중에서 ⓒ 김홍모
 
세월호 청문회장에서, 제주도청 앞에서, 국회에서, 청와대 앞에서 진상규명과 생존 피해자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자해를 했다. 마지막 자해를 했을 때는 의사가 더 이상은 위험하다고 몸이 성한 곳이 없다며 가족들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세월호 생존자에 대한 이야기는 나도 그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 그들이 무엇을 봤으며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김동수씨의 사연을 알게 되고 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만화작업을 시작했다. 김동수씨와 아내 김형숙씨 두 딸 예람, 예나를 인터뷰하고 수많은 자료를 찾아봤다. 

그동안 너무 아파 볼 수 없었던 영상자료까지 다 보면서 하루하루 세월호의 슬픔을 직면해야 했다. 2년 동안의 준비 1년 동안 독립웹툰플렛폼에 무료 연재를 했다. 글로 다 쓸 수 없는 힘든 과정이었지만 많은 분의 응원과 지원으로 이제 그 결과물이 책으로 나온다.
 
 '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중에서
'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중에서 ⓒ 김홍모
 
<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는 파란바지 김동수씨와 가족의 증언을 토대로 작업한 만화지만 김동수씨 뿐만 아니라 23명의 제주 세월호 생존자,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는 172명 모든 생존자의 이야기도 하다. 지금, 여기 이 책 안에 세월호 생존자의 떨리는 목소리가 있다.

시민들의 힘으로 책을 출간하고 싶어 알라딘 북펀드도 시작했다. 시작하자마자 하루 만에 목표액이 달성되고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다. 북펀드 수익이 '제주 세월호 생존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모임(제생지)'에 전해지니 가급적 더 많은 시민이 함께해주면 좋겠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세월호 7주기다. 7년 동안 유가족들과 생존자들, 시민들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싸웠다. 그런데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밝혀진 게 없고 제대로 처벌된 국가기관 책임자가 없다. 세월호 백서를 만들겠다던 세월호 검찰 특수단은 세월호 백지를 만들어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만 주었다. 7년 아니 10년이 되도 세월호 사건은 반드시 제대로 진상규명되고 책임자들에게 응분의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이런 가슴 아픈 사건이 반복되지 않는다. 

부디 이 책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바라는 시민의 무기가 되고 세월호 유가족, 생존자와 연대할 수 있는 끈이 되길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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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표지
'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표지 ⓒ 김홍모

덧붙이는 글 | <'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북펀드가 3월 29일에 마감됩니다. 펀드 수익은 '제주 세월호 생존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모임(제생지)'에 전해지고 펀드 참여자의 이름이 책에 수록되니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세월호7주기#세월호생존자#세월호만화#파란바지의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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