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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의 이른바 '김치공정'을 둘러싸고 온라인상에서 시끄러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중국 주유엔대사가 김치를 담는 영상이 문제가 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영상에는 '파오차이'가 아니라 '김치'라고 분명히 표기돼 있다.
 
사진 속에 분명 김치라 표기되어 있다.
▲ 중국 주유엔대사와 김치 사진 속에 분명 김치라 표기되어 있다.
ⓒ 중국 주유엔대사 동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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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국 정부기관인 정법위(政法委)가 김치 관련 문제로 한국 누리꾼 비판에 나섰다고 해 국내의 내로라 하는 중국 전문가 교수도 TV에 나와 '이건 분명히 중국 정부가 나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런데 "김치가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정법위 주장은 참으로 허튼소리"라며 질타하는 한 중국인의 주장도 중국 바이두 검색창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중앙정법위의 김치 중국기원 주장은 참으로 허튼소리"라는 제목의 글
▲ "김치 중국 기원" 주장은 허튼소리 "중앙정법위의 김치 중국기원 주장은 참으로 허튼소리"라는 제목의 글
ⓒ 중국 바이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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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김치공정'이 사회과학원 연구자로부터 비롯됐다면서 사회과학원 관련성을 보도하기도 했다.

합리적 이해에 기초한 공존의 모색

사실 전에 문제가 됐던 동북공정의 핵심적인 논리는 중국에서 '변강사(邊疆史)'를 전공하는 중국 동북 지방의 일부 역사학자 및 관료 등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 국수주의자들의 논리였다.

'변강사'는 역사학 분야의 전공에서도 매우 부분적인 범주일 뿐이며, 그것을 전공하는 학자도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소수의 학자들이 자신들의 입지를 획득하고 일련의 프로젝트를 확보하기 위해 권력과 대중의 '국수주의 경향'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논리로서 개발한 것이 바로 동북공정으로 연결됐다고 평가된다. 동북공정은 중국 동북지역 학자들의 협애한 시각으로부터 비롯했고, 중국 전체 역사학자들의 주류 견해도 아니었다.

필자가 아는 한, 대다수 역사학자들은 이 문제에 관심 자체가 별로 없다. 심지어 동북지역 학자들의 '공명심'에 의해 잘못 시작됐다는 비판까지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김치공정'이니 '전파(傳播)공정'이니 하는 '신조어' 공정은 (설사 그것이 존재한다고 해도) 소수에 의해 시도되는, 의미가 클 수 없는 동향이다.

중국 유학 시절 자주 듣던 말이 있다. "중국에는 13억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별 특이한 사람도 많고 별 특이한 주장을 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자기들은 누가 뭐라 하든 별로 놀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거 없는 선입견 혹은 막연한 두려움, 중국을 향한 우리의 두 가지 감정은 합리적 이해에 기초한 공존(共存)의 모색을 가로막는다.

다민족국가 중국의 고민, 그러나 '한국을 인정하는' 현명한 정책 나와야

중국은 우리와 달리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국가다. 따라서 티베트를 비롯해 위그르족 등 소수민족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가능한 한, 동북지역 문제 혹은 조선족의 문제도 티베트족이나 신장 위구르족 등 이미 중국 영토로 완전 복속화한 소수 민족의 문제와 동일한 차원에서 '관리'하려고 한다. 이 지점에서 중국 정부의 오판이 발생한다. '김치' 논란에서 보인 정법위의 개입이 바로 그러한 사례이다.

그러나 동북지역이나 조선족의 문제는 곧바로 한국이라는 국가와 관련돼 있는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로부터 다른 소수민족과는 상이한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동북지역과 조선족의 문제를 예외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여타 소수민족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 또한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에 향후 중국 정부는 '중요한 인접국', 한국이라는 특수성을 인정하는 현명하고 세심한 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러한 유사한 문제는 계속 발생하고, "예상 외로 민감한" 이런 '작은' 문제로 인해 커다란 양국 관계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애국 시인 윤동주의 '국적' 문제는 당시 조선 식민지 시기를 감안해 최소한 "일제에 맞서 조국인 조선에서 독립 투쟁을 전개했으며, 체포돼 일본 감옥에서 생체실험으로 의심되는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는 등 세심하고 사실에 근거한 성의 있는 해설을 해놓는 방식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민족 문제'는 의외로 큰 응집력과 선동력을 지닌다. 그러나 더욱 큰 범주의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그 '유혹' 및 경향성은 경우에 따라 일정하게 조정되고 절제될 필요성이 있다. 이른바 '김치공정' 등을 둘러싸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요란한 갈등과 우여곡절들이 향후 한국과 중국 양국이 보다 우호적인 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통과 과정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확한 사실관계가 필요하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우리도 사실관계에 좀 더 정확해야 한다. 가령, 며칠 전 <오마이뉴스>에 실렸던 "또다시 BTS 공격한 중국인들이 간과한 중요한 사실"이라는 제하의 기사는 "티베트와 중국의 관계는 조선과 청나라의 관계와 비슷했다. 이 관계는 티베트가 청나라를 사대하는 관계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약간의 오류가 있다. 청나라 건륭제 때인 1716년, 청나라는 티베트를 공략해 1720년에 청나라의 군대가 진주했으며 1750년 대신(大臣) 제도를 두고 최종적으로 티베트를 청나라의 보호령 하에 뒀다. 이때 티베트는 중앙 정부에서 파견된 대신이 군사와 외교를 책임지고, 중앙 정부의 책봉을 받은 달라이 라마와 반선(班禪, 판첸 : 적모파의 지도자)이 공동으로 티베트의 종교 업무를 관할하도록 했다. 그러다가 1911년 청나라가 붕괴되면서 티베트는 비로소 독립을 선언하게 된 것이다. 조선과는 상이했다.

태그:#김치공정, #한중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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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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