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의 장마철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인 거리두기로 외부 활동이 쉽지 않다. 그러나 필자는 비교적 수월하게 어려운 시기를 넘기고 있다. 바로 개미귀신 돌보기를 통해서다. 그 신묘한 육아법을 살짝 들여다보자.
명주잠자리의 애벌레를 개미귀신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antlion. 이름은 잠자리이지만 소속은 풀잠자리목에 속한다.
온 몸에 털이 듬성듬성 나 있고 옆에서 보면 흙손처럼 생겼다. 대가리는 납작하며 날카롭고 길다란 갈퀴를 가졌다. 모래 속의 숨어서 개미를 사냥하기에 최적화된 몸 구조다. 깔때기형의 개미지옥에 먹잇감이 빠지면 모래를 던져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는 무시무시한 턱으로 사냥감을 잡아챈다.
기기묘묘하게 생긴 유충은 빗물이 들이치지 않는 모래땅에 깔때기 모양의 집을 짓고 개미를 잡아먹는다. 가령 벤치 아래, 바위돌 밑, 나무기둥 근처 등이다.
6월 말경, 뙤약볕이 내려쬐는 공동묘지의 콘크리트 바닥에서 이 녀석을 발견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녀석의 보금자리이자 사냥터인 개미지옥을 떠나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눈짐작으로 보건대 12mm 정도의 크기다. 이 정도면 거의 다 자라서 고치가 될 시기로 보인다.
가출하여 방황하는 녀석이라 키워보기로 했다. 주변의 모래흙을 조금 담아온 뒤에 라면 용기 모퉁이에 모아놓았다. 잡아 놓은 녀석을 풀어줬더니 흙속을 파고 들어간다.
사육이라 그런지, 모래양이 적어서 그런지 곧 성충으로 탈바꿈 하려는 이유 때문인지, 원뿔 모양으로 개미지옥을 만들지는 않았다. 참고로,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종에 따라서는 이처럼 모래함정을 파지 않는 녀석도 있는데 애알락명주잠자리가 그러하다.
약 두어 달간 키워본 결과, 노출된 상태에서는 먹이활동을 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하루 평균 3마리의 개미를 잡아 투여했다. 개미가 자기 앞으로 다가오면 잽싸게 낚아 채 모래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7월 초순에는 고치를 만들었다. 자연상태에서라면 성충으로 탈바꿈하는 데 수 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 경우는 거의 다 자란 녀석이라 속성으로 번데기가 되는 것 같다.
고치를 만들 때는 입으로 토해낸 명주실에 모래알갱이를 붙인다. 지름이 20mm 정도 되는 공 모양이다. 생성 초기에 만져보니 말랑말랑하다. 다음날 다시 봤더니 단단하게 굳었다.
호기심에 고치를 조금 열어봤더니 나용(pupa exarata) 상태다. 이는 명주잠자리 어른 벌레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는 형태를 말한다.
7월 말에 날개돋이를 하여 성충이 되었다. 증명사진을 몇장 찍어놓고 방생했다.
인공 사육의 결과이므로 자연에서는 우화하는 시기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명주잠자리의 발생시기는 6월에서 10월까지다. 계곡물이 흐르는 주변 산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