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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노동자회는 회원 소모임 <페미워커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 <페미워커클럽>은 다양한 문화컨텐츠를 함께 감상하고, 성평등 노동의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일하는 페미니스트의 관점으로 비평한 문화의 이야기를 '페미워커의 모두까기'라는 제목으로 비정기 연재한다. [편집자말]
한국여성노동자회 내 소모임인 '페미워커클럽'은 지난 6월 24일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같이 보기 모임을 진행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오프라인 모임을 대신해 '온라인 채팅 기능'으로 대화를 나누며 영화를 함께 보았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미국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건너편 '매직 캐슬'이라는 모텔에 사는 귀여운 꼬마 무니와 엄마 핼리, 다양한 주변 이웃 이야기를 보여준다. 

영화라고 하기에는 지독히도 현실적이어서 가슴 아프고, 한편으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영화 전반에 걸쳐서 나오는 형형색색 알록달록한 예쁜 색감의 건물과 풍경, 사랑스러운 무니와 그 친구들 모습은 그들이 처한 현실의 비참함을 더욱 강조하는듯했다. 

비싼 디즈니 장난감에는 눈길도 주지 못해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 이미지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 이미지 ⓒ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플로리다에 위치한 꿈과 희망의 나라 디즈니월드, 그 뒷골목에는 모텔촌이 들어서 있다. 한국 모텔과는 분위기가 다른데, 집이 없고 갈 곳 없는 빈곤층 사람들이 모여서 거주하고 있는 일종의 생활 시설로 변한 곳이었다. 

이 좁은 모텔방에서 꼬마 무니와 어린 엄마 핼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핼리는 딱히 직장도 없고 수입도 없이 홀로 무니를 키워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모텔촌에 사는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은 서로 어울려 노는데, 문제는 이 아이들이 노는 방식이 여느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구걸해서 산 아이스크림 한 개를 나눠 먹거나 버려진 폐가에 가서 물건들을 부수며 놀다가 건물 전체를 불태우기도 한다. 모텔 주변을 서성이는 소아성애자로 보이는 위험한 남성이 접근하기도 하는 아찔한 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되기도 하는 등 영화를 보는 내내 무척이나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안전한 장난감이나 그 흔한 놀이터조차 없는 곳에서 아이들이 위험하게 자라고 있었다. 디즈니월드 기념품과 장난감을 파는 가게가 계속 배경으로 등장한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비싼 장난감에 눈길조차 주지 못한다. 

직업이 없는 어린 엄마 핼리는 무니와 어떻게든 살아나가기 위해 지옥 같은 방세와의 싸움을 벌여야 한다. 매주 지불해야 하는 방세는 하루 이틀 날짜를 어기기 일쑤다. 핼리는 흠집이 난 향수를 사서 길거리에서 되팔거나 디즈니월드 입장 팔찌를 훔쳐서 팔기도 하는 등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성매매를 선택하게 된다. 

경제적 능력을 갖춰야만 부모 자격을 갖춘 것일까. 아동에게 안전한 가정을 만들어 준다며 부모와 생이별하게 만드는 아동법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플로리다 프로젝트>였다. 

영화를 보며 눈물샘을 쥐어짜는 장면이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흔한 가족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눈물샘 자극용 장면이 없었다. 힘들게 살아나가는 엄마 핼리는 눈물을 흘릴 여유조차 없기 때문이다. 극적이고 충격적인 장면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도 가슴이 아프고 아름다운, 굉장히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 이미지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 이미지 ⓒ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플로리다 프로젝트>라는 단어는 2가지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1965년 디즈니가 디즈니월드를 건설하기 위해 플로리다주 올랜도 지역에 부동산을 매입하는 계획을 세우는데 이것이 첫 번째 의미이다. 

두 번째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소득층 홈리스들이 매주 방세를 내며 장기투숙하는 프로그램을 말하는 용어이다. 홈리스들을 위한 주거 정책, 또는 지원 정책을 뜻하는 것이다. 영화가 끝난 후 이런 사회 문제에 대해 계속 곱씹게 된다. 

더 취약한 여성 홈리스

홈리스 중에서도 여성이 더 취약하다. 조사에 따르면 전국 홈리스 약 11340명 중 여성 홈리스는 2929명으로 25%가량이다. 조사 중 들어가지 않은 여성 홈리스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동료 남성 노숙인들의 폭행, 성폭력 등에 시달리며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EBS에서 진행한 홈리스 인터뷰를 보면, 월경할 때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패스트푸드점 물티슈를 말려 생리대로 사용한다는 여성도 있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속 홈리스인 핼리도 일주일 치 방세만 밀려도 어린 딸과 함께 당장 길거리에 내몰릴 상황이다. 국가 보조금마저 끊긴 핼리가 성매매에 내몰렸듯, 여성 홈리스들이 자립할 수 있게 돕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여성 홈리스는 남성 홈리스와 그 양상이 조금 다르다. 남성 홈리스의 경우 그 원인이 경제적 문제에 있는 반면, 여성 홈리스는 가족 문제 때문에 홈리스가 되는 경우가 많다. 가정폭력이나 이혼 및 가족 해체 등으로 인해 갈 곳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가정 안의 위험을 피해 밖으로 나와도 또 다른 위험에 처한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여성 홈리스도 모두 아이의 아빠 없이 홀로 살고 있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 보여주지 않지만, 여성들은 아이의 양육마저 홀로 책임지고 있다.
 
 지난 6월17일, 국토부 장관-서울시장-25개구 개발사업담당자가 모여 공공재개발 정책설명회를 하는 SH공사 본사 앞에서 서울 남대문로5가동&동자동 쪽방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쪽방주민들이 재개발로 쫓겨나고 있는 것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이었다.
지난 6월17일, 국토부 장관-서울시장-25개구 개발사업담당자가 모여 공공재개발 정책설명회를 하는 SH공사 본사 앞에서 서울 남대문로5가동&동자동 쪽방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쪽방주민들이 재개발로 쫓겨나고 있는 것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이었다. ⓒ 홈리스행동
 
1998년 한국 경제 위기 이후 홈리스는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특히나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 전 세계 경제와 더불어 한국의 경제도 악화되면서 홈리스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동월대비 19만5000명 감소했다. 

금융위기 여파가 계속되던 2010년 1월 이후 최대 기록이다. 일시 휴직자도 1983년 통계작성 이후 최대인 126만 명 늘었다. 이렇듯 사회 제일 밑바닥의 가난하고 비참한 홈리스 현상은 지금도 계속 늘고 있다. 이는 헌법에 명시된 기본 생활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은 현재 OECD 회원국과 주요 신흥국 등 38개국 가운데 GDP 순위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풍요로운 사회에서 홈리스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홈리스 문제는 정부와 민간 시장의 사각지대에 있으며, 정부 정책의 실패를 보여주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 및 민간단체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홈리스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알맞은 실질적인 정책과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함께 도우며 살아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이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엘라님은 한국여성노동자회 회원소모임 <페미워커클럽>의 멤버 입니다. <페미워커클럽>은 매달 1-2회 온/오프라인 모임을 열어 영화/전시/공연 감상, 북세미나 등 함께 즐기고 비평합니다. 참가를 원하는 분은 한국여성노동자회 이메일(kwwa@daum.net)로 문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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