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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박상길 부위원장과 코레일네트웍스, LG트윈타워, 이스타항공,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사무실을 기습 점거해  “말로만 노동존중 말고 정부 여당은 1000인 해고 문제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박상길 부위원장과 코레일네트웍스, LG트윈타워, 이스타항공,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사무실을 기습 점거해 “말로만 노동존중 말고 정부 여당은 1000인 해고 문제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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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여기에 왜 왔나? 서울시장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23일 오전 9시께, 아시아나KO·이스타항공·코레일네트웍스·LG트윈타워 해고노동자 등 9명이 서울 종로구 안국빌딩에 위치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기습농성 시위를 시작하자 캠프 소속 관계자가 이들을 향해 한 말이다.

이에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이삼씨는 "자꾸 왜 왔냐고 따지는데, 해고노동자들이 오죽하면 여기까지 와서 주저 앉았겠냐"면서 "국회 앞에서 곡기를 끊어가며 단식을 해도 정부여당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다. 청와대를 찾아가 수차례 면담요청도 했지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다들 벼랑 끝에 서 있는데 대출도 막혀 살아갈 방도가 없다. 노동존중 외친 정부와 여당은 어디에 있느냐"라고 되물었다.

"우리가 뭐 대단한 걸 요구한 것인가. 그저 고용을 유지해달라고. 죽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한 거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오직 자신들의 집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에만 급급하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알아야 한다. 왜 노동자들이 이렇게 차가운 땅바닥에서 노숙을 하는지. 우리는 답변을 들을 때까지 단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을 거다."

이스타항공은 민주당 출신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창업주인 항공사다. 제주항공과 인수·합병(M&A)을 시도했지만 무산된 이후 회사 재매각을 위해 지난해(2020년) 10월 직원 605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결국 직원들은 9개월 넘게 월급도 받지 못하고 해고됐다. 민주당은 이상직 의원 지분 불법 증여 등 의혹에 대해 윤리감찰을 실시했지만 이 의원이 지난해 9월 탈당한 뒤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박 위원장을 비롯해 해고노동자들이 박영선 캠프 4층 대기실에서 농성을 이어가는 동안 캠프 안쪽 사무실에서는 당직자와 시민 등이 참여하는 '노동존중특별위원회'가 진행됐다.

"정부여당은 왜 방관만 하나?"
 
▲ 해고노동자, 박영선 선거사무실 기습 점거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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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박상길 부위원장과 코레일네트웍스, LG트윈타워, 이스타항공,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사무실을 기습 점거해  “말로만 노동존중 말고 정부 여당은 1000인 해고 문제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박상길 부위원장과 코레일네트웍스, LG트윈타워, 이스타항공,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사무실을 기습 점거해 “말로만 노동존중 말고 정부 여당은 1000인 해고 문제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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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영선 캠프에서 기습농성 시위를 주도한 이들은 대기실 가운데 붙은 박영선 후보 사진 옆에 '정부여당이 만든 해고 정부여당이 해결하라!'라고 적힌 자보를 붙였다. 그러면서 한목소리로 "말로만 노동존중, 1000인 해고 해결하라"라고 외쳤다.

그럴 것이 이스타항공 605명을 포함해 지난해 5월 아시아나KO 8명, 7월 뉴대성자동차학원 5명, 11월 코레일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 225명, 12월에는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82명이 각각 해고됐다. 지난 한 해 동안 다섯 개 사업장에서 총 925명이 해고된 거다. 

이 중에는 이날 기습농성에 참가한 아시아나KO 소속의 기노진씨도 있었다. 기씨는 "해고 이후 길바닥에서 천막농성을 한 지 오늘로 313일차를 맞이했다"면서 "지노위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중노위에서도 부장해고 판정을 받았는데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이제는 해답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문 대통령의) 마지막 남은 1년 여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잘 마치기를 부탁한다"라고 호소했다.

기씨가 속한 아시아나KO는 아시아나항공 수하물 처리와 기내 청소를 맡는 하청업체다. 회사는 지난해 5월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 8명을 정리해고했다. 과정에서 회사는 '일부 자부담이 부담된다'라는 이유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또 지난 1월, 회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노동위원회의 연이은 복직 판정에 불복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기습농성에 함께한 서재유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전 지부장은 "적폐를 청산하고 제대로된 나라를 만든다며 정권을 잡은 게 민주당이 아니냐. 그런데 왜 1000명 노동자들이 해고 당하는 것은 방치했냐"라고 지적했다.

"권력을 달라는 것은 책임을 지겠다는 것 아니냐. 자꾸 박영선 캠프와 (해고자 문제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묻는데, 왜 민주당은 서울시 정치권력을 달라는 건가. 서울시를 바르게 하겠다는 것 아닌가. 바르게  한다는 건 최소한 노동자들이 현장에 돌아갈 수 있도록 책임진다는 것 아닌가. 책임회피 그만하고 집권당이 방치한 해고에 대해 답을 내놓아라."

철도공사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는 전국 300여 개 사업장에서 역무, 발권, 콜센터, 주차관리, 특송 등 업무를 코레일에서 위탁받아 수행하는 회사다. 앞서 2018년과 2019년 진행된 노사전협의체를 통해 직원의 임금수준을 정규직 대비 80%까지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등 합의안을 마련했으나 합의한 사안은 이행되지 않았다. 그사이 계약이 만료된 200여 명이 넘는 노동자들은 사실상 해고조치를 당했다. 

이날 기습농성 참가자 중 유일하게 여성이었던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민경남씨는 "25일이 서울 여의도 LG트윈빌딩 농성 100일이 되는 날"이라면서 "건물 앞에 텐트 100개를 설치해 우리들의 요구를 알리려 했지만 LG 용역들은 노동자들을 밀고, 바닥에 물을 뿌렸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갈비뼈가 나가고 손가락도 골절 당했다. 어떻게 만나달라는 호소에 이런 대응을 하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 의원들은 재벌이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왜 방관만 하냐. 저희가 당하는 걸 눈으로 보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외면하냐. 최소한 찾아와서 괜찮냐고 물어는 봐야할 것 아닌가. 재벌의 이런 행태에 대해 정부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2019년 10월 관리자 갑질 및 근무시간 꺾기 등을 이유로 노조를 설립했다. 지난해 말 용역업체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집단해고를 당했다. 기존에 청소노동자들이 속했던 업체 지수아이앤씨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고모인 구미정씨와 구훤미씨가 각각 50%씩 지분을 나눠 소유한 회사로 두 사람은 이 회사를 통해 연간 50억~60억 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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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 관계자는 농성하는 노동자들을 향해 "25일까지 (후보자의) 답을 달라고 하지 않았냐"면서 자진해산을 요구했다. 

이번 기습농성을 지원한 공공운수노조는 <오마이뉴스>에 "1000인 해고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단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겠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이날 저녁 6시 30분께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박영선 캠프가 위치한 안국빌딩 일대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24일에는 지하철 역사에서 집중 선전전을, 25일에는 민주노총 주최로 전국 동시다발 행동이 예정됐다.  
 
공공운수노조 박상길 부위원장과 코레일네트웍스, LG트윈타워, 이스타항공,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사무실을 기습 점거해 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박상길 부위원장과 코레일네트웍스, LG트윈타워, 이스타항공,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사무실을 기습 점거해 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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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영선, #공공운수노조, #해고, #안국동,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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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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