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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희귀 북마크전>(10월 20일~11월 20일)이 도곡정보문화도서관(관장 조금주)에서 열리고 있다. 생태동화작가 권오준 선생이 세계 곳곳에 묻혀 있는 책갈피들을 정성스럽게 모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이다.
  
도곡정보문화도서관 4층 전시실에서 휘귀 북마크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 세계 희귀 북마크 전 도곡정보문화도서관 4층 전시실에서 휘귀 북마크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 변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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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은 말인 "I know not what course others may take, but as for me, give me liberty or give me death! 다른 이들이 어떤 길을 고를지 모른다. 그러나 내 뜻은 이렇다. 내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패트릭 헨리)!"가 담긴 책갈피, <홈 스위트 홈>(1871) 가사와 악보가 그려진 고풍스러운 책갈피, 달착륙 사진이 담긴 책갈피처럼 그 역사를 가늠해볼 수 있는 책갈피들이 있다.

또, 해리포터 안경 모양 책갈피, 그림책 작가 벵자맹 쇼가 남긴 메모나 날아라 삑삑이 공연입장권, 마른 나뭇잎처럼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한 책갈피 70여 개가 가지런히 누워 우리 눈길을 기다리고 있다.
  
"내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던 패트릭 헨리 모습이 담긴 책갈피와 한국전쟁을 기리는 우표가 담긴 책갈피, 증기여객선 출항 100주년 기념 책갈피들이 보인다.
▲ 세계 희귀 북마크 전 역사 스토리 "내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던 패트릭 헨리 모습이 담긴 책갈피와 한국전쟁을 기리는 우표가 담긴 책갈피, 증기여객선 출항 100주년 기념 책갈피들이 보인다.
ⓒ 변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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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한 책갈피 전시에 발맞춰 특별한 행사가 진행됐다. 초등학교 1·2학년과 3·4학년이 어울리는 책갈피 도슨트와 책갈피 만들기 강연이 11월 1일(일)에 있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10명씩만 모아 마스크를 쓰고 펼친 강연이다.

어떤 아이도 섬이 되지 않도록 하라

아이들과 아무리 잘 어울리는 강연자라고 해도 1·2학년 아이들을 만나면 진땀을 뺀다. 주제에 어울리지 않는 얘기가 불쑥불쑥 튀어나올 때가 적지 않고, 어떤 말에 아이 마음을 다칠지 알 수 없는 일이어서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에는 아무리 애를 써도 입을 열지 않는 아이가 하나는 꼭 있다. '나만의 책갈피 만들기' 놀이마당에도 어쩐 일인지 알 수 없으나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강연장에 들어온 아이가 있었다.

온 강연장을 무대 삼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신바람을 일으키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권오준 작가가 던지는 물음에 아이들은 거듭 손을 들면서 달아오른다. 가장 적게 손을 든 아이라도 세 번은 들었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한 번도 손이 올라가지 않는 아이가 있었으니 들어오면서 울먹이던 아이다.

권오준 작가는 손을 들지 않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 "너는 아주 멋진 상상을 하려는구나. 다 되면 손을 번쩍 들어" 한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다시 그 아이에게 눈길을 주며 "아직, 준비가 덜 됐어?" 한다. 10분 가까이 이어지는 얘기 마당에서 그 아이는 손을 들 생각이 없다. "쟤는 아주 멋진 이야기를 숙성시키고 있을 거야" 하고는 "애들아! 그만하자. 너무 힘들다니까" 하고 추임새를 넣으니 "아니에요" 하며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 손을 든다.

권 작가가 이토록 아이들과 오래도록 밀고 당기는 까닭은 손을 들지 않은 아이 입을 열려는 데 있다. 손을 들지 않는 아이에게 다가가 "아직도?" 하기를 여러 차례. 그 아이에게 다가서다 말고 "잠깐! 네가 무슨 얘기 하려는지 알겠어. 연기하는 거로구나. 너무 슬픈 상상을 해서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는 걸 연기하는 거야" 하고 북돋기도 한다. 어떤 아이도 섬으로 만들지 않으려는 깊은 뜻. 그러고 나서야 아이들에게 책갈피를 보러 나가자고 한다.
  
권오준 선생 물음에 손을 드는 아이들
▲ ‘세계 희귀 북마크전’ 나만의책갈피 만들기 수업 권오준 선생 물음에 손을 드는 아이들
ⓒ 변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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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 몰려가 책갈피를 들여다보는데 아이 하나가 "여기 불났다" 하고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르킨다. 1937년 미국 뉴저지에 있는 해군 비행장에서 세계 최대 비행선인 독일 힌덴부르크호가 불이나 떨어지는 장면이 담긴 책갈피다. 아주 오래전 미국에서 비행선에 불이나 떨어지는 모습이라고 하니까 "아, 미국? 트럼프와 바이든이 붙었는데…"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세월호"를 말하는 아이도 있다. 모두 1학년생이다.

"너희, 비행선이 어떻게 뜨는 줄 아니?" 하면서 시작된 물음은 "비행선이 더 무겁게? 아니면 비행기가 더 무겁게?"로 이어진다. 거듭 물으면서 아폴로 우주선 달착륙 이야기, 한국전쟁과 인천상륙작전을 한 맥아더 장군 이야기로 옮겨간다. 역사에 담긴 이야기들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한다. 거듭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이야기 마당엔 일방통행이 없다. 그렇게 하기를 20분, 마지막 진열장에 이르렀다.
 
"어째서 튤립 나무라고 했을까?" 아이들과 얘기꽃을 피우려는 권오준 작가 장치다.
▲ 튤립 나뭇잎 책갈피 "어째서 튤립 나무라고 했을까?" 아이들과 얘기꽃을 피우려는 권오준 작가 장치다.
ⓒ 변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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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끝에 나무이파리도 있지?"
"네."
"엄마·아빠들은 어려서 나무이파리를 주워 말려서 책갈피로도 썼어. 이 나무 이름은?"
"단풍나무"
"단풍나무? 땡!"
"불가사리"
"땡! 이 나무 이름은 튤립나무야."
"아, 튤립나무."
"자, 문제 갑니다. 이 나무 이름을 왜 튤립나무라고 했을까요?"
"튤립이 있어서" "튤립이 있어서"
"자. 답을 다 들어보고 누가 맞았는지 알려줄게. 왜 튤립나무라고 했을까?"
"저기서 피는 꽃이 튤립 모양이어서."
"거기서 피는 꽃이 튤립이에요."
"튤립꽃이 핀다는 거야? 또"
"튤립 모양이어서." (여태껏 한 번도 손을 들지 않고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아이다.)
"그다음"
"튤립 모양이어서."
"그다음"
"튤립 모양이라서."
"여기서부터 답이 똑같아지고 있어." (아이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씨앗이 튤립 모양이어서."
"씨앗! 씨앗이 튤립 모양이라고? 이야! 아주 특이하네."
"누가 맞아요?"
"정답 발표합니다. 정답은? 이 답을 처음 말한 사람이 정답을 맞힌 사람이야. 동그라미가 무려 50개짜리야."
"우와아아아!"
"뜨겁게 손벽 쳐야 해. 누구냐~ 하면… 그동안 조용히 앉아 있던… 바로 너야!"
"우하하하하하!"
"뭐 하고 있어. 손벽 안 치고? 왜 튤립나무라고 하느냐면, 이 이파리가 튤립꽃하고 똑같아. 그래서 튤립나무라고 이름 지었는데 그걸 정확히 맞췄어. 그다음 사람도 맞히긴 했지만, 얘는 가장 처음 맞췄기 때문에 동그라미 50개를 준 거고. 너희는 동그라미 10개씩 받아. 그 나머지 아이들은 9개씩 받아."
"아아아아아아"
"실망이야?"
"네에"
"구경 잘했어? 이제 들어가서 또 얘기 나누고 책갈피를 만들어보자."


마음껏 상상력을 드러내 봐

교실에 들어와서 빈 책갈피를 두 개 나눠주고는 먼저 하나에 여러 빛깔 펜으로 아름답게 꾸미라고 했다.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아이들은 책갈피 하나를 마무리한다. 이번에는 남은 하나에다가 코로나바이러스를 그리는데 이제껏 본 바이러스 모양을 그리지 말고 상상력을 한껏 발휘해서 저마다 느낌을 담아 남다르게 그리라고 한다. 권오준 작가가 아이들에게 한결같이 끌어내려고 하는 것은 상상력이다.
  
왼쪽 무더기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그린 책갈피, 오른쪽 무더기는 곱게 단장한 책갈피다.
▲ 아이들이 빚은 책갈피 왼쪽 무더기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그린 책갈피, 오른쪽 무더기는 곱게 단장한 책갈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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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에 다녀오고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스마트 폰을 만들고 인공지능이 태어난 바탕에 모두 상상력이 있다. 세계 곳곳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온 책갈피에 담긴 이야기를 가슴에 새긴 아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책갈피에 담아 타임머신에 태우려나?

오는 11월 8일(일)엔 같은 자리, 도곡정보문화도서관 4층 사랑방에서 역시 권오준 작가가 어른들과 함께 하는 '세계 희귀 북마크전 도슨트 & 모리스 샌닥 휘귀자료 공개 설명회'가 있다.  

미국 그림책 작가 모리스 센닥은 2000만 부나 팔린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비롯해 80권 남짓한 작품을 발표해 현대 그림책계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어떤 자료를 선보일지 설레는 까닭이다.

오후 시간은 공지를 하자마자 다 차고 말았단다. 그러나 오전 10시 30분에 시작하는 설명회에는 빈자리가 아직 남아 있단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모리스 샌닥 이야기와 함께, 책갈피에 담긴 터무니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도곡정보문화도서관 누리집에 들어가 신청하시길.
모집 안내 글 도곡정보문화도서관 누리집 갈무리
▲ 세계 희귀 북마크전 도슨트 & 모리스 샌닥 희귀자료 공개 설명회 모집 안내 글 도곡정보문화도서관 누리집 갈무리
ⓒ 변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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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권오준, #세계희귀북마크전, #나만의 책갈피 만들기, #모리스 샌닥, #도곡정보문화더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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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 바라지이 “2030년 우리 아이 어떤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은가”를 물으며 나라곳곳에 책이 서른 권 남짓 들어가는 꼬마평화도서관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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