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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울 강남에서 살다가 미국 뉴저지로 십수년 전에 이민왔습니다. 강남에서 살게 된 동기가 제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직장에서 가까운 어린이 집에 아이들을 맡겨야 해서 그렇게 됐습니다. 가난한 강남 주민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재산세가 주택가격에 따라 일정한 데 반하여, 미국에서는 주마다 재산세가 모두 다릅니다. 보통 동부의 뉴욕 뉴저지, 서부의 캘리포니아, 중부의 시카고 근처 등 산업이 발달된 대도시에서의 재산세가 높습니다. 상대적으로 주 정부가 돈이 많은 곳은 재산세가 낮습니다. 석유 생산으로 돈이 많은 택사스가 그 중 대표적인 주입니다.  또 집을 지은 년도에 따라 재산세가 다릅니다. 새 집이 더 높습니다.

또 동네에 상가가 많으면 세금이 많이 걷히기 떄문에 시 재정이 충분해서 상대적으로 그 동네의 주택 보유세가 낮습니다. 다시 말해 상가 건물이 많은 동네는 상대적으로 좋은 학군이 아니라는 얘기도 됩니다.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고 사고의 발생빈도도 더 높기 때문입니다. 도시 전체가 상가인 뉴욕 등은 예외입니다.

미국에서 좋은 주택에 산다는 것은 어느 정도 돈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기꺼이 재산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 주택 소유자의 기본적인 마음인 듯합니다. 그 돈이 대부분 자녀들 초 중 고등학교 운영비로 사용됩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좋은 학군의 동네로 이사를 옵니다.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이 더 그렇습니다. 이 근처 프린스턴 대학교가 있는 동네의 학군은 좋기로 유명한데, 학생의 51%가 아시아계입니다. 좋은 타운쉽(township)에는 좋은 학교가 있고 좋은 학교에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이 있습니다. 학군이 좋은 곳에서 일하는 교사들은 월급을 더 많이 받습니다. 학생 일인당 교사 수도 더 많습니다. 체육시설 문화시설 등도 더 좋습니다.

학생들은 대학과목인 AP (advanced Placement)수업을 더 많이 들을 수록 명문대에 입학하기 유리합니다. 때문에 AP과목이 많이  개설된 학교를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은 대학과목을 10개 정도 미리 듣고 대학에 진학하게 됩니다. 시골에 있는 학교는 AP개설 과목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 과목을 가르칠 실력이 있는 교사가 없다는 뜻입니다. 제가 잠시 친한 교회 지인의 부탁으로 그의 아들에게 일반화학 유기화학을 가르친 적이 있는데,  그 학생 말이 자기가 나온 고교는 학군이 좋지 않은 곳에 있어서 개설된 AP과목이 거의 없었다고 했습니다. 자기는 대학과목을 못 배우고 SAT 점수로만 의예과에 진학했는데, 과 친구들은 대부분 미적분 통계학 대학화학 대학물리 대학생물 심리학 컴퓨터 등 주요 수학 과학 과목들을 이미 고교 과정에서 다 배우고 온 것을 알 게 되어 충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학군이 좋지 않은 학교 출신 학생들은  졸업 후 대학에서 공부할 때 많이 힘들어 합니다.

비교과 영역도 마찬가지 입니다. 학생들은 수많은 스포츠 팀과 봉사활동 클럽들 중에서 10개 정도 과외활동을 해서 대학입학 과정에 적어 내야 합니다. 좋은 학군의 학교는 스포츠 팀의 리그 레벨 (league level)도 높고 입상 경험도 많습니다. 참고로 여기에서는 전교생 절반 정도가 스포츠 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좋은 학교는 올림피아드 (Olympiad, 경시대회)등 중요 시험 입상자도 많이 배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군이 않 좋다는 의미는 집값이 싼 동네라는 의미와 상통합니다. 재산세가 덜 걷어지니까 학교에서 좋은 선생님들을 모실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좋은 학군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쓰여지는  제산세에 대해 아깝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나라에서 학교운영비를 주기 때문에 의미가 다르지만, '강남의 좋은 학군에서 공부하니 나는 재산세를 나라 재정과 자녀를 위해 더 많이 내겠다'는 마음이 필요해 보입니다. 한국에서 재산세를 얼마나 냈는지 잊었는데 지금도 대략 미국의 20분의 1정로로 알고 있습니다. 강남의 집값보다 절반도 안되는 저희 미국 집의 재산세로 저는 지난해 대략 1만8000달러(2200만원) 정도 냈습니다. 여기는 전세라는 제도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재산세가 많다고 볼 수도 있지만 작은 아파트에서 월세를 내고 살아도 이 정도 내기 때문에 여기에서 재산세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다만 재산세가 부담이 되면 집값이 더 싼 곳으로 이사 가면 됩니다. 그래서 보통 자녀들이 모두 대학에 진학하고 나면 비교적 외곽의 더 싼 동네로 이사를 많이 갑니다. 저희 집에서 동쪽으로 30분만 가도 같은 규모의 집이더라도 집 값이 절반 정도이고  재산세가 1/3인 집이 많이 있습니다. 뉴저지가 재산세가 높은 곳 중의 한 주 인데, 인구 분포를 보면,  제가 사는 카운티(county)의 중간 연령이 39세 정도 입니다. 그 의미는 은퇴하면 모두 싼 주으로 이사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플로리다에 은퇴자가 많이 삽니다. 날씨 영향도 있지만 세금이 많이 낮습니다.

이 모든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재산세가 미국의 모든 지역의 재산세보다 훨씬 낮은 것이 사실이고, 1주택 소유주에게는 더더욱 낮은 것이 사실입니다. 내가 내는 재산세로 나라가 코로나 등 여러 위기를 잘 대처하고 있구나 하고 자랑스러워 하면서 재산세를 낸다면 좋겠습니다.

태그:#재산세,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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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거주, 소설가, 전 스포츠 신문 생활과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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