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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방법원.
 창원지방법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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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한 학교 여자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구속된 전직 남자교사 ㄱ씨의 첫 재판이 열렸다. 해당 교사의 전임 학교 졸업생과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대거 방청했고, 이들은 판사한테 '엄벌'을 요구했다.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과 건조물침입 혐의로 구속된 ㄱ씨에 대한 첫 재판이 27일 오전 창원지방법원 218호 법정에서 형사3단독 조현욱 판사의 심리로 열렸다.

지난 6월 24일 ㄱ씨가 근무하고 있던 학교 1층 여자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사실이 교직원에 의해 발견됐고, ㄱ씨는 경찰‧검찰 수사를 거쳐 구속됐다.

이날 재판에서 먼저 판사가 ㄱ씨한테 "피고인은 진술 거부권이 있다"고 말한 뒤 나이와 주소, 직업을 물었다. 이에 그는 "교육공무원이었는데 파면됐다"고 진술했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10일 '신속처리절차'를 적용해 ㄱ씨를 파면 처분한 바 있다.

이어서 검사가 ㄱ씨에 대한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교내 불법촬영 카메라 설치와 전임지인 수련원 불법촬영 의혹이 제기되는 정도였다.

그런데 검사는 ㄱ씨가 2017년부터 불법촬영해온 사실이 있다고 했다. 그는 2017년 7월 체육관 화장실, 2019년 5월 수련원에서 불법촬영했고, 올해 3월 학교 화장실에서 23차례 촬영했으며, 4월 10일부터 6월 24일까지 카메라를 화장실에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판사가 변호사한테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물었고, 변호사는 "인정한다"고 답변했다. 검사가 제출한 자백진술과 압수파일 등 증거자료에 대해 변호사는 동의한다고 했다.

조 판사는 "피고인은 범행을 자백했고,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 피해자들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 판사는 변호사한테 "양형에 참고하겠다"며 피고인의 근무태도나 평가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조 판사는 방청석에 '의견'이 있는지 물었다. 앞서 ㄱ씨가 근무했던 전임 학교의 졸업생‧재학생들이 "엄벌에 처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재판부에 냈고, 조 판사는 "탄원서를 읽어 보았다"며 "앞으로도 어떤 형식이든 의견이 있으면 제출해 달라"고 했다.

방청객들의 의견 개진이 이어졌다. 한 방청객은 "피고인의 근무태도와 평가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형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ㄱ씨의 전임 학교 한 졸업생은 "근무태도와 평가를 참작한다고 하는데 누구의 기준을 말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근무태도와 별개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고, 피해자로 고통을 받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아직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 교육청에 물어보니 피해자로 특정되어야 법률적, 의료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며 "빨리 피해자가 특정되어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ㄱ씨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학교에 강의하러 나갔다고 밝힌 여성은 "피해자는 학생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다. 범죄에 대해서는 제대로 판결을 해달라"고 했다.

검사는 ㄱ씨의 전임 학교 한 졸업생을 다음 공판 때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했다.

조 판사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이지만 구속된 사건에 대해 재판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처럼 방청객이 너무 많이 오면 부담이다"며 "다음 공판 때는 방청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판사는 "피고인의 근무태도와 평가 자료를 형량에 어느 정도 반영할 지는 판사의 재량이다. 죄질이 나쁘지만 반영이 적을 수도 있고, 개별 사정이 있을 수 있어 참고하려고 한다"고 했다.

조 판사는 "피고인은 자료를 낼 권리가 있다. 그 자료를 합리적으로 판단하겠다. 말도 안되는 자료를 크게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며 "범죄자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다. 오늘 첫 재판이고 증거자료에 대해 동의가 있었으니 자료를 꼼꼼하게 살펴보겠다"고 했다.

피해자를 특정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 조현욱 판사는 "압수파일이 있으니 피해자를 특정하도록 고민하겠다. 이 부분은 검사와 논의하겠다"고 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ㄱ씨는 계속 고개를 들고 앉아 있었다. ㄱ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10월 8일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태그:#불법촬영카메라, #학교, #창원지방법원, #여자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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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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