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2개월 만에 나온 대검찰청 세월호 특별수사단(아래 특수단, 단장 임관혁)의 수사 결과는 대부분 '무혐의' 판단이었다.
특수단은 수사 대상에 오른 17개 혐의 가운데 기소가 이뤄진 단 2건을 제외하고 모두 무혐의 판단을 내렸다. 2014년 세월호 사건 당시 법무부가 세월호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기무사가 유가족들을 사찰했다는 혐의도 무혐의 결론에 포함됐다.
"세월호 유가족 동향보고서 작성된 사실은 확인, 하지만..."
특수단은 19일 오후 2시 30분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특수단은 크게 ▲해경의 구조 책임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 ▲검찰 수사 외압 의혹 ▲감사원 감사 방해 의혹 ▲세월호 관련 증거조작 의혹 ▲국정원과 기무사의 유가족 사찰 사건 등 혐의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목할 부분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기무사가 유가족을 사찰했다는 의혹과 당시 법무부가 세월호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 해경이 세월호 피해자 임경빈군의 구조를 방기했다는 의혹 모두 무혐의 결론이 내려졌다는 점이다.
먼저 임관혁 단장은 2014년 당시 국정원과 기무사의 유가족 사찰 부분에 대해 "정보기관이 유가족에 대한 동향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미행·도청·해킹·언론유포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권리침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임 단장은 "유가족들의 구체적 언동이 (청와대에 제출된) 보고서에 담긴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가족 성향이나 유가족들의 동향 등까지 보고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라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권리 침해는 보다 적극적인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2017년 검찰에서 위 내용을 조사했을 때도 '국정원의 정보수집 행위에 부적절한 부분이 일부 있더라도 법상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점을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의 수사 외압 의혹도 "일부 사실은 인정되지만 무혐의"
박근혜 정부 당시 법무부가 세월호 사건에 연루된 해경123 정장에 대한 검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법무부의 의견 제시가 검찰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비추어 부적절한 점은 있으나,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위 사건 피의자는 우병우 전 민정비서관과 황교안 전 법무부장관이다.
임 단장은 "수사 결과, 법무부가 선제적으로 수사에 개입한 게 아니라 당시 대검의 보고를 받고서 개입했기 때문에, 법무부의 수사 개입의도가 노골적이지 않았다"고 했다. 2014년 당시 대검에서 먼저 법무부에 해경 123정장 수사와 관련된 보고를 했고, 그에 따라 법무부의 의견 제시가 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당시 대검에서 123정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혐의를 적용하겠다고 했음에도 법무부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법무부의 의견 제시에 직권남용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특수단은 이밖에 박근혜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무마하고자 감사를 중단시키거나 청와대 감사 결과를 최종 감사결과 발표에서 제외하도록 지시한 부분에 대해서도 무혐의 판단을 내렸다. 임 단장은 "청와대가 피감기관으로서 세월호 관련 보고서 등을 제출하지 않는 등, 감사 전반을 소극적으로 진행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청와대 관계자나 감사원장이 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도록 직권을 남용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했다.
"피해자 임군, 이미 사망자로 분류된 상태였다"
임 단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해경이 물에 빠진 임경빈군을 헬기로 신속히 옮기지 않고 구조 방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생존해 있을 가능성을 알면서도 지휘부가 헬기를 이용하고 피해자는 함정으로 이송했다고 볼 증거가 없어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했다.
당시 해경의 일지를 살펴보면 피해자의 호흡과 맥박, 동공에 반응이 없었으며 몸에 물이 차 있고 굳어 있다는 이유로 이미 사망자로 분류된 상태였다고 했다. 대한응급의학회의 회신에서도 임군은 구조 당시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위 수사 결과와 관련해 현장에서 '의사의 지시가 없는 이상 피해자를 신속하게 이송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임 단장은 "피해자의 여러 징후를 살펴봤을 때, 그가 살아 있었다고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그가 살아 있을지 모르니 이송해야 한다는 판단 자체가 나올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당시 현장 관계자들이 임경빈군을 헬기로 이송해야 한다는 주장을 묵살했다고 한 의혹에 대해서도 "(증언들을) 조사해 보니 임군을 헬기로 이송해야 한다는 보고 자체가 나온 사실이 없었다"라며 "그래서 지휘부가 헬기 이송 건의를 받았음에도 뭉갰다는 주장은 성립되기 어렵다"고 했다.
이밖에 특수단은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폐쇄회로(CC) TV의 DVR(CCTV 영상이 저장된 녹화장치)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를 상당 부분 진행했지만 특검 수사가 예정된 상황이라 관련 기록을 인계한다"고 밝혔다. 임 단장은 "특검이 개입된 이상 이 자리에서 수사 내용을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며 "다만 DVR 바꿔치기 의혹에 대해서는 실제 확인하기가 어렵다, 이런 취지로 유가족분들과 사참위에 말한 적은 있었다"고 전했다.
특수단은 이날 발표를 기점으로 해체된다. 임 단장은 이날 브리핑 말미에 "비록 밖에서 볼 때 유가족분들이 기대하는 결과에 미치지 못해서 분명히 실망하시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그러나 저희는 검사로서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수 없고, 있는 그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전하고 싶다"며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