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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등에 반대해 무기한 파업 중인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단체행동에 나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8월27일 희망자에 한해 사직서를 내는 '제5차 젊은의사 단체행동'을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했다고 밝혔다. 세브란스 병원 응급의학과 소속 전공의들은 전원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진은 같은날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응급진료센터 모습.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등에 반대해 무기한 파업 중인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단체행동에 나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8월27일 희망자에 한해 사직서를 내는 "제5차 젊은의사 단체행동"을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했다고 밝혔다. 세브란스 병원 응급의학과 소속 전공의들은 전원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진은 같은날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응급진료센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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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의사들의 파업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해서 위급한 상황에 처한 환자가 사망한 것이다. 전국 의사들이 두 번째 파업에 나선 첫날인 지난 26일 밤, 부산에서 40대 남성이 약물을 마셔 위독한 상황에 빠졌으나 현장에 긴급 출동한 119 구급대는 '해당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환자를 수용할 병원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환자는 3시간여 동안 병원을 찾아 헤매다 겨우 울산대학교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중태에 빠졌고, 27일 저녁 중환자실에서 숨졌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위기의 상황에서 의료진들이 있어야 할 곳은 병원이며, 최우선해야할 것은 생명을 구하는 일이다.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도 거부한 채 파업에 들어간 의사들의 단체행동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코로나19는 일상을 조여오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본부장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의 유행 상황이 지속된다고 할 때 "하루에 800명에서 2000명까지 확진자가 증가할 수 있고 대규모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의료시스템이 붕괴하고 사회 필수기능 마비, 막대한 경제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인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온 국민이 힘을 모아 방역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국민들이 큰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3단계 거리두기를 앞둔 지금, 의료진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금 의료진들이 있어야 할 곳은 병원이며 앞으로 일어날 상황에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대학의원 본관 앞에서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의사 가운을 탈의하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대학의원 본관 앞에서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의사 가운을 탈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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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지금 의사 가운을 벗었나

지금 의사들의 파업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하는 질문이다. 필자도 코로나19 감염병 1차 유행 때 헌신적인 활동으로 국민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받았던 의사들이 왜 지금 위기의 상황에 의사 가운을 벗고 병원을 떠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의사파업의 핵심주장은 '정부의 의사수 증가계획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의대 정원 연400명씩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의 부족한 의사수를 늘리고 '지역간 의료격차 해소'를 하겠다는 것이 목표이다. 정부는 의대정원 증가분 연400명중 300명을 '지역의사 선발 전형'으로 뽑고, 지역의사들은 전액 장학금을 받는 대신 해당 지역 필수의료 분야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근무를 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의사면허를 취소하고 장학금을 환수한다는 것이 정부계획의 골자이다.

지금 파업에 나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대한민국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정부안이 본래 목표로 한 '지역, 공공, 필수의료 활성화를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의료시스템을 왜곡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2017년 기준 한국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수는 2.3명으로 OECD평균(3.5명)의 65.7%에 불과하며, 인구 10만 명당 의대 졸업생은 7.6명으로 OECD 평균(13.1명)의 58%에에 그쳐 한국의 의사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평균 이하라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더구나 코로나19 대유행과 한국사회의 고령화, 그동안 전공의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문제 등에 비춰볼 때 의사 수 증원은 필요하며 이것이 공공의료의 확충과 의료지역격차 해소의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의료 등 관련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집단휴진(파업)이 사흘째 계속되는 가운데, 28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한 전공의가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의사는 왜 거리로 나왔나" 문재인 정부의 공공의료 등 관련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집단휴진(파업)이 사흘째 계속되는 가운데, 28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한 전공의가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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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안, 완벽하진 않지만... 지금은 반대가 아니라 '대안' 마련할 때

지금 정부 안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발표한 지역의사제 10년 의무복무기간에 전공의(인턴1년, 레지던트4년)와 전임의(펠로2~3년)기간을 포함하면 실제로 지역에서 전문의로 일하는 기간은 2~3년에 불과하고, 10년이 지나면 수도권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정부가 제시한 지역의사제가 공공병원 중심이 아니라 사립-민간 병원에 인원을 더 채워주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공공의료 확충과 거리가 멀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런 실효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제도적 준비 없이 의사증원이 이뤄진다면 '공공의료 확충과 지역간 의료격차 해소'라는 목표와 전혀 다른 결과를 낳고 오히려 문제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

또 현재 전공의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분명한 방안이 없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지금 전공의들은 부족한 인력과 많은 업무량 속에 36시간 밤샘근무를 하고, 병원들은 수련이라는 명목으로 전공의들에게 주80시간까지(전공의법 기준) 일을 시키고 있다. 대부분 병원은 이윤을 위해 인건비가 많이 드는 전문의를 최소로 뽑는 대신 전공의로 병원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의사수를 충원하여 병원이 충분한 전문의를 고용하도록 강제 하고, 의사들이 인간적인 근무환경에서 안정적인 진료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의료정책을 펴면서 의사들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의사파업의 명분이다. 사태가 커지자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자, 앞으로 의료계와 논의하면서 정부의 계획을 수정, 보완해나가겠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내놨다.

의협과 대전협은 이제 정부의 입장을 수용하고 즉시 의료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의 정책철회를 요구하며 파업강행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코로나19 위기시대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과 지역간 의료격차, 의료불평등의 문제를 무시하는 집단이기주의로 볼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정부, 보건의료단체, 시민사회 등과 함께 대화테이블을 마련하고 제대로 된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데 의사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지난 9일 남대문시장 케네디 상가에서 상인 8명이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10일 오전 서울 남대문시장 입구에 차려진 선별진료소에서 상인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지난 9일 남대문시장 케네디 상가에서 상인 8명이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10일 오전 서울 남대문시장 입구에 차려진 선별진료소에서 상인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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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는 공공의료 확충의 기회

코로나19는 역설적으로 충분한 의료진과 병상확보 등 전국적인 공공의료체계의 필요성을 대두시켰다. '위기는 기회를 동반하여 온다'는 말처럼 지금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앞으로 다가오는 코로나19 위기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할 것인지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대화로 전환돼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누적돼 왔던 의료 인력의 부족, 공공의료의 부족, 의사들의 과로에 의한 의료사고 등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전국에서 안전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공공의료체계를 마련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

서울, 수도권과 지방 의료격차를 줄이고 지역에 공공의료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지역에 공공병원 체계가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가와 지방정부가 권역별로 국공립의과대학을 설립해서 지역에서 일할 의사를 길러내고, 그 의사가 일할 공공병원 운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공공의료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이번 정부의 정책에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담겨 있지 않다. 이번 사안이 지역 의사들도 보람과 자긍심을 갖고 일하면서 충분히 성장할 수 있고, 코로나19  등 국가적 재난 상황에도 제대로 대처할 공공의료체계를 만드는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재민씨는 정의당 서울 영등포구위원회 위원장입니다. 이 기사를 지역언론사에 송고할 예정이며 필자의 개인블로그(https://blog.naver.com/hcry99)에도 실립니다.


태그:#의사파업, #코로나19, #전공의, #공공의료확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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