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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육·사회·문화 분야에 관해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육·사회·문화 분야에 관해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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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소속의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자당 지자체장의 잇단 성비위 사건에 일침을 가했다.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피해자인 권 의원은 24일 오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고인이 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35년 전 제가 피해자였던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의 변호인이었다"라며 "국민 여러분도 그러하시겠지만 박 시장마저 위력에 의한 성추행 의혹의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현실 앞에 저는 더욱 절망했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저는 성평등을 국가 통치 원리로 작동시키기 위해 국회에 들어왔다. 그런데 계속된 고위공직자 성비위 사건으로 정부와 여당은 2, 30대 여성을 포함한 많은 국민들에게 불신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라며 말을 이어갔다.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이후 변화 요구가 많았고 여러 제도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고위공직자들은 바로 자신이 바뀌는 것이 가장 중요하단 것을 방관했다. 자신의 인식, 가치관, 행동방식을 구체적으로 바꾸고 이를 조직문화 속에 어떻게 녹여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았고 심지어 저항하기도 했다. 그 현실이 참혹하게 드러나고 있다."

권 의원은 마지막 발언을 통해 "더 이상 고위공직자 성비위 사건으로 공분을 사는 일이 없어야 한다"라며 "정부여당은 고위공직자 성범죄의 방지를 위해 현실 가능한,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놔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예방교육 참여율 99.8%면 뭐하나"

권 의원은 정세균 국무총리,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을 상대로 한 질의를 통해 대책을 강하게 요청했다.

권 의원은 가장 먼저 이정옥 장관을 불러 "2018년 기준 기관장들의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참여율이 99.8%이지만 계속해서 성비위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2019년 5월 경찰청 총경 승진 예정자의 예방 교육에서는 엄청난 저항과 반발, 강사에 대한 조롱과 성희롱이 난무했다"라며 "고위공직자들의 수준이 이 정도면 교육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8년 발표된 공공기관정 성비위 사건 처리 매뉴얼에 따르면 선출직 기관장은 적용대상이 아니다"라며 "성비위 사건이 발생한 공공기관에 대해 조직문화 개선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현행 컨설팅은 개선대책을 내놔도 강제성이 없어 조직문화를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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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관은 "여성계와 정부의 노력으로 예방교육의 의무화란 제도적 성과를 거뒀지만 내실을 채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라며 "가해자 등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내려지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한 산 교육이 된다는 점도 동시에 감안해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또 "국민주권의 입장에서 선출직 공직자가 통제받지 않는 게 허용됐는데 최근 이런 부분에 대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에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라며 "(조직문화 개선 컨설팅의 경우에도) 보다 민주적이고 소통 가능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집요하게 진행하고자 하나 해당 기관에서 요청할 때만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여전히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종인 차관을 부른 권 의원은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 때부터 크고, 작은 권력형 성범죄가 있어 왔는데 지자체를 관리감독하는 행안부는 어떤 행정적 조치를 했나"라고 물었다. 이에 윤 차관은 "행안부는 성비위 징계를 감경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고, 앞서 의원님께서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만 지방 공무원에 대한 예방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계속해서 권 의원이 "행안부는 지자체를 상대로 합동평가 및 각종 사업 평가를 하고 있는데 성범죄와 관련된 지표를 평가에 반영하고 있나"라고 묻자, 윤 차관은 "만족스런 정도는 아니라고 보여진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총리도 진땀 뺀 '디지털 성범죄' 질문들

권 의원은 정세균 총리를 불러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강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정 총리는 권 의원의 계속되는 질문에 책임을 통감하는 듯한 답을 내놓기도 했다. 

: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아시죠.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성착취 영상물 홈페이지인 웰컴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범죄인 인도도 불허된 것 아시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는 지난 몇 년 간 화두였습니다. 2019년 대비 2020년 예산이 얼마나 증액됐는지 화면 한 번 보시죠. 4개 부처 디저털 성범죄 대응 예산을 증액해도 모자란데 전년 대비 7억 원이 감소했습니다. (중략) 예산은 결국 정책의 방향이고 의지인데 왜 이런 식으로 대응하십니까.
: 당연히 예산이 증액돼야 할 터인데 아마도 추경의 경우엔 성격상 증액이 마땅치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내년 본예산을 통해 증액해서 필요한 조치들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2017년 4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과기부는 59억 원 들여서 AI 기반 동영상의 음란성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이 지난해 7월부터 불법영상물 삭제 지원에 활용되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 이 기술로 불법영상물을 얼마나 잡아내고 있을까요.
: 아마 기대에는 못 미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저희가 확인해보니 피해자 지원센터의 경우 100여 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답니다. 이유를 보니까 이 기술이 해외에 서버를 둔 플래폼에서 유포되는 불법촬영물의 삭제 지원에는 쓸 수가 없답니다. 단지 웹하드, 불법영상물 모니터링에만 사용되고 있는 거죠.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을 따라잡는 검색 기술 개발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총리님 또한 시늉뿐인 규제도 심각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영상물 유통 사업자가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지난 4년 간 과태료 처분이 얼마나 이뤄졌는지요.
: 너무 소액이죠. 부끄러울 정도로 제대로 처벌을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 4년 간 10개 사업자에게 고작 평균 2000만 원 정도가 부과됐다고 합니다. 과태료 인상 정도로 해결될 일이 아니죠. 5000만 원으로 높인다고 하는데 돈의 문제만으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마약보다 수익을 내는 게 불법영상물입니다. 경찰이 유포자나 사이트 운영자를 제대로 단속하고 있다고 봅니까.
: 최근에 대통령께서 불법음란물 유통 등 성범죄에 대해 정부가 나서달라고 해서 총리실에 TF를 만들어 해양수산부, 여성가족부, 경찰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유관기관들이 과태료를 상향하고, 플래폼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는 등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까지 했습니다. 지금쯤 법이 시행될 터인데 앞으론 지금보다 많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미래 세대에게 상처를 안기는, 문명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부끄러운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을 제대로 해결하는 데에 누가 이의를 제의하겠습니까. 필요한 예산도 투입하고 법과 제도도 정비하고 최선의 노력을 통해 근절할 악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N번방 사건으로 인해 지금 국민들께서 관심을 주고 계시지만 한 6, 7년 전부터 여성들이 이 문제를 목 놓아 외치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불안을 호소하고 분노를 터뜨려왔습니다. 이 정도로 대처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 안 됩니다.
: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그 동안 처벌이 제대로 안 되거나 미약했고, (우리가) 문화적으로 크게 죄악시하지 않는 아주 후진적인 생각들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유통은 말할 것도 없고 보는 것 자체로도 처벌하도록 법과 제도를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소통과 교육을 통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손정우를 바로 내보내지 않습니까. 그게 현실입니다. 현재 5개 부처가 각자도생하면서 일관성 없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중략) 총리실 산하에 디지털 성범죄 근절 추진단을 설치해 기술 고도화, 신속한 수사, 효율적 인력배치, 피해자 보호, 영상 삭제 예산 증액 등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보여줬으면 합니다.
: 현재는 TF가 구성돼 있는데 TF의 역할이 끝나고 나서 추진단 등이 필요하다면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태그:#권인숙,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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