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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가장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을 봐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일명 선진국 클럽) 36개 회원국 중 발표한 12개국 중 1등이다. 물론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한 터라 한국도 –2.9%(전년동기 대비,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실질 GDP성장률은 직전분기 대비 -3.3%)를 기록했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들에 비하면 매우 양호한 수치이다.

그럼에도 보수언론들은 한국경제의 '폭망'을 위해 고사를 지내는 듯한 태도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경제가 대혼란을 겪는 것은 가리고, 한국경제의 충격적 역성장이라고 몰아간다. 경제지표의 복잡성을 교묘하게 악용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출처 : OECD, https://data.oecd.org ※ 일본은 추정치
▲ OECD 12개국의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 (전년동기 대비)  출처 : OECD, https://data.oecd.org ※ 일본은 추정치
ⓒ 원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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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IMF 후 최저… '경기후퇴' 현실화"

<조선비즈>는 7월 23일자 [2분기 GDP 성장률 -3.3%, IMF 후 최저… '경기후퇴' 현실화] 제목의 기사에서 주로 우리나라 경제 지표 중 나쁜 것만 골라 예시를 하는 '편집의 힘'을 발휘했다. 본문에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2년만에 최저치", "GDP 성장률이 -1.3%로 떨어진 지난 1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신용카드 사태가 터졌던 2003년 1~2분기 이후 17년 만"이라며 한국경제가 엄청난 위기에 직면한 것처럼 공포감을 조성했다.

하지만 미국은 90년 전의 대공황 때보다도 더 나쁜 상태이고, 주요 선진국들이 한국보다 훨씬 큰 폭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는 대목은 제대로 부각시키지 않았다.

8월 1일자에선 ['6월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반등' "바닥 찍었나?" 전문가들은 "글쎄"]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지표로는 긍정적이지만 굳이 부정적으로 비춰지길 바라는 게 눈에 보인다. 이에 앞서 7월 20일에는 [세계가 깜짝 놀란 '中 3.2% 성장'… 1500조원 퍼부은 투자의 힘]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한국이 OECD 국가 중 1등이라고 하지만 중국보다는 못하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가 읽힌다.

<동아> "재정지출 대신 민간투자 유도해야" 재난지원금 효과 외면

<동아일보>도 7월 24일자 [코로나 역성장' 쇼크… 환란이후 최저 -3.3%']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추세대로면 올해 전체 성장률도 역대 세 번째로 마이너스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단했다. 아울러 "한국 경제가 두 분기 연속 역성장한 것은 1979년 석유파동, 1998년 외환위기, 2003년 신용카드 사태 때에 이어 네 번째"라면서 다른 신문에서 찾아내지 못한 석유파동까지 포함해 부정적 단서를 적시했다.

<동아>는 <조선>, <중앙>과는 차별적으로 "IMF 이래 최악 마이너스 성장, 재정 지출 계획도 바꿔라"는 제목으로 사설을 내놨다. <동아>는 "경제 활성화는 재정지출 대신 수요가 있는 곳에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며 긴급재난지원금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언급은 생략했다.

<중앙> "역성장 쇼크... 연간 마이너스 성장 불가피"

<중앙일보> 또한 7월 24일자 "역성장 쇼크"라는 간단한 제목으로 "한국 경제가 두 분기 연속 뒷걸음질쳤다. 하락 폭이 1분기보다 더 커졌다"는 부정적 리딩을 달았다. 또 이 내용을 종합한 "2분기 -3.3% 성장률 쇼크…3분기 반등해도 연간 마이너스 불가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의 "코로나19 영향을 배제하더라도 기업 투자가 부진하고, 고용시장도 얼어붙어 침체의 장기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발언을 인용하며 장기 침체를 강조했다.

<한국경제>의 재벌신문다운 주장

경제지 중 <한국경제>는 "22년만의 최악 성장, 결국 기업 뛰게 해야 경제 산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함에 따라 경기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확언했다. 아울러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인한 소비심리가 살아난 성과는 아예 무시하고 "정책 기조를 소득주도성장에서 투자주도성장으로 바꾸는 것이 절박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 탓에 세계경제가 공통적으로 보이는 침체를 외면한 채 보수언론의 '전가의 보도'를 꺼냈다. "지금 기업이 뛰지 못하는 이유는 코로나 바이러스 탓만이 아니다. 경영이 힘들어도 해고가 어렵고, 임금은 매년 생산성 향상분보다 더 올려줘야 하는 노동경직성에, 시대변화를 따라잡으려는 신사업은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규제가 기업들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최악이면 미국경제는 사망상태"

지난달 2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이같은 언론의 행태에 대해 "장난질"이라면서 "재정 투입까지 고려하면 우리가 세계 1위인 거다, 챔피언인 거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미국이 이 GDP 통계를 내기 시작한 게 세계대공황 이후에 이게 만들어진 하나의 지표다. 그런데 대공황 때 제일 나빴던 게 1932년인데, 그때 –12.9%였다. 미국 역사상 지금 최악인 것"이라며 "미국은 사망이라고 표현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수언론들의 경제기사를 검증하며 읽는 시민의 지혜가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원인성(전 한국일보 런던특파원), 정민구(전 세계일보 경제부 기자) 기자가 함께 작성했습니다.


태그:#한국경제, #OECD, #2020년 2분기, #경제성장률, #보수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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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1997 : 한국일보 사회부/편집부 기자, 런던특파원, 뉴미디어 총괄팀장 소비자주주협동조합 http://cresum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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