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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때도, 그 후 공적마스크를 구입할 시기에도 나는 마스크에 그리 집착하지 않았었다. 휴직 중이라 집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었고, 공적마스크로 꼭 필요한 정도의 구입은 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동생은 좀 달랐다. 사람마다 어떤 상황에 대해 느끼는 불안이 다르다는 걸 동생을 보고 확실하게 느꼈다. 마스크를 살 수 있으면 꼭 사서 보물단지 모시듯 차곡 차곡 쌓아두기 시작했다. 보고 있으면 안심이 된다고.

얼마 전 공적마스크도 끝이 나고, 마스크를 사지 못한다는 불안에서 벗어났을 때 쯤 동생에게서 다른 양상의 마스크 집착을 발견했다. 이쁜 것, 구하기 힘든 마스크를 모으기 시작한 것.

이쁘고 구하기 힘든 마스크를 모으는 동생

약국마다 어떤 마스크가 들어오는지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원하는 마스크가 들어오면 구입을 하는가 하면, 어떤 사이트에서 어떤 마스크가 몇 시에 풀린대, 하는 말을 카페에서 듣게 되면 기다리고 있다가 마스크를 구입하는 것이다.
 
이모 덕분에 파란색 마스크를 쓰게 된 아이
 이모 덕분에 파란색 마스크를 쓰게 된 아이
ⓒ 이숙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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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는 사람이 많아서 구매 버튼이 안 보일 때도 많다고 했다. 그에 대한 집착이 습관이 되어 이제는 아무 생각없이 원하던 마스크가 뜬다고 하면 기다리고 있다가 클릭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그런 행동을 이해할 수 없지만, 우리 아이들은 그런 이모를 둔 덕분에 구하기 힘들다는 마스크를 쓰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며칠 전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몇 번 얼굴을 마주친 적 있는 학부모를 만났다. 그런데 그분이 "아이가 파란색 마스크를 하고 있대요? 우리 아이가 파란색을 너무 좋아해서 그 마스크 갖고 싶다고 했는데... 클릭 엄청 하셨겠어요?"라고 물어서 "아, 네..." 하고 웃으며 대답을 얼버무렸는데 왠지 뭔가 모를 부끄러움과 알 수 없는 뿌듯함이 교차해서 놀랐다.

대다수 아이들은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을 우리 아이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 거다. 내가 노력해서 구입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특별한 걸 갖고 싶은 마음

얼마전 스타벅스 레디백 품귀현상이 일어나는 현상을 이용해 레디백을 구입해 되파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스타벅스의 레디백을 원하는 사람도 특별한 마스크를 구입하는 사람과 같은 마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과 조금은 달라보이고 싶은 마음을 그런 물건을 사서 소유하는 걸로 충족시키고 싶은 걸까. 

마스크도 그렇게 어렵게 구입해서 되파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동생은 그렇게 구입한 마스크라도 생각해 보고 필요없는 건 필요한 사람에게 같은 가격으로 양도하기도 하지만 가격을 올려 되파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어렵게 구한 걸 같은 가격으로 되파는 마음을 물어보니, 다른 사람이 원하는 걸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이 기분이 좋다고 했다. 고마운 마음을 이렇게도 주고 받을 수 있구나.

동생이 구해 준 마스크를 다 쓰고 나면 우리 아이들도 남아 있는 하얀 마스크를 쓰게 될 것이다. 내가 다시 그렇게 구입할 일은 없으니까. 그때가 되면 우리 아이들도 마음에 드는 색깔의 마스크가 없음에 섭섭해 할까?

덧붙이는 글 | 블로그(blog.naver.com/hellosky1)에 기재될 수 있음


태그:#마스크구입, #패션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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